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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징용자여,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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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2-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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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본 규슈탄광에 강제연행돼 희생된 자들을 추모하는 ‘납골식 추도당’인 무궁화당)
일본 식민지 정책에 의해 강제연행된 사람들을 위한 추도당이 지난 12월2일 일본 규슈 이스카에 세워졌다. 규슈 지쿠호에 있는 탄광으로 강제연행된 뒤 탄광에서 희생된 사람은 대략 15만명 정도. 그러나 이들의 유골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지 벌써 반세기가 흘렀지만, 아직도 지쿠호 곳곳에 그냥 방치돼 있었다. 이번에 연고없는 이들을 위한 ‘납골식 추도당’이 만들어지면서야 비로소, 길고 긴 고난의 유랑은 멈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추도당의 명칭은 무궁화당. 지쿠호에 있는 재일동포들이 남과 북의 벽을 넘어, ‘재일 지쿠호 코리아 강제연행 희생자’를 위해 한마음으로 합심해 추도당 건립을 위한 실행위원회를 세운 지 만 6년 만의 일이다. 건립실행위원회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배래선(79)씨는 자신의 조선적을 한국 국적으로 바꾸면서 양쪽의 협력을 얻어낼 수 있었다. 배 대표 자신도 일제시대 때 끌려와 조선소와 규슈탄광 등지에서 강제노동을 당한 강제징용자. 지난 86년 병상에서, “20세기 고난의 한 당사자로서 금세기의 고통을 다음 세기로 넘기지 않기 위해서는” 민단과 총련의 벽을 허물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추도당 낙성식에도 후쿠오카 주재 한국 영사관 이남교 영사와 조선총련 지쿠호 지부 위원장이 함께 참석해 “손을 맞잡고 21세기를 만들어 가자”는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이번 추도당 건립에는 뜻있는 일본인과 이스카 시청 관계자들의 도움도 컸다. 지난 96년 추도당 건립에 필요한 부지를 요청받은 이스카시는 2년간의 긴 교섭 끝에 “탄광 희생자의 역사를 후세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시 소유의 ‘이스카 공원묘지’를 임대해 주기로 결정했다. 이스카시는 아울러 공원묘지의 일부를 ‘국제교류광장’으로 정비하기로 결정했으며, 인근 시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건립을 위한 기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 납골식 추도당은 민단과 총련의 재일동포와 일본인들이 보내온 1500만엔이 넘는 성금과 기부로 세워졌다. 하지만 역사회랑을 포함한 2기공사를 모두 끝내기 위해선 아직도 600만엔 이상이 더 필요하다. 건립실행위원회 배 대표는 “규슈 탄광에 강제징용돼 희생된 15만명의 영령을 기리는 일은 일본과 남북한 양 민족은 물론 모든 인류가 항구적인 평화를 희구하는 발신지로서의 의의를 새롭게 하는 것일 뿐 아니라 세대를 넘도록 그 의의를 지켜나가기 위한 약속이자 기원”이라고 설명한다. 추도당 건립은 식민지 역사의 산 체험장으로서 한반도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도 그 의의는 자못 크다. 평화의 발신지이자 역사의 체험장이 될 2기공사를 위해 한국에 있는 사람들의 참여를 건립실행위원회는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문의: 건립실행위원회 090-3073-0679 일본, 배래선).

도쿄=신명직 통신원mjshin5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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