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회원국 가입은 언제쯤… 니스유럽정상회담과 복스홀 공장 폐쇄를 통해본 영국의 고민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해 12월13일 아침, 영국민들은 니스유럽정상회담이 끝났다는 소식과, 루튼의 복스홀 자동차 공장이 폐쇄될 것이라는 소식을 동시에 접했다. 외견상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사안은 실제로는 유럽통합을 대면하고 있는 영국의 복잡한 내부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둘 다 영국이 언제 유럽연합에 완전히 가입할 것인가, 만약 가입한다면 그 유럽연합이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영국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로화 유보로 공장을 잃다
영국이 기대하는 유럽연합의 모습은 무엇인가? 영국은 유럽연합에 완전회원국으로 가입하자니 미국이나 영연방들과 맺어온 그동안의 깊은 유대가 아깝고, 밖에 있자니 가장 큰 교역상대국들에서 스스로를 소외시키게 되는 것 같아, 그동안 엉거주춤한 입장을 취해왔다. 통합에 제동을 걸면서 양다리 걸치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받아왔다.
이렇게 ‘더 많은 다양성과 더 느슨한’ 유럽연합을 기대하는 영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질적인 동유럽 13개 국가들이 2004년 이후 차례로 유럽연합에 가입할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이번 니스회담은 영국으로서는 상당히 의미있는 결정이었다. ‘마르크 경제권’이라고 불리는 동유럽 국가들의 유럽연합 가입을 영국이 한사코 찬성한 것도, 공통점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들 국가들의 가입으로 유럽연합이 공동의 정책을 사용하기에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위해 다수결 원칙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거부권을 이용하여 몽니부리려는 영국으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았겠지만. 한편 니스정상회담에서 영국이 유로화 가입을 즉각 결정하지 않고 향후 과제로 남겨놓은 것은, GM이 복스홀 자동차 공장을 조기 폐쇄하도록 결정하는 것을 도운 셈이 되었다. 사실 GM의 루튼 복스홀 공장은 현재 유럽에서 손꼽히는 효율적인 공장이다. 1905년부터 차를 생산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럽 시장에서 1년에 300만대 이상의 초과 설비 시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비유로화권의 이 공장은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채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로화가 출범한 이후 달러에 대해 30% 이상 가치가 떨어져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유로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내는 상황이 계속됨으로써 더이상 영국에서 제조업을 할 유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직도 유로화에 가입하지 않고 독립적인 통화, 이자율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영국에, GM의 복스홀 공장(승용차 부문) 폐쇄 발표는 커다란 정책적 딜레마를 안겨주었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GM뿐 아니라 BMW와 포드가 연이어서 영국 자동차 공장의 폐쇄 또는 해외이전을 발표했다. 영국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유로화에 가입은 해야겠는데, 일단 가입을 유보한 마당에 적절한 시점을 찾는 것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상대적으로 약세인 유로화에 가입하려면 어느 정도 파운드화를 약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렇지 않고 강한 파운드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EU에 가입하면 유로화로 표시한 영국의 자산가치는 유지될 수 있을지라도 영국의 산업, 특히 제조업은 파멸을 면하기 어렵다. 공장의 폐쇄와 노동자 해고가 자유로운 영국의 기업-노동관행도 여기에 한몫을 할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평가절하 속에서 EU에 가입한다면 조국을 싼값에 유럽에 팔아먹었다는 일각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당과 보수당의 갈등 사실 유로화 가입 문제는 영국 정치 논쟁의 주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우선, 집권 노동당 정부가 제조업 중심의 중북부 지역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의 파멸을 가져오는 강한 파운드화 정책을 계속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린다. 반면 금융-서비스업이 우세한 남부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보수당은 유로화 가입에 아무래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처음으로 돌아가 유럽연합에서 아예 발을 빼자는 강경 보수파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들려오고 있다. 런던으로 돌아와 국익을 최대한 지켰다고 주장하는 블레어 총리의 말이 무색하게 복스홀 공장의 폐쇄소식은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도 차선도 아님을 보여주었다. “우리 뜻대로 유럽연합을 만들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장 유럽연합을 우리 안마당으로 삼자.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이것이 현재 영국의 딜레마다. 옥스퍼드=주미사 통신원lamesse@hanmail.net

사진/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유럽정상회담.(SYGMA)
이렇게 ‘더 많은 다양성과 더 느슨한’ 유럽연합을 기대하는 영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질적인 동유럽 13개 국가들이 2004년 이후 차례로 유럽연합에 가입할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이번 니스회담은 영국으로서는 상당히 의미있는 결정이었다. ‘마르크 경제권’이라고 불리는 동유럽 국가들의 유럽연합 가입을 영국이 한사코 찬성한 것도, 공통점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들 국가들의 가입으로 유럽연합이 공동의 정책을 사용하기에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위해 다수결 원칙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거부권을 이용하여 몽니부리려는 영국으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았겠지만. 한편 니스정상회담에서 영국이 유로화 가입을 즉각 결정하지 않고 향후 과제로 남겨놓은 것은, GM이 복스홀 자동차 공장을 조기 폐쇄하도록 결정하는 것을 도운 셈이 되었다. 사실 GM의 루튼 복스홀 공장은 현재 유럽에서 손꼽히는 효율적인 공장이다. 1905년부터 차를 생산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럽 시장에서 1년에 300만대 이상의 초과 설비 시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비유로화권의 이 공장은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채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로화가 출범한 이후 달러에 대해 30% 이상 가치가 떨어져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유로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내는 상황이 계속됨으로써 더이상 영국에서 제조업을 할 유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직도 유로화에 가입하지 않고 독립적인 통화, 이자율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영국에, GM의 복스홀 공장(승용차 부문) 폐쇄 발표는 커다란 정책적 딜레마를 안겨주었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GM뿐 아니라 BMW와 포드가 연이어서 영국 자동차 공장의 폐쇄 또는 해외이전을 발표했다. 영국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유로화에 가입은 해야겠는데, 일단 가입을 유보한 마당에 적절한 시점을 찾는 것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상대적으로 약세인 유로화에 가입하려면 어느 정도 파운드화를 약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렇지 않고 강한 파운드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EU에 가입하면 유로화로 표시한 영국의 자산가치는 유지될 수 있을지라도 영국의 산업, 특히 제조업은 파멸을 면하기 어렵다. 공장의 폐쇄와 노동자 해고가 자유로운 영국의 기업-노동관행도 여기에 한몫을 할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평가절하 속에서 EU에 가입한다면 조국을 싼값에 유럽에 팔아먹었다는 일각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당과 보수당의 갈등 사실 유로화 가입 문제는 영국 정치 논쟁의 주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우선, 집권 노동당 정부가 제조업 중심의 중북부 지역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의 파멸을 가져오는 강한 파운드화 정책을 계속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린다. 반면 금융-서비스업이 우세한 남부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보수당은 유로화 가입에 아무래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처음으로 돌아가 유럽연합에서 아예 발을 빼자는 강경 보수파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들려오고 있다. 런던으로 돌아와 국익을 최대한 지켰다고 주장하는 블레어 총리의 말이 무색하게 복스홀 공장의 폐쇄소식은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도 차선도 아님을 보여주었다. “우리 뜻대로 유럽연합을 만들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장 유럽연합을 우리 안마당으로 삼자.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이것이 현재 영국의 딜레마다. 옥스퍼드=주미사 통신원lamess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