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계/ <전쟁에 대한 구술회상>
“내가 정말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풍진 한평생을 살아왔어, 풍진 세상… 다시는 다시는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 젊은 세대는 그런 세상을 보지 않기를, 하지만 난 그들이 더한 것을 볼까 두려워….”
마리아 사노풀루(47)의 저서(그리스 국립사회연구소 펴냄, 2000년)인 <전쟁에 대한 구술회상>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용한 대목이다. ‘회상의 사회학’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책은 1940∼50 사이에 생존하면서 비극적인 삶을 경험했던 그리스의 작은 섬 레프카다의 섬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씌여졌다. 저자는 파리대학에서 사회학박사를 취득한 뒤 지금까지 계속 국립사회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해왔으며, 이 책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연구성과임을 밝히고 있다.
알바니아에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군대에 맞선 그리스병사들의 저항, 또다시 이어지는 잔인한 나치 점령기, 그리고 5년 동안 지속된 내전 등 1940∼50 사이의 10년은 그리스 국민들을 잠시도 쉬지 않게 만든 시기였다. 그 시절을 경험했던 섬마을 사람들의 증언을 수집하고 당시 섬마을의 경제적 토대와 사회·역사적 배경을 분석한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사람들의 사고와 현실을 밝히려는 시도는 독자들에게 사회과학책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푸근한 인간미와 교훈을 시사하고 있다.
“학생 시절, 1940년 10월28일 이탈리아군에 대항해서 전쟁을 선포한 경축일인 ‘반대일’(NO DAY)에 대한 의미를 진정으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통해서 알기를 원했다”는 저자는 수년이 지난 뒤 그 시대에 대한 개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사회학적 고찰을 할 기회를 갖게 된다. 저자는 또 섬마을 사람들의 증언을 단지 이탈리아와 독일 나치 치하로 국한시키려 했지만 거기서 마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섬마을 주민들의 증언에서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리스내전의 중요성이다. 이탈리아에 이은 독일 나치의 점령은 곧 바로 그리스 사람들을 ‘내전’으로 내몰았다. 외세가 물러나면서 평화의 시대가 올 것으로 믿었던 섬마을 사람들에게 다시 폭풍처럼 닥친 것은 좌파와 우파의 사상적 대립과 물리적인 충돌, 더욱 격화된 형태인 전쟁으로 나아가게 된다. 형제가 형제를, 이웃이 이웃을 죽였던 내전 기간은 섬마을 사람들에게 가장 가슴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고립된 채 생활해온 섬마을 사람들의 증언으로부터 저자는 “이들의 경험은 그리스 사람들의 보편적인 현대역사를 표현한다”는 결론을 맺는다. 가난과 전쟁, 그 가운데서도 넘쳐흐르던 희망을 체험했던 사람들을 대변한 증언은 그 시대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모든 증언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그들이 ‘악의 뿌리’까지 체험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자신이 우익의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실제로 이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당시 엄청난 고통과 희망을 경험했던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 가슴을 짓누르는 의문으로 변화되는 계기를 가져다주었다”는 자기고백을 하고 있다.
아테네=하영식 통신원youngsig@otenet.g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