[아프리카 초원학교]
인간의 인위적 간섭이 생태계를 구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들개와 사자들
거대한 리프트밸리의 중심이자 동물들의 천국, 루아하 국립공원에 가다 ▣ 김정미/ 여행전문가·지호, 지민 엄마 babingga@hotmail.com 탄자니아에 있는 10여 개의 국립공원 중 남쪽 끝에 위치한 루아하 국립공원에 갔다. 12인승 경비행기는 구름보다 조금 낮게 누런 벌판을 날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육지의 풍경은 단순하지만 평화로웠다. 산도 없는 들판을 지겹게 날다 보면 땅 밑에 드문드문 작은 동그라미가 눈에 띄고,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작은 상자가 있고 그 안에 작은 점들이 움직인다. 동그라미는 튼튼하게 쳐놓은 울타리일 테고, 작은 상자는 집일 것이며, 작은 점들은 사람이거나 가축일 것이라는 생각에 멀미에 정신없던 가슴도 푸근해졌다.
텐트 안은 살얼음판이었다 비행기는 어느새 리프트밸리를 지났다. 리프트밸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중동까지 이어진 큰 계곡으로 지구의 60%에 이르는 다양한 지하자원이 묻혀 있단다. 그리고 250만 년 전에 지구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인류 화석이며, 수백만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리프트밸리의 중심에 탄자니아가 있고, 다시 그 중심에 루아하 국립공원이 있다. 흙바닥만 겨우 다져놓은 허허벌판에 비행기가 내렸다. 공항 검색대도 없고 나가는 문도 없다. 땡볕이 너무 뜨거워 나무 그늘 밑에 들어가 쉬고 있으려니, 저 멀리서 누군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온다. 우리가 머물 캠프에서 차가 마중 나왔다.
루아하 국립공원은 내륙 한가운데에 있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관광객 수가 세렝게티보다 한참이나 적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어 사막에 혼자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쓸쓸하지만, 한적한 시골길 같은 흙길을 걷다 만나는 동물들은 다른 곳에서 만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정하고 따뜻해 보인다. 세렝게티보다 작지만 초원이 적고 나무들이 많아 초식동물들이 육식동물을 피해 숨을 곳이 많다. 그래서 세렝게티에서와 비슷한 수의 육식동물이 있음에도 초식동물의 천국이다. 작은 사슴 딕딕, 뿔이 멋진 임팔라, 눈에 밟힐 만큼 많은 기린과 엄청나게 많은 코끼리들이 잔뜩 배를 채우고 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있다. 강 그늘에서 초식동물들이 물 먹으러 오기를 기다리는 육식동물의 모습에서, 약육강식의 냉정함보다는 시간을 기다리고 즐길 줄 아는 여유가 느껴진다.
하지만 동물들의 여유에 비해 국립공원 안 캠프 생활은 살얼음판을 밟는 것 같다. 절대 뛰어서는 안 되고 큰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혼자 걸어다니는 것도 금물이고, 특히 밤에는 텐트 문 밖에도 나가선 안 된다. 초식동물은 소리가 나면 도망가기 바쁘지만, 반대로 육식동물은 소리가 나면 어딘가에서 먹이가 움직이는 것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창 움직이고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을 강제로 제압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자연의 순리에 복종하는 모습들
메인 텐트에서 식사를 하고 내 텐트로 돌아갈 때도 꼭 2~3명의 보호 아래 불을 켜고 이동한다. 바로 눈앞에 버펄로, 임팔라, 멧돼지가 풀을 뜯고 있다가 우리의 기척에 놀라 약간 물러선다. 이곳에 캠프가 세워진 지 2년 동안 아무 사고도 없었지만, 야생에서는 언제나 돌발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단다. 불편하고 귀찮지만 안전을 위해, 그리고 이곳의 주인인 동물들의 생활을 지켜주기 위해 빠르게 규칙을 배워야 했다.
1970년대 초쯤 동부 아프리카에 급속도로 퍼진 전염병은 특히 거의 모든 사자를 전멸시킬 정도로 급속하게 퍼졌다. 전염병을 간신히 이기고 살아남은 사자는 유일한 천적 들개의 공격에 동부 아프리카(케냐·탄자니아·우간다)에서 그 모습을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몸무게가 사자의 3분의 1도 나가지 않는 들개는 약하지만 50명씩 단체 생활을 하며 단체 행동을 하기 때문에 아무리 건강하고 힘센 사자라도 도망가기 바쁘다. 급속한 환경 변화에 각국 정부와 유럽의 동물 연구기관들은 들개 수를 조절하기 위해 독이 든 먹이를 놓아서 강제로 수를 줄이려 했다. 그러나 강제적인 간섭은 결국 들개의 몰살로 이어졌고, 동부 아프리카에서는 들개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후 사자의 수는 급속도로 불어났다. 사자 수가 늘자 사자와 공생하는 하이에나 수가 늘어났고, 하이에나 수가 늘자 하이에나에게 쉽게 먹이를 빼앗기는 치타, 표범 등의 수가 줄었다(사자는 단체 생활을 하고 하이에나보다 힘이 세지만, 치타와 표범은 홀로 생활하므로 어렵게 사냥에 성공하더라도 떼로 몰려드는 하이에나에게 쉽게 먹이를 빼앗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연구기관들은 다시는 인위적으로 동물 수를 조절하지 않는데, 들개를 이곳 루아하에서 만날 수 있었다. 동물의 천국으로 알려진 세렝게티에서도 만나기 힘든데 말이다. 인간의 간섭에 숨죽이고 있었던 들개는 서서히 스스로 그 수를 늘려가고 있고, 현재 이곳 루아하에는 다행히 세 그룹이 살고 있단다. 그중 내가 본 그룹은 31마리가 어울리는 그룹인데, 웬일인지 내가 지켜보던 그날에 한 마리가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토하고 힘들어하더니 다음날 30마리로 줄어 있었다.
들개는 귀가 무척 크고 갈색, 노랑, 흰색이 어우러져 희끗희끗한 것이 하이에나와 자칼의 중간 모습쯤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개하고 똑같다. 앞발을 들어 자기 털을 탁탁 터는 모습하며 마치 우리 옆집 개의 정다운 행동처럼 느껴졌다.
힘들게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들개들, 강가의 나무 그늘에 누워 느긋하게 먹잇감을 기다리는 사자들, 육식동물을 피해 구석구석 작은 가시나무 숲으로 몸을 숨기는 작은 사슴 딕딕들. 작은 시골길을 따라 펼쳐진 루아하의 자연이 가지고 있는 위대함은 순리대로 자연을 따르는 동물들의 평범한 모습 속에 살아 있었다.
거대한 리프트밸리의 중심이자 동물들의 천국, 루아하 국립공원에 가다 ▣ 김정미/ 여행전문가·지호, 지민 엄마 babingga@hotmail.com 탄자니아에 있는 10여 개의 국립공원 중 남쪽 끝에 위치한 루아하 국립공원에 갔다. 12인승 경비행기는 구름보다 조금 낮게 누런 벌판을 날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육지의 풍경은 단순하지만 평화로웠다. 산도 없는 들판을 지겹게 날다 보면 땅 밑에 드문드문 작은 동그라미가 눈에 띄고,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작은 상자가 있고 그 안에 작은 점들이 움직인다. 동그라미는 튼튼하게 쳐놓은 울타리일 테고, 작은 상자는 집일 것이며, 작은 점들은 사람이거나 가축일 것이라는 생각에 멀미에 정신없던 가슴도 푸근해졌다.
텐트 안은 살얼음판이었다 비행기는 어느새 리프트밸리를 지났다. 리프트밸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중동까지 이어진 큰 계곡으로 지구의 60%에 이르는 다양한 지하자원이 묻혀 있단다. 그리고 250만 년 전에 지구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인류 화석이며, 수백만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리프트밸리의 중심에 탄자니아가 있고, 다시 그 중심에 루아하 국립공원이 있다. 흙바닥만 겨우 다져놓은 허허벌판에 비행기가 내렸다. 공항 검색대도 없고 나가는 문도 없다. 땡볕이 너무 뜨거워 나무 그늘 밑에 들어가 쉬고 있으려니, 저 멀리서 누군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온다. 우리가 머물 캠프에서 차가 마중 나왔다.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생존 위기를 겪었던 들개를 루아하 국립공원에서 만났다. 들개는 사잔의 유일한 천적이다. (사진/ 김정미)

길을 가다 만난 마시아족. 사바나에서 전통적인 삶을 유지하던 이들도 도시로 떠나고 있다. (사진/ 구혜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