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영국 엄마의 책 한권의 아파트에 지친 삶을 뒤흔들고…
함께 할 동지를 찾은 뒤 아이들과 탄자니아 미쿠미 국립공원으로 ▣ 김정미/ 여행전문가·지호 지민 엄마 babingga@hotmail.com 아이들과 함께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으로 가서 ‘숲속 학교’를 차린 김정미·구혜경씨 두 가족의 아프리카 이야기를 이번주부터 번갈아 싣는다. 두 엄마는 각각 지호(6)와 지민(4)이, 세원(6)이와 윤재(4)를 현지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는 한편 틈틈이 사바나 초원으로 나가 검소한 생활과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울 작정이다. 편집자
2005년 어느 봄날 자기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아프리카의 오지로 떠난 영국 엄마의 책 한 권이 나를 온통 뒤흔들어놓았다. 밤새워 단숨에 읽어버린 그 책은 4살, 6살 아이를 키우며 도시의 아파트에 사는 것이 답답하면서도 어찌해볼 도리 없는 생활에 활력소 같았다.
어디나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품, 매일 돈을 써야만 하는 소비생활. 안 쓰며 살 순 없는 것일까?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보고 싶었다. “그래, 아프리카 숲 속에서 한번 살아보는 거야.” 한번 무엇엔가 빠지면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성격의 나는 곧 실천 가능한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잠을 뒤척이며 고민에 빠져버렸다. 한두 푼도 아닌 경비 마련은 어찌하며 남편 설득은… 그리고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척박한 환경에 견딜 수 있을까?
매일 입장료 30달러를 내라?
‘그 많은 곳 중 왜 하필 아프리카냐’고 하면 뭐라 해야 할까. 막연하지만, 아이들에게 자연의 삶을 주고 싶다는 생각은 현실 속에서 마냥 꿈처럼 떠다녔다. 같은 유치원에 다니며 똑같은 나이의 두 아이를 키우는 마음이 잘 맞는 세원 엄마(구혜경씨)에게 이 얘길 해보았다. 차분하며 순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열정적이고 엉뚱하기도 한 세원 엄마. “하하! 재미있겠는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그럼 혼자라면 재미없겠는데. 우리 같이 갈까나?” 농담처럼 건넨 내 말의 장단에 맞춰 즐겁게 수다 떨고 돌아온 저녁, 난 정말로 아프리카에 갈 계획을 세웠다. 집을 얻어 반반씩 내면 경비도 절약되고 음식도 숟가락 하나 더 얹는 거지, 뭐.
계획은 거짓말처럼 영화처럼 진행돼, 아프리카 국립공원 안 초원에서 반년쯤 살아보겠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은 점점 현실이 되어갔다. 탄자니아 정부에 공문을 보내 사자가 뛰노는 국립공원 안의 와덴 숙소(국립공원 관리인 숙소)에서 살겠다고 했지만, 수차례의 메일 교환 끝에 안 된다는 쪽으로 기울어갔다.
우리가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보는 맹수며 온갖 초식동물들이 사는 나라는 보통 케냐와 탄자니아인데, 그곳 모든 국립공원에선 매일 들어갈 때마다 입장료를 한 사람당 몇십달러씩(30달러가량) 받는데 그것을 사는 날짜로 계산해서 내라는 거다.
탄자니아 관광청의 지인을 통해 여러 방법으로 접촉해봤지만 입장료 면제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돈을 내고는 갈 수가 없다. 탄자니아 정부 쪽은 남쪽의 미쿠미 국립공원은 면제해줄 수 있으니, 그쪽은 어떠냐고 제의한다. 북쪽 세렝게티나 응고롱고로 국립공원은 사실 가만히 있어도 관광객이 밀려들어 굳이 홍보할 필요가 없으니 사람이 없는 남쪽 지역으로 가라는 것이다. 아이들만 아니라면 미쿠미 국립공원도 환상의 조건이다. 수도인 다르에스살람과 차로 4시간 거리고 강이 흐르고 있어 동물도 많다. 문제는 강을 끼고 있어서 기생충과 병균이 좀더 많아 아이들이 아플 경우 헬기 외에는 이동방법이 없다는 거다. 말라리아로 의심될 경우에도 무조건 헬기 타고 가서 확인해야 하는데 말이다. 헬기 비용도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이래저래 돈이 문제다. 하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풀리지 않았다고 안 가기에는, 간다고 부풀려놓은 마음을 무너뜨리기가 슬펐다.
두려워라, 진드기와 체체파리
드디어 7월25일로 D-데이가 잡혔다. 떠나기 사흘 전, 무엇을 해도 마음이 뒤숭숭하고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줄줄 흐르는 땀을 주체 못했다. 방에는 6개월 동안 쓸 짐꾸러미와 사다놓은 물건들이 널려 있다. 그동안 아프리카 초원 관련 책을 틈틈이 읽었는데 그중 <야생의 엘자>를 읽고 나니 아프리카 생활이 더럭 겁이 났다. 특히 진드기와 체체파리 이야기가 두려웠다. 엘자도 진드기를 통해 전이된 바베시아란 기생충 때문에 죽지 않았던가. 체체파리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수호신과 다름없지만 사람과 가축에게는 치명적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렘과 호기심이 많이 무뎌졌지만 여전히 떠나는 두려움은 떨쳐버릴 수 없는 숙명인가 보다.
함께 할 동지를 찾은 뒤 아이들과 탄자니아 미쿠미 국립공원으로 ▣ 김정미/ 여행전문가·지호 지민 엄마 babingga@hotmail.com 아이들과 함께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으로 가서 ‘숲속 학교’를 차린 김정미·구혜경씨 두 가족의 아프리카 이야기를 이번주부터 번갈아 싣는다. 두 엄마는 각각 지호(6)와 지민(4)이, 세원(6)이와 윤재(4)를 현지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는 한편 틈틈이 사바나 초원으로 나가 검소한 생활과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울 작정이다. 편집자
2005년 어느 봄날 자기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아프리카의 오지로 떠난 영국 엄마의 책 한 권이 나를 온통 뒤흔들어놓았다. 밤새워 단숨에 읽어버린 그 책은 4살, 6살 아이를 키우며 도시의 아파트에 사는 것이 답답하면서도 어찌해볼 도리 없는 생활에 활력소 같았다.
어디나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품, 매일 돈을 써야만 하는 소비생활. 안 쓰며 살 순 없는 것일까?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보고 싶었다. “그래, 아프리카 숲 속에서 한번 살아보는 거야.” 한번 무엇엔가 빠지면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성격의 나는 곧 실천 가능한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잠을 뒤척이며 고민에 빠져버렸다. 한두 푼도 아닌 경비 마련은 어찌하며 남편 설득은… 그리고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척박한 환경에 견딜 수 있을까?

바람은 영화처럼 거짓말같이 이루어졌다. 드디어 아프리카로 떠나는 D-데이가 잡혔다. (사진/ EPA)

무엇보다 아프리카에서는 가난하게 사는 법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떠나기 전 아이들이 지도에서 갈 곳을 찾아보고 있다. 왼쪽부터 지호, 윤재, 구혜경씨, 지민, 김정미씨, 세원. (사진/ 윤운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