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넘은 세월 동안 가지를 활짝 벌리고 있는 마냐라 호수의 바오바브나무
문을 나서면 다가오는 낯선 이름의 나무와 꽃들 속에 아이들의 꿈을 심는다 ▣ 구혜경/ 방송작가·세원, 윤재 엄마 peace@ktrwa.or.kr 어린왕자의 B29별은 아직도 안녕할까? 그렇다면 아직 바오바브나무의 뿌리가 그 별을 뚫지 않았을 것이다. 뿌리가 별을 뚫고 나갈까 걱정하던 어린왕자. 우리는 그 바오바브를 이곳 탄자니아에서 처음 만났다. 마치 어린왕자의 별에 살 듯한 그런 바오바브나무를. 아, 나무 할아버지…
아이들과 함께 주말을 이용해 마냐라라는 큰 호수를 찾아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루샤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가에 많은 바오바브나무들이 서 있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그 나무다. 작은 바오바브나무도 있지만 마냐라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길가에 서 있는 바오바브나무는 굳이 마냐랴 호수를 보지 않더라도 아쉽지 않을 만큼 멋졌다. 저절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바오바브나무는 아프리카의 상징이자 신성한 나무다. 예로부터 나무에 구멍을 뚫고 사람이 살거나 주검을 매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모든 곳에서 이 나무가 자라는 것은 아니다. 동아프리카에서는 케냐와 탄자니아에서만 볼 수 있을 뿐, 어떤 이유에서인지 바로 이웃나라인 우간다에서는 아예 볼 수 없다. 바오바브나무에는 악마가 나무를 뽑아 그 가지를 땅으로 꽂아넣고 뿌리는 하늘을 향하게 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그래서인지 거대한 몸통에 옆으로 퍼지듯 기괴한 모습으로 뻗어나온 복잡한 가지들은 마치 뿌리를 닮았다. 그리고 잎은 마치 손가락 같다. 자세히 살펴보니 노란색 꽃이 피었다가 말라붙었다. 아주 짧게 피었다가 지고, 밤에만 꽃잎을 벌리기 때문에 활짝 핀 꽃을 보기는 쉽지 않다. 세원이와 윤재, 지호와 지민이는 꽃을 들고 향기를 맡아보고 만져보느라 정신이 없다. 마사이족처럼 아직도 문명과 거리를 두고 살고 있는 현지인들은 잎을 채소로 먹고, 씨에 있는 펄프 성분을 이용해 신선한 음료수를 만들거나 열을 내리고 설사를 멈추는 데 쓴다. 껍질은 끓여서 진통제로 쓰고 잎 성분은 해열제로 쓴다고 하니, 이방인의 눈에는 거대한 외양만 들어오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에겐 우리의 약초처럼 쓰임새가 많은 나무인 셈이다.
바오바브나무는 사바나 초원의 동물들에게도 소중하다. 살아 있는 물병이라고 할 정도로 물이 많아서 코끼리들은 나무의 껍질을 껌처럼 씹어서 수액을 빨아먹는다. 아무도 돌보는 이 없지만, 넉넉한 품으로 자기를 필요로 하는 모든 존재들을 안아주고 있다.
바오바브는 수명이 5천 년에 이를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무 가운데 하나다. 우리가 만난 이 나무는 크기로 보면 수령이 족히 2천~3천 년이나 된다고 한다. 이 나무는 한 자리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지켜보고, 저 아래 동물들을 굽어보고,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지켜봤을 것이다. 동물들이 와서 쉬던 그늘 아래에 이제 인간들이 길을 내고 자신에게 와서 기념사진 찍는 것을 여유롭게 내려다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바오바브나무를 부둥켜안았다. 아, 나무 할아버지… 아니 나무 고조, 증조 할아버지… 마치 나뭇가지가 움직여 아이들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잠시 그 커다란 나무 곁에서 쉬었다.
탄자니아 아루샤 거리는 자카란다 꽃 향기로 가득하다.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꽃이 바로 자카란다이다. 케냐의 나라꽃이기도 한 자카란다는 10~11월에 꽃이 핀다. 멀리서 보면 우리네 라일락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큰 초롱 모양이다. 그리고 한창 때가 지나가면 목련처럼 뚝뚝 떨어진다. 열매는 악기인 캐스터네츠(짝짜기)처럼 아주 두껍고 딱딱하다. 그 속에 씨가 들어 있고 때가 되면 벌어져서 씨를 떨어뜨리는데 그 두꺼운 껍질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신기하다.
목련처럼 떨어지는 자카란다 꽃
아이들이 배나무라고 부르는 ‘난디플레임’(Nandi flame) 나무는 이름처럼 정열적인 나무다. 평소엔 납작하게 생긴 열매를 가지고 있다가, 씨를 떨어뜨릴 때엔 열매가 마치 작은 배나 보트처럼 벌어지면서 씨를 뿌린다. 씨가 빠져나간 열매 껍질은 그야말로 작은 보트와 똑같은 모양이어서 아이들은 이것으로 소꿉놀이도 하고 배처럼 물에 띄우기도 한다. 나는 껍질을 집에 가져와 열쇠를 담아두거나 조그만 물건을 담아두는 그릇으로 쓰고 있다.
서울에서 나무와 꽃을 찾아 먼 길을 나서야 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문을 나서면 나무와 꽃, 그리고 거기에 살고 있는 곤충들을 만난다. 아이들 머릿속엔 민들레, 애기똥풀, 개망초, 제비꽃 외에도 바오바브나무, 자카란다, 유포비아 같은 낯선 이름의 나무와 꽃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 모습과 향기, 그리고 그들이 안겨준 행복한 기억들이 몸속 어디엔가 살아 숨쉴 것이다. 내 마음속에 살아 있는 어린왕자처럼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멋진 바오바브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기를!
문을 나서면 다가오는 낯선 이름의 나무와 꽃들 속에 아이들의 꿈을 심는다 ▣ 구혜경/ 방송작가·세원, 윤재 엄마 peace@ktrwa.or.kr 어린왕자의 B29별은 아직도 안녕할까? 그렇다면 아직 바오바브나무의 뿌리가 그 별을 뚫지 않았을 것이다. 뿌리가 별을 뚫고 나갈까 걱정하던 어린왕자. 우리는 그 바오바브를 이곳 탄자니아에서 처음 만났다. 마치 어린왕자의 별에 살 듯한 그런 바오바브나무를. 아, 나무 할아버지…
아이들과 함께 주말을 이용해 마냐라라는 큰 호수를 찾아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루샤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가에 많은 바오바브나무들이 서 있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그 나무다. 작은 바오바브나무도 있지만 마냐라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길가에 서 있는 바오바브나무는 굳이 마냐랴 호수를 보지 않더라도 아쉽지 않을 만큼 멋졌다. 저절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바오바브나무는 아프리카의 상징이자 신성한 나무다. 예로부터 나무에 구멍을 뚫고 사람이 살거나 주검을 매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모든 곳에서 이 나무가 자라는 것은 아니다. 동아프리카에서는 케냐와 탄자니아에서만 볼 수 있을 뿐, 어떤 이유에서인지 바로 이웃나라인 우간다에서는 아예 볼 수 없다. 바오바브나무에는 악마가 나무를 뽑아 그 가지를 땅으로 꽂아넣고 뿌리는 하늘을 향하게 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그래서인지 거대한 몸통에 옆으로 퍼지듯 기괴한 모습으로 뻗어나온 복잡한 가지들은 마치 뿌리를 닮았다. 그리고 잎은 마치 손가락 같다. 자세히 살펴보니 노란색 꽃이 피었다가 말라붙었다. 아주 짧게 피었다가 지고, 밤에만 꽃잎을 벌리기 때문에 활짝 핀 꽃을 보기는 쉽지 않다. 세원이와 윤재, 지호와 지민이는 꽃을 들고 향기를 맡아보고 만져보느라 정신이 없다. 마사이족처럼 아직도 문명과 거리를 두고 살고 있는 현지인들은 잎을 채소로 먹고, 씨에 있는 펄프 성분을 이용해 신선한 음료수를 만들거나 열을 내리고 설사를 멈추는 데 쓴다. 껍질은 끓여서 진통제로 쓰고 잎 성분은 해열제로 쓴다고 하니, 이방인의 눈에는 거대한 외양만 들어오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에겐 우리의 약초처럼 쓰임새가 많은 나무인 셈이다.

마냐라 호수 가는 길에 만난 바오바브 나무. 악마가 나무를 뽑아 가지를 땅에 처박고 뿌리는 하늘에 향하게 했다는 전설처럼 나뭇가지들이 거대하다. (사진/ 구혜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