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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히포크라테스가 현대의학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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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2-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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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시민들에게 인기 높아가는 서양전통의학… “이젠 국가가 공식 인정해야할 때”

(사진/전통의학시술 장면. 침이나 안마를 사용한다)
“자연산 의약품을 사용하면 부작용이나 중독증상이 없어서 안심이 돼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데리고 전통병원을 찾은 마리아 니콜라카키(43·고교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3년 전에 위장이 좋지 않아서 일반병원에 갔는데 수술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서 이곳에 와 침을 맞고 조제한 약을 사용한 뒤 거의 회복된 상태”라고 자신의 경험을 전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전통의학의 효능을 선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0년 전, 눈이 충혈되고 부어서 1년 가까이 안과를 다녔으나 별 차도가 없어 마지막 선택으로 이곳을 찾아 여기서 권하는 좁쌀풀(euphresia)로 만든 안약을 사용한 뒤 말끔히 나았다. 그뒤부터 전통병원만 찾는다”고 말하는 가정주부 올가 두카(55)처럼 전통의학의 효능을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리스 전통의학클리닉은 밀려드는 환자들의 접수가 끊이지 않는다.

생약과 침술로 치료

아테네 거리에서 하나둘씩 늘어가는 전통약국과 전통병원 간판들은 이제 시민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제3의 의학으로 불리는 동종요법(homeopathy)인 서양전통의학이 그리스에서 날마다 그 인기를 더해가면서 이제는 그리스 정부에 공식인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1월 말 그리스전통의사회는 12차 범그리스전통의사대회에서 유럽연합의 다른 국가들처럼 그리스 정부도 그리스가 뿌리인 서양전통의학을 공식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의사자격증을 소지한 200여명이 그리스전통의사회에 가입해 있으며 해마다 50명 이상의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전통의학수련의로 합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전통의학을 시술하고 있는 1천여명 중 200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무자격의사들이다. 따라서 그리스전통의사회는 정부가 전통의학을 인정하는 것이 전통의학시술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 무자격의사들의 시술로부터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더불어 전통의사회에서는 의과대학에서 전통의학을 정식과목으로 채택해 의사들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3년 과정의 전통의학수련의 과정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자격증 취득자들을 대상으로 전통의사회에서 설립한 비공인전통의과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다. 아테네의과대학에서는 1994년부터 정부에서 인정한 전통약학에 대한 몇개의 강좌만 개설하고 있을 뿐 의과과정에서는 전통의학이 배제된 상태이다.

서양전통의학의 뿌리는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기원전 2세기)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는 자연식물들로부터 얻은 재료들을 약품으로 사용해 많은 환자를 치료했으며, 삶의 방식을 중요한 치료방법의 하나로 꼽았다. 잊혀졌던 그의 치료방법은 200년 전 독일의 사뮈엘 한네만(Samuel Hanneman)에 의해 다시 빛을 보게 된다. 그는 식물의 성질과 사용방법에 관한 교과서적인 책인 <약학대요>(the Pharmaceutical Lexicon)를 편찬하면서 ‘서양전통의학의 아버지’라 불리게 되었다. 이후 유럽에서 전통의학은 근대의학과 대립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된다.

서양전통의학의 치료방법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그 병과 같은 증상을 주는 식물을 복용케 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동양의학은 주로 뿌리를 약재로 쓰는 반면, 서양전통의학에서는 나뭇잎사귀나 꽃, 열매들을 약재로 쓰고 있다. 그러나 동양의 전통의학과 많은 유사점도 갖고 있다. 침술을 사용한다든지 안마를 통해 몸을 풀어주는 방법, 식이요법 등은 동양의학의 치료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비과학적’이라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기존의학을 불신하는 풍조에 힘입어 많은 전통의학병원들과 전통약국들이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영국에서는 1950년에 이미 전통의학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지금은 5개 국립병원에서 전통의학을 시술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도 완전히 독립된 분야로 인정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벨기에의 경우도 1999년 3월에 전통의학을 인정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정식으로 인정하였으며, 스위스는 오래 전부터 전통의학시술병원을 의료보험지정병원으로 포함시켜서 시행 중에 있다.

그리스에서는 많은 의사들이 개인적으로는 전통의학을 국가에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의사들의 모임인 그리스의사회에서는 전통의학의 공식인정을 반대하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로 전통의학분야의 의사들이 정규적으로 수련을 쌓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으며 다른 이유로는 치료방법의 비과학성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리스전통의사회 회장인 소티리스 보티스는 “그리스의사회에 소속된 모든 의사들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의사들이 전통의학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의사회간부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전통의학에 대해 무지하며 단지 과학의 이름으로 ‘과학제국주의’적인 행위를 일삼고 있다. 그들은 무지한 분야에 대해서 모두 ‘비과학적’이라고 부정한다”면서 그리스의사회의 속 좁은 태도를 비판했다.

아테네=하영식 통신원 youngsig@ot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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