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의 여인열전]
▣ 김재희/ <이프> 편집인 franzis@hanmail.net
한반도 백성 대개가 배고픔으로 고통받던 시절, 낭만과 자유와 고독을 읊조리며 정신의 풍요로움으로 그 따위 건 싹 잊으라던 베스트셀러 작가 전혜린이 팔아먹은 뮌헨의 슈바빙, 그러나 60여년 전 그 동네를 지배한 정서는 ‘끔찍한 공포’였다.
암스테르담 어느 다락방에서 열두살 먹은 소녀 안네 프랑크가 고사리 손으로 일기를 쓰며 그 공포를 기록하던 시절, 슈바빙이 시작되는 뮌헨대학 본관, 안네보다 여덟살 위였던 조피 숄 언니는 ‘히틀러 타도!’를 꿈꾸며 “네 심장을 둘둘 싼 무관심의 덮개를 찢어버려라! 더 늦기 전에 어서 마음을 굳혀라!”로 시작되는 전단을 찍어 돌렸다. 이를 지켜본 경비는 쪼르르 비밀경찰에 알렸고, 당장 사형선고를 받은 그녀는 오빠 한스와 함께 사흘간 심문 받은 뒤 처형됐다. 아인슈타인과 괴테, 빌리 브란트에 이어 가장 위대한 독일인으로 선정될 만큼 이들 남매는 나치독일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조금이라도 희석시키는 21세기 독일 국민의 긍지로 꽃피어, <조피 숄-희망과 저항>이란 제목의 영화로 제작돼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의 화제작이 되기도 했다. 히틀러 유겐트의 단원이 되었다고 환호하다 금세 황당하고 엄격한 규율과 괴상망측한 말투에 질겁한 조피는 얼른 몸을 빼고 여러 궁리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대입을 위한 필수과정 ‘제국근로복무’를 피해 좀더 긴 기간 농사짓고 유치원에 가서 봉사하는 대체복무 정도였다. 이 무렵 그녀가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겁먹게 하는 이런 일들이… 제발 조국을 위한 일이라고 말하지 말라”는 호소가 적혀 있다. 요즘 우리는 이웃 일본에게 “독일 좀 배우라”고 입을 모으지만, 그 나라는 원래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이웃 프랑스나 폴란드나 영국에 비해 지극히 미련하고 아둔하고 게다가 얼마나 열등감이 지독했으면 히틀러란 인물이 나와 온갖 미치광이 짓을 벌여도 좀비들처럼 멍한 상태로 보고만 있었을까. 하지만 숨소리라도 함부로 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던 시절, 저급한 영혼들 모두 쥐가 되고 새가 돼 이른바 ‘게르만 민족의 영광’을 좀먹는 불순세력을 고발하고 색출하던 시절, 암흑 속에 촛불을 켠 저항 그룹도 있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백장미’란 이름의 독서클럽이었다. 1970년대 우리와 닮은 상황을 차분하게 전해주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란 책이 있다. 조피의 큰언니 잉게 숄이 기록한 이 책의 주인공인, 1921년 다섯 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조피는 재주 많은 아이였다. 소설은 물론 철학도 즐겨 읽고, 음악에도 탁월했고, 그림 솜씨도 뛰어나 일기 곳곳엔 범상치 않은 스케치들도 눈에 많이 띈다. 순수하고 총명한 그녀를 모두의 자매로 삼고 싶어하는 독일 대중의 정서는 요즘 한참 뜨는 옌볜처녀 문근영을 향한 우리들의 홀림과 무척이나 닮은꼴이다.

암스테르담 어느 다락방에서 열두살 먹은 소녀 안네 프랑크가 고사리 손으로 일기를 쓰며 그 공포를 기록하던 시절, 슈바빙이 시작되는 뮌헨대학 본관, 안네보다 여덟살 위였던 조피 숄 언니는 ‘히틀러 타도!’를 꿈꾸며 “네 심장을 둘둘 싼 무관심의 덮개를 찢어버려라! 더 늦기 전에 어서 마음을 굳혀라!”로 시작되는 전단을 찍어 돌렸다. 이를 지켜본 경비는 쪼르르 비밀경찰에 알렸고, 당장 사형선고를 받은 그녀는 오빠 한스와 함께 사흘간 심문 받은 뒤 처형됐다. 아인슈타인과 괴테, 빌리 브란트에 이어 가장 위대한 독일인으로 선정될 만큼 이들 남매는 나치독일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조금이라도 희석시키는 21세기 독일 국민의 긍지로 꽃피어, <조피 숄-희망과 저항>이란 제목의 영화로 제작돼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의 화제작이 되기도 했다. 히틀러 유겐트의 단원이 되었다고 환호하다 금세 황당하고 엄격한 규율과 괴상망측한 말투에 질겁한 조피는 얼른 몸을 빼고 여러 궁리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대입을 위한 필수과정 ‘제국근로복무’를 피해 좀더 긴 기간 농사짓고 유치원에 가서 봉사하는 대체복무 정도였다. 이 무렵 그녀가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겁먹게 하는 이런 일들이… 제발 조국을 위한 일이라고 말하지 말라”는 호소가 적혀 있다. 요즘 우리는 이웃 일본에게 “독일 좀 배우라”고 입을 모으지만, 그 나라는 원래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이웃 프랑스나 폴란드나 영국에 비해 지극히 미련하고 아둔하고 게다가 얼마나 열등감이 지독했으면 히틀러란 인물이 나와 온갖 미치광이 짓을 벌여도 좀비들처럼 멍한 상태로 보고만 있었을까. 하지만 숨소리라도 함부로 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던 시절, 저급한 영혼들 모두 쥐가 되고 새가 돼 이른바 ‘게르만 민족의 영광’을 좀먹는 불순세력을 고발하고 색출하던 시절, 암흑 속에 촛불을 켠 저항 그룹도 있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백장미’란 이름의 독서클럽이었다. 1970년대 우리와 닮은 상황을 차분하게 전해주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란 책이 있다. 조피의 큰언니 잉게 숄이 기록한 이 책의 주인공인, 1921년 다섯 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조피는 재주 많은 아이였다. 소설은 물론 철학도 즐겨 읽고, 음악에도 탁월했고, 그림 솜씨도 뛰어나 일기 곳곳엔 범상치 않은 스케치들도 눈에 많이 띈다. 순수하고 총명한 그녀를 모두의 자매로 삼고 싶어하는 독일 대중의 정서는 요즘 한참 뜨는 옌볜처녀 문근영을 향한 우리들의 홀림과 무척이나 닮은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