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결혼이 달라진다
등록 : 2001-01-10 00:00 수정 :
사진/낡은 혼인법으로 개방 뒤 발생한 문제들을 다루기는 힘들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중국에 혼인법 개정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10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혼인법 개정 초안이 처음 심의된 이래 12월22일에는 2차 심의가 열렸고, 25일에는 상무위원회 전체 성원이 참여하는 연합회의가 진행됐다.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은 연합회의의 전 과정을 녹화 방송했다. 전인대 상무회의의 내용을 이례적으로 직접 국민들에게 방영한 것 자체가 혼인법 개정에 관한 중국 인민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혼인법 개정은 지난 1950년 혼인법이 제정된 이래 80년의 제1차 개정을 거쳐 20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낡은 혼인법으로는 개혁개방 20년 동안 발생한 많은 새로운 문제들을 다루기 힘들다는 것이 개정의 이유이다. 이번 혼인법 개정 문제에서 여론 매체와 중국 인민의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중혼, 부부재산, 무효 결혼 등 세 가지 문제이다.
우선, 개혁개방 이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바오 얼 네이’(包二內) 현상이 중혼 문제를 새롭게 쟁점으로 올려놓고 있다. ‘바오 얼 네이’란 ‘제2의 처를 둔다’는 뜻으로, 금전과 권력을 가진 남성들이 부인 이외의 여성과 사실상의 부부관계를 형성하는 부정적인 말로 통한다. 초안 심의 과정에서는 일시적 동거, 바람피우기도 중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중혼 기준 확대론’도 제기되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개정안 초안은 ‘중혼을 금지한다’는 현행법의 포괄적인 규정이 좀더 구체화되었다. 즉 △중혼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을 추궁하고 △중혼으로 인해 피해 당사자가 이혼을 제기할 경우 이혼을 허가한다는 내용이 첨가되어 있다.
또한 부부재산에 대해 현행법은 부부 쌍방이 협의를 거친 것을 제외하고 혼인관계가 지속된 기간에 생긴 재산은 부부 공동 소유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개정 초안은 ‘개인 재산’과 ‘약정 재산’도 인정하고 있다. 개인 재산은 결혼 전의 재산을, 약정 재산은 결혼 뒤 발생한 재산에 대해서 합의한 대로 분배한다는 것을 뜻한다. 부부간 재산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개정 초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혼을 준비하는 조항”이라는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긍정하는 분위기이다.
무효 결혼 조항도 신설될 예정이다. 현행법은 강제 결혼, 3대 이내 방계 친족간의 결혼, 남 22살, 여 20살 미만자의 결혼, 의학적으로 결혼해서는 안 되는 질병에 걸린 자의 결혼 등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금지 조항은 무시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빈곤한 농촌 여성들이 팔려가 ‘매매 결혼’이 이루어지면서 조혼, 중혼, 등기를 거치지 않은 부부 명의의 동거가 공공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혼인법이 통과되면 결혼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결혼은 이혼절차를 밟을 필요없이 혼인 등기 기관 혹은 인민법원에 결혼 무효를 신청하면 무효 결혼으로 인정받게 될 전망이다.
혼인법 개정 문제를 접근하는 중국 당국자의 태도는 신중하다. 왕성밍(王勝明) 전인대 상무위원회 법제공작위원회 민법실 주임은 “일부에서는 혼인법 초안이 여러 가지 논쟁 때문에 제1차 심의에서 통과되지 못했다는 말이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법률안이 통과되기 직전까지 일반적으로 3차 심의를 거친다”라고 밝혔다. 그의 의견대로라면 혼인법 개정 문제는 앞으로 제3차 심의를 거쳐 좀더 완성된 내용으로 3월에 열릴 전인대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베이징=장영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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