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내 돈은 부패하지 않았다”

342
등록 : 2001-01-10 00:00 수정 :

크게 작게

경제 중심으로 대 한국관계 기조 세울 것… 경제위기 돌파의 뼈대는 ‘소비증대’

인터뷰/ 탁신 시나왓 타이 차기총리

이 기사는 1월1일 시나왓 그룹 본사에서 단독인터뷰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국민반부패위원회(NCCC)가 당신을 공직자 재산신고 부정혐의로 고발했는데.


=내 결백을 확신한다. 헌법재판소에서 가려 줄 것이다.

-왜 고발당했다고 보는가.

=내가 돈이 너무 많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말은 사업에 성공한 사람은 정치를 하지 말라는 뜻과 같은데, 누군가 내 돈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 헤매고 다녔다. 국민반부패위원회의 역할은 부패를 추방하는 일인데, 내 돈은 부패하지 않은 돈이다. 그들이 나를 고발한 것은 부패와 다른 성질의 것이다. 명백하게 그들의 역할이 아니다. 기막힌 일이다.

-어떻게 결백을 장담하는가? 주식을 운전사와 가정부 이름까지 빌려 차명으로 숨겨두었다가 발각되고 고발당했는데, 이건 부패 아닌가.

=국민반부패위원회는 합법을 가장해 기술적으로 법을 활용하고 있다. 공직자재산등록과 국민반부패위원회의 설립철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게다가 수만건의 문서를 확인하는 데만도 몇달이 걸릴 텐데 총선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나를 고발한 것은 정치적 압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에게 상황을 설명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이 일로 당신은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최단기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들 하고 있는데.

=이건 첫발일 뿐이다. 내 결백은 헌법재판소가 밝혀줄 것이고,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겁날 게 없다. 다만 우리 사회가 처한 숱한 문제들이나 특히 가난한 이들에 대해 염려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총리가 되든 말든, 그런 건 관심 밖이다. 오직 현 난국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고민뿐이다. 현 정부는 난국 돌파에 대한 아이디어도 의지도 없이 사태를 악화시켜왔다. 내각은 내각대로 부패했고, 그래서 내가 나섰다.

-국제적으로 많은 재벌 사업가들이 정치판을 기웃거리다가 사라져갔다. 실제로 국제사회는 당신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당신이 차기총리로서 정부를 구성한다면 타이에 새로운 정치·경제적 혼란이 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데.

=개의치 않는다. 그런 근거없는 말쯤이야, 반대쪽 사람들이 나를 끌어내리기 위한 수작일 뿐이다. 선거를 앞두고 나도는 이런 말들이야 자연스러운 거 아니겠나.

-정치적 혼란이 온다면 결국 당신 대신 누군가 후임자를 세워야 하지 않겠나.

=나뿐이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나다.

-당신은 경제위기 돌파를 장담해 왔지만 정책적으로는 불분명하다. 그 뼈대가 뭔가.

=소비 증대책이다. 현재 소비가 지독하게 위축돼 있는 상태다. 소비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민초들의 수준에서 경제 문제를 다뤄야 한다. 단지 상위 개념의 재무·금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만으로는 현 타이의 경제위기를 잡는 게 불충분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농업이 마비된 지역에 자본을 투입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도 추상적이다. 이게 당신이 공약한 7만개가 넘는 마을마다 각 100만바트(3천만원씩)를 지원하겠다는 뜻과 같은 말인가? 갑자기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사재를 털어 지원할 생각이라도 있는가.

=30년 전의 한국을 생각해 봐라.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일어서지 않았나.

-사업가로서 정치가로서 국제통화기금이 타이에 집행하고 있는 현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현실과 너무 먼 거리에 있다. 우리 현실을 국제통화기금에 잘 설명해야 한다. 그들은 국제기구로서 우리를 구석구석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 타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할 권리가 있고 그들의 가이드라인이 현실에 적합하지 않음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이건 상호협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계속해서 민초들을 강조해 왔는데, 타이 최고 갑부로서 당신이 진정으로 가난한 이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과연 농민이나 노동자의 마음을 알고 있는가.

=오해하지 마라. 내 출신성분은 부자가 아니다. 나는 농촌 출신이고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지었고, 조그마한 사업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사업을 일으켜 왔기 때문에 진정으로 가난한 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화제를 넓혀보자. 당신이 차기정부를 구성한다면 외교정책의 골간은 무엇이 될 것인가.

=외교정책이란 기본적으로 변화무쌍한 것 아니겠나? 어쨌든 현재 국제적으로 외교정책이란 경제지원책과 같은 뜻으로 통용되다시피 하고 있다. 바로 그 지점이다.

-앞으로 대 한국정책의 기조는.

=경제다. 외교적으로 뿐만 아니라 국가운영의 초점 자체가 경제다. 국가운영은 경제운영이다. 한국관계도 그곳에 있다.

방콕=글·사진 정문태/ 국제분쟁전문기자·아시아 네트워크 팀장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