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반테스 국제 페스티벌에서 두나라 무용가들이 뜨겁게 만나다
▣ 멕시코시티=박정훈 전문위원 ojala2004@naver.com
멕시코의 문호 옥타비오 파스는 “멕시코 사람들이 누리는 유일한 사치는 축제”라고 말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한국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늘 떠들썩한 신명 속에서 산다는 것이다. 이런 멕시코를 대표하는 축제가 세르반테스 국제 페스티벌이다.
기념할 수 있는 것을 모두 기념하는 것이 멕시코인들의 감성이니 멕시코와 아무런 사연이 없는 돈키호테의 창조자 세르반테스를 기념하는 것이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축제 이름의 내력을 물어보니 축제의 무대인 과나후아토가 스페인 제국의 황금세기, 즉 세르반테스가 살았던 시대에 건설됐으며 1952년부터 과나후아토 대학의 학생들이 고색창연한 도시를 연극의 배경으로 삼아 거리에서 세르반테스의 막간극을 상연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더군다나 올해는 세르반테스가 창조한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허구적 인물 돈키호테가 라만차의 들판으로 떠난 지 400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인지 과나후아토는 도시의 별명을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세르반테스의 수도”라고 붙이기도 했다. 세르반테스를 하나의 문화적 국가로 간주한 셈이다.
올해도 다섯 대륙의 32개국에서 약 2천 명의 예술가들이 ‘세르반테스의 수도’를 방문했다. 그 가운데는 한국인 무용가 9명도 포함됐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인 예술가들이 꾸준히 과나후아토를 방문했다. 하지만 올해 방문은 남다른 의의가 있다.
지난 7월23일 현 무용원 원장을 맡고 있는 안무가 전미숙씨가 멕시코 동남부에 위치한 유카탄의 주도 메리다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2주 동안 하루에 5시간씩 유카탄 주립 현대무용단 소속 예술가들에게 <무슨 일이…>라는 작품을 지도했다. 그 뒤 유카탄 주립 현대무용단의 감독 루르데스 루나가 9월에 한국을 방문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출신의 무용가 6명과 <거위군단>이라는 작품을 준비했다. 이 최초의 양국 합작 레퍼토리가 한국에 소개될 때는 유카탄 주립 현대무용단의 대표작 하나가 추가됐고, 멕시코 공연에선 전미숙씨의 작품 <반갑습니까?>가 추가됐다.
제물포항을 떠난 1033명의 조선인이 멕시코에 도착한 지 100년이 흐른 지금, 멕시코는 한국을 문화의 나라로 발견하기 시작했다. 한국 예술가들과 작업한 소감을 묻는 내게 유카탄 주립 현대무용단의 루르데스 루나 감독은 “충격적이었다”고 답했다. 국제적으로 아직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한국 예술가들의 실력을 확인하고 동양엔 중국과 일본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경험을 한 것이다. 저명한 무용평론가 로사리오 만사노스는 세르반테스 축제를 비롯한 세 도시 순회공연에 대해 “놀라운 수준의 신체기술과 표현력을 보여주었다”고 격찬했다. 세르반테스 축제 조직위원장은 “멋지다”에서 “경이롭다”까지 형용사를 총동원해 감탄했다. 멕시코국립자치대학 무용단장은 “한국에서 현대무용을 배웠어야 하는데”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한국인 예술가들도 새로운 멕시코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기술은 거의 선사시대 수준”이라는 유카탄 주립 현대무용단 감독의 지적처럼 무대 천장에 매달아놓은 무대장치를 모두 사람의 손으로 조작해야 했지만, 33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세계 4위의 축제답게 리허설 중에 쓰러진 총 16명의 예술가들을 신속하게 응급차로 호송하고 비용은 물론 모든 편의를 제공했다. 그중엔 15분 만에 도착한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에 간 한국인 무용수 1명도 있었다. 그때 축제 관계자는 무용수가 입원한 18시간 동안 무려 다섯 차례 응급실을 방문했다.
국제 무용축제가 열리는 지방 소도시 산루이스포토시의 라파스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낯선 나라의 예술가들의 사인이 새겨진 공책과 수첩을 든 채, 테이프 자국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쓰며 극장 입구에 붙은 공연 포스터를 조심스레 떼어냈다. 이들은 공연 1시간30분 전부터 도착해 10페소(약 1천원)의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기다란 줄을 섰으며 공연이 시작된 뒤엔 객석 계단에라도 앉으려고 공연장 입구에서 떠나지 않았다.
“경제가 발전한 다음에야 문화를 즐긴다는 말은 틀린 것 같아요.” 안무가 전미숙씨는 멕시코 순회공연 경험을 이렇게 요약했다. 비록 극장과 무대시설은 형편없이 낙후하지만 예술가를 아끼고 문화를 즐기는 축제 기획자와 관객들에게서 한국 예술가가 발견한 멕시코였다.
지난 7월23일 현 무용원 원장을 맡고 있는 안무가 전미숙씨가 멕시코 동남부에 위치한 유카탄의 주도 메리다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2주 동안 하루에 5시간씩 유카탄 주립 현대무용단 소속 예술가들에게 <무슨 일이…>라는 작품을 지도했다. 그 뒤 유카탄 주립 현대무용단의 감독 루르데스 루나가 9월에 한국을 방문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출신의 무용가 6명과 <거위군단>이라는 작품을 준비했다. 이 최초의 양국 합작 레퍼토리가 한국에 소개될 때는 유카탄 주립 현대무용단의 대표작 하나가 추가됐고, 멕시코 공연에선 전미숙씨의 작품 <반갑습니까?>가 추가됐다.

산루이스 포토시 국제현대무용축제에 참가해 공연을 마친 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