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후원 아래 GT2015 보고서 발표… 물 부족 문제 대두, 민간부문 부상, 중국 지도력 강화 등
1999년 9월, “2015년의 미래를 예측하자”는 당찬 프로젝트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미국 NIC(National Intelligence Council)는 CIA의 후원으로 다방면의 민간전문가를 초빙해 이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2015년 세계경향’(Global Trends 2015), 약칭 ‘GT 2015’라 불리는 이 보고서는 미국시간으로 지난 12월18일 발표됐다. 이 문건은 앞으로 15년간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문제부터 세계 패권의 향방까지 망라돼 있다. 미국이 판단하는 세계의 근미래는 어떤 것인가? <한겨레21>은 이 보고서 소개를 통해 미국이 엿본 15년 뒤의 세계를 조망하고자 한다.
1. 인구, 환경, 에너지, 기술
현재 61억명인 세계 인구가 2015년에는 72억명이 된다. 그러나 세계 인구성장률은 1.3%에서 1%로 감소한다. 선진국은 지역적인 환경 문제를 계속 다루겠지만 선진국에서 환경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서 이것이 선진국의 경제발전에 저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선진국과 대조적으로 개발도상국은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한다. 특히 멕시코시티, 상파울루, 라고스, 베이징 등 개도국 대도시들은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에 시달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핵 폐기물을 포함해서 몇십년 동안 무시해온 환경 문제로 고심해야 할 것이다. 이들 국가가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한, 이 문제들이 적절하게 처리되기는 힘들 것 같다. 중부유럽과 동부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은 공산주의 국가 시절 무시했던 환경 문제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연합(EU)국가가 되고 싶은 몇몇 동부유럽, 중부유럽 국가들은 이 문제를 되도록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이다. 향후 20년 동안 남극의 오존 구멍은 더 커진다. 오스트레일리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지에서 피부암이 증가한다. 중국과 인도는 좀더 화석연료에 기대지 않은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농업기술의 발달로 2015년 식량생산은 세계인구를 먹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식량 분배가 문제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사람들은 오히려 20% 정도 증가할 것이다. 이때쯤 되면 유전자 조작 기술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가 굶주리는 10억명의 인구를 먹여살릴지도 모른다. 식량생산은 충분하다고 해도 소말리아나 북한이 그랬듯 내전과 자연재해 등으로 기아가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에너지 전망도 나쁘지 않다. 교통을 비롯한 전통적인 산업은 좀더 에너지 효율적이 된다. 더구나 세계경제를 이끄는 산업은 지식기반산업,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세계경제는 에너지에 덜 의존하게 된다. 물론 인구도 늘고 세계경제도 성장하므로 에너지 수요는 50%가량 늘어난다. 현재 세계는 하루에 석유 7500만배럴이 필요한데, 2015년에는 하루 1억배럴이 필요하다. 중국이 중요한 에너지 소비국가로 떠오른다. 걸프만의 석유 중 75%는 아시아로 직송된다. 이 지역에 전쟁만 없다면 대규모 석유증산이 있을 것이고 세계 석유시장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다. 브라질, 멕시코,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에도 이미 밝혀진 대로 1170억배럴의 석유가 묻혀 있고, 발굴되지는 않았지만 1140억배럴이 더 있다. 이 지역에서도 증산이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짐작할 수 있듯 지구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가 여전히 주에너지원이 된다. 태양에너지 이용은 좀더 효율적으로 개선될 것이고 핵에너지 사용은 현재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식량과 에너지 수급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반면, 물 부족이 심각해진다. 인류의 절반이 물 부족에 시달린다. 여기서 물 부족이란 한 사람이 1년에 1700입방미터의 물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중국북부, 중동, 아시아남부, 아프리카 등이 특히 그렇다. 개발도상국도 물 부족에서 예외가 아니다. 개발도상국이 보유한 물의 80%는 관개농업을 위해 쓰인다. 앞으로는 그렇게 되기 힘들 것이다.
물 때문에 지역분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터키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에 댐을 건설하고 있는데 이는 강을 공유하고 있는 시리아, 이라크와 분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이집트 역시 에티오피아, 수단과 나일강의 수량을 나누어야 할 처지다. 서른개 이상의 나라가 자국에서 소요되는 수량의 3분의 1 이상을 국경 밖에서 끌어와야 한다. 기술부분은 뭐니뭐니해도 정보통신(IT: Information Technology)이 최고의 화두가 된다. 산업혁명 이후 최대의 격변을 가져온 정보통신 혁명은 이제까지보다도 더 중요해진다. 정보통신산업은 국제교역의 주요 부문이 될 뿐만 아니라 권력이 정부에서 민간부문으로 이동하는 주요인이 된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중국은 개도국들을 이끌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갖고 있는 콘텐츠 가공능력은 급속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생명공학, 나노테크놀로지 역시 중요해진다.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부자들은 엄청나게 오래살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할 것이다. 2. 세계경제 전망
세계경제는 일단 튼튼해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 경제위기 역시 다시 온다. 자유시장과 규제철폐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7∼98년의 경제위기에서 그러했듯 회복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단, 한 나라 경제가 파탄나면 그 영향은 다른 나라로 파급될 것이다. 이와 맞물려서 국제경제 규범을 새로 짜고자 하는 신흥공업국가의 목소리가 높아지리라고 본다.
특히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다섯 가지 잠재적 위험이 있다. 첫째는 미국이 지속적인 경제하강세에 시달릴 수 있다. 낮은 미국 내 저축률과 무역적자로 인해 미 경제가 국제적 신뢰를 잃게 되면, 이것이 불경기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연결된다.
둘째로 일본, 유럽이 인구조절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과 유럽 인구는 점점 고령화하는 추세다. 현재 퇴직하는 노동자의 숫자를 고려할 때, 2015년 무렵 유럽과 일본은 1억1천만명 이상의 새로운 노동인력을 요구한다. 이들 국가는 이민을 받아들여 노동력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
셋째, 중국과 인도가 고도성장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 중국은 자국 경제를 개혁하기 위해서 국영기업을 개혁해야 하고, 금융구조를 투명하게 해야 하며, 정부의 고용을 줄여야 한다. 이러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장속도는 둔화할 것이다. 인도에서는 공공기관의 관료주의 문화와 사회분열이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넷째, 개발도상국들이 금융구조 개편에 실패할 수 있다. 한국은 특히 네 번째 위험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음번 경제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금융개혁이 꼭 필요한데,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이 작업에 착수하지 못했다. 금융개혁이 없는 상태에서 앞으로 올 경제위기를 맞는다면 고도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자본흐름이 말라버린다. 다섯째로 세계 에너지 공급에 혼란이 있는 경우 세계경제에 위협이 된다. 이상의 다섯 가지 위험은 곧 각 나라가 자국의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3. 세계정치, 분규 전망
2015년 국가는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민간부문과 연대해야 하며, 둘째, 범죄조직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고, 셋째, 종교 및 인종집단의 부상에 대응해야 한다.
연대해야 할 민간부문은 수익집단과 비수익집단으로 나뉜다. 수익집단은 곧 상공업집단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중에서도 다국적 기업의 수는 점점 증가할 추세다. 전세계적인 금융시장 자유화와 국영기업 민간화 추세로 인해, 현재 다국적기업은 5만개 이상으로 추산되며 약 50만개의 계열회사를 가지고 있다. 중소기업 역시 많아진다. 정부가 이들을 규제할 수 있는 역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2015년 무렵 중소기업들은 전지구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이다. 비수익집단 역시 강해진다. 비영리기구는 활동을 넓히기 위해 더 많은 수단을 갖게 될 것이고, 정부의 동반자로서든 경쟁자로서든 나라의 정책을 제시할 것이다. 이슬람국가 혹은 독재국가에서는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비영리기구를 지원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점차 투명성을 요구받게 되기 때문에, 비영리기구 역시 그에 준하는 투명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범죄집단의 국제적 연대는 앞으로 큰 사회적 문제가 된다. 북미, 서부유럽, 중국, 콜롬비아, 이스라엘, 일본, 멕시코, 나이지리아, 러시아에 기반한 범죄조직들이 영역을 확장할 것이다. 기술의 진보와 세계화로 인해 이들의 연대는 쉬워졌고, 불법무기의 수출입과 돈세탁 역시 그러하다.
2015년이 되면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거대하게 성장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이 두개의 종교집단은 이미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IT산업을 이용하고 있다. 이 두 집단을 비롯한 종교집단들의 활동가들은 유전자 조작, 여권(女權), 빈부격차 등을 논하기 위해 들고 일어설 것이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 좀더 폭넓은 종교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4. 중요지역의 미래
중국과 일본, 동아시아 문제
앞으로 15년간 동아시아의 경제전망은 “평탄하지는 않지만 역동적인 경제”란 말로 요약된다. 사실 ‘GT 2015’ 이전에 1997년에 발표한 ‘GT 2010’이 있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서는 1997년에서 98년까지 있었던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 ‘GT 2010’은 동아시아가 위기없이 활발한 경제상황을 지속해나가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비록 이번 ‘GT 2015’ 보고서에서도 동아시아의 경제전망은 낙관적이긴 하지만, 금융위기는 이 경제성장을 “평탄하지 않게 만드는”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동아시아에서는 이데올로기 문제보다 정치적, 국가적 주장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사상문제를 피하면서 국가부흥에 힘쓰는 민족주의적인 정부들이 이 지역을 이끌 전망이다. 정치적 다원주의, 민주주의, 인권존중에 대한 민중의 요구는 더 커진다. 이러한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선거로 인해 퇴출되거나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폭력을 이용해서라도 축출할 것이다.
동아시아의 미래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일본의 인구 노령화, 중국의 에너지 및 물 소비 문제,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정치적 리더십, 캄보디아, 타이, 베트남의 에이즈 문제가 그것이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방위산업적 중요성은 여전히 뚜렷할 것이다.
중국은 2015년 세계의 주역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중요한 주역이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중국경제가 고성장을 거듭하리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경제성장은 해안지방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고 내륙지역은 여전히 성장의 혜택에서 멀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에 발맞춰 정치적 안정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중국은 강한 정치적 회복력과 역동적인 경제능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중국은 동아시아의 리더국가로 자리매김한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내포하는 위험을 두 가지로 지적한다. 첫째는 지나치게 약한 중국, 둘째는 지나치게 강한 중국이다. 지나치게 약한 중국은 범죄, 마약, 불법이민, 대량살상무기(WMD)의 양산, 사회적 불안정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고, 지나치게 강한 중국은 주변국가와의 분규를 야기할 수 있다. 미국은 붕괴하는 중국도, 독단적인 중국도 바람직하지 않게 본다. 물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성장과 내부안정을 조화시키면서 평화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중국의 사회주의와 권위주의가 약화될 지라도 중국 군사력이 가지는 지역적 함의는 여전히 크다. 인민군은 여전히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겠지만 2015년에도 대부분의 군병력은 근대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 일본, 러시아, 이스라엘, 유럽 등지에서 군사기술을 들여와 개발할 것이다. 이상의 군사적, 경제적 발전에 힘입어 중국은 미국의 이익과 상관없이 자국의 영향력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은 서로 견제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특히 지역상황이 나빠질 때, 이 두 국가는 군사적 예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수단을 이용해서 서로 방호조처를 취할 것이다. 향후 15년 동안의 일본경제는 1990년대보다 더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에서 일본의 상대적 중요성은 줄어든다. 일본은 아직까지 과감한 경제개혁을 단행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본다. 이와 유사하게 일본의 안보정책에서도 변화가 가속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미국-러시아 헤게모니 문제
러시아와 유라시아의 경제전망은 밝지 않다. 세계무대에서 러시아의 헤게모니 역시 줄어든다. 심각한 자원감소도 문제고, 러시아의 경제정책과 통치방식 역시 효과적인지 의문이다. 정치적 와해로부터 부활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미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소련연방 시절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러시아정치는 권위주의 체제로 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러시아는 구소련연방에서 잃어버린 영향력을 되찾기 위해 외교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우환들 때문에 이러한 시도는 좌절될 것이다.
반면 미국은 향후 15년 동안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다. 세계화의 최대수혜자가 미국이라는 점이 밝혀지며, 미국 내 경제활동은 이율조정 같은 국내적인 것도 곧 세계시장에 강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2015년 유럽은 지금보다 더 부유해지고 평화로워진다. 2015년 유럽인들은 유럽 밖에서 경제활동을 많이 할 것이고, 정치적으로는 현재보다 내부 문제에 신경쓸 것이다. 향후 유럽의 목표는 세계화를 잘 이용하는 것, EU통합을 완결짓는 것, IT산업에 힘쓰는 것, 발칸반도에서 적대적인 민족주의를 단념시키는 것이다. 유럽은 러시아를 EU국가로 받아들이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인들은 다른 방법으로 러시아와 연대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인도와 아시아, 그외 지역
2015년 12억명에 달할 인구를 생각하면 인도가 무시못할 아시아의 주역이 될 거라는 건 확실하다. 게다가 인도는 개도국 중에서 영어 사용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다. 이 때문에 인도는 영어가 꼭 필요한 IT산업에서도 우위에 있다. 인도는 해마다 몇백만명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배출하고 있으며 상공업 마인드가 있는 중류층 역시 날로 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빈부격차 등 장애물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인도가 얼마나 성장할지는 의문이다. 급속한 성장의 이면에서는 5억명의 인도인들이 극심한 가난에 시달릴 것이다. 인도는 핵무기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역시 핵무기와 미사일 보유량을 늘릴 것이다. 중동의 평화는 요원해보인다.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거나 기껏해야 냉전 수준일 것이다. 이스라엘을 제외한 중동국가에서 세계화는 기회가 아니라 위협이 된다. 높은 비용, 개발이 덜 된 인프라, 문화적 장벽 때문에 이 지역에서 인터넷은 소수 엘리트만 사용하겠지만, 그럼에도 인터넷 덕분에 정보조작을 하는 권력체제가 부식될 것이며 여론이 형성될 것이다.
에이즈, 정치적 불안정, 군사분규 때문에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상황은 더 비참해진다.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에이즈 때문에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인구증가는 둔화한다. 남아프리카는 2000년 4340만명에서 2015년에는 3870만명으로 인구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 보고서는 인구통계와 자원 경향은 어느 정도 유추 가능한 반면, 기술과 경제발전 등은 인간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에 상대적으로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자는 현재를 밀도있게 관찰하면 예측이 가능한 자연현상이지만 후자는 결국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미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NIC 역시 “15년 전에 정보산업이 이처럼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리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라고 고백한다. 하나의 요인이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요인이 서로에 영향을 주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미래이기 때문이다. 15년 뒤의 미래는 이 보고서와 완전히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미래는 우리 손 안에 쥐어져 있다. 우리는 아직 그 손을 펴지 않았다.
이민아 기자mina@hani.co.kr

사진/1999년 10월1일 천안문광장에서 중국 공산혁명 50주년을 기념하는 중국 군대의 모습. 향후 15년간 중국은 동아시아의 초강국으로 떠오를 것이다.(AFP연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핵 폐기물을 포함해서 몇십년 동안 무시해온 환경 문제로 고심해야 할 것이다. 이들 국가가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한, 이 문제들이 적절하게 처리되기는 힘들 것 같다. 중부유럽과 동부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은 공산주의 국가 시절 무시했던 환경 문제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연합(EU)국가가 되고 싶은 몇몇 동부유럽, 중부유럽 국가들은 이 문제를 되도록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이다. 향후 20년 동안 남극의 오존 구멍은 더 커진다. 오스트레일리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지에서 피부암이 증가한다. 중국과 인도는 좀더 화석연료에 기대지 않은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농업기술의 발달로 2015년 식량생산은 세계인구를 먹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식량 분배가 문제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사람들은 오히려 20% 정도 증가할 것이다. 이때쯤 되면 유전자 조작 기술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가 굶주리는 10억명의 인구를 먹여살릴지도 모른다. 식량생산은 충분하다고 해도 소말리아나 북한이 그랬듯 내전과 자연재해 등으로 기아가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에너지 전망도 나쁘지 않다. 교통을 비롯한 전통적인 산업은 좀더 에너지 효율적이 된다. 더구나 세계경제를 이끄는 산업은 지식기반산업,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세계경제는 에너지에 덜 의존하게 된다. 물론 인구도 늘고 세계경제도 성장하므로 에너지 수요는 50%가량 늘어난다. 현재 세계는 하루에 석유 7500만배럴이 필요한데, 2015년에는 하루 1억배럴이 필요하다. 중국이 중요한 에너지 소비국가로 떠오른다. 걸프만의 석유 중 75%는 아시아로 직송된다. 이 지역에 전쟁만 없다면 대규모 석유증산이 있을 것이고 세계 석유시장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다. 브라질, 멕시코,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에도 이미 밝혀진 대로 1170억배럴의 석유가 묻혀 있고, 발굴되지는 않았지만 1140억배럴이 더 있다. 이 지역에서도 증산이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짐작할 수 있듯 지구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가 여전히 주에너지원이 된다. 태양에너지 이용은 좀더 효율적으로 개선될 것이고 핵에너지 사용은 현재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식량과 에너지 수급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반면, 물 부족이 심각해진다. 인류의 절반이 물 부족에 시달린다. 여기서 물 부족이란 한 사람이 1년에 1700입방미터의 물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중국북부, 중동, 아시아남부, 아프리카 등이 특히 그렇다. 개발도상국도 물 부족에서 예외가 아니다. 개발도상국이 보유한 물의 80%는 관개농업을 위해 쓰인다. 앞으로는 그렇게 되기 힘들 것이다.

물 때문에 지역분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터키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에 댐을 건설하고 있는데 이는 강을 공유하고 있는 시리아, 이라크와 분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이집트 역시 에티오피아, 수단과 나일강의 수량을 나누어야 할 처지다. 서른개 이상의 나라가 자국에서 소요되는 수량의 3분의 1 이상을 국경 밖에서 끌어와야 한다. 기술부분은 뭐니뭐니해도 정보통신(IT: Information Technology)이 최고의 화두가 된다. 산업혁명 이후 최대의 격변을 가져온 정보통신 혁명은 이제까지보다도 더 중요해진다. 정보통신산업은 국제교역의 주요 부문이 될 뿐만 아니라 권력이 정부에서 민간부문으로 이동하는 주요인이 된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중국은 개도국들을 이끌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갖고 있는 콘텐츠 가공능력은 급속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생명공학, 나노테크놀로지 역시 중요해진다.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부자들은 엄청나게 오래살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할 것이다. 2. 세계경제 전망

(사진/전반적인 식량생산은 세계인구를 먹이기에 충분하겠지만 분배의 문제는 여전히 남을 것이다)

(사진/1998년 아프리카 르완다 남민캠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은 향후 15년 동안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캄보디아 프놈펜의 중앙시장 풍경. 경제발전에 따라 개발도상국의 환경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고 특히 대도시는 대기오염, 수질오염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