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의 여인열전]
▣ 김재희/ <이프> 기획위원 franzis@hanmail.net
포르노는 원래 희랍어로 ‘포르네’, 즉 성매매 여성을 낮춰 부르는 말에서 유래한다. 그와 달리 남자들 연회에서 시를 읊고 노래하며 고담준론을 즐기는 수준의 ‘헤타이라이’라 불리던 여성들이 있었으니 이들은 아테네 고위 인사들과 정치와 인생에 대해 대화를 나눌 지적 능력과 미모를 겸비한, 우리로 치면 해어화(解語花)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송도에 황진이가 있고 평양에 계월향이 있었다면 아테네에는 아스파샤가 있었다. 르네상스 시절 플라톤의 작품을 토대로 한 성 베드로 성당의 ‘아테네학교’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만약 이 벽화를 완성한 라파엘이 21세기 정신으로 이 정경을 다시 스케치한다면, 거긴 진리와 선함뿐 아니라 아름다움과 에로스에 대해서도 멋진 수사학을 펼치는 아스파샤가 매혹적 자태를 드러낼 것이다.
기원전 5세기 소크라테스와 동시대인이던 아스파샤는 당시 아테네 곳곳에서 떼지어 다니며 공부하던 무리, 즉 아카데미아를 이끄는 교사로도 활약했다. 플라톤의 제자들이 남겨놓은 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제자를 보내며 “좀더 온전한 깨우침을 베풀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던 탁월한 지식인이었다 한다. 형이상학에 치중한 플라톤의 관념적 철학에 견줘 몸과 마음, 성과 도덕, 개인과 공동체의 이분법을 극복한 한결 종합적이고 실용적인 아스파샤의 철학과 쾌활한 성품은 아테네 남성들을 꽤나 설레게 했던 모양이다. 플루타르크에 따르면 그녀는 “몇 개월 만에 최고지도자와 통치자들을 유혹했다”는데, 나이로 따지면 아버지뻘이던 아테네 최고의 권력자 페리클레스의 정부로 열다섯번이나 그를 장군에 재선되도록 훌륭한 웅변 원고를 대신 써준 장본인이었다는 소문도 있다. ‘가난한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그걸 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유명한 구절도 그녀가 써준 대본에서 유래한다니 말이다. 당시 아테네는 민회가 권력을 장악해 입법·사법·행정을 총괄했고 최고의 학문이자 화두는 수사학이었으니, 논리적이고 감동적인 연설로 다른 사람을 설득해 많은 지지표를 얻으면 명예와 부를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질투하는 극작가들은 아스파샤에게 ‘페니스를 핥는 암캐’ ‘불알을 파괴하는 마녀’라 비난하며 법정에 세우고 이단자로 기소해 사형까지 선고했다. 지난해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를 종결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약속한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는 2005년을 ‘포르놀로지’ 원년으로 선포하고, 남성 중심의 포르노에서 폭력을 제거하고 대신 에로스로 충만한 포르나를 모색하는 섹슈얼리티의 전복을 구상 중이다. 빈틈없는 논리와 유창한 언변으로 양성평등의 원리와 지속적 자기수련을 통한 상호보완적 성역할을 설파한 2500년 전 아스파샤의 철학은 이 행사의 그리스적 바탕이 되어줄 것 같다.

기원전 5세기 소크라테스와 동시대인이던 아스파샤는 당시 아테네 곳곳에서 떼지어 다니며 공부하던 무리, 즉 아카데미아를 이끄는 교사로도 활약했다. 플라톤의 제자들이 남겨놓은 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제자를 보내며 “좀더 온전한 깨우침을 베풀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던 탁월한 지식인이었다 한다. 형이상학에 치중한 플라톤의 관념적 철학에 견줘 몸과 마음, 성과 도덕, 개인과 공동체의 이분법을 극복한 한결 종합적이고 실용적인 아스파샤의 철학과 쾌활한 성품은 아테네 남성들을 꽤나 설레게 했던 모양이다. 플루타르크에 따르면 그녀는 “몇 개월 만에 최고지도자와 통치자들을 유혹했다”는데, 나이로 따지면 아버지뻘이던 아테네 최고의 권력자 페리클레스의 정부로 열다섯번이나 그를 장군에 재선되도록 훌륭한 웅변 원고를 대신 써준 장본인이었다는 소문도 있다. ‘가난한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그걸 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유명한 구절도 그녀가 써준 대본에서 유래한다니 말이다. 당시 아테네는 민회가 권력을 장악해 입법·사법·행정을 총괄했고 최고의 학문이자 화두는 수사학이었으니, 논리적이고 감동적인 연설로 다른 사람을 설득해 많은 지지표를 얻으면 명예와 부를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질투하는 극작가들은 아스파샤에게 ‘페니스를 핥는 암캐’ ‘불알을 파괴하는 마녀’라 비난하며 법정에 세우고 이단자로 기소해 사형까지 선고했다. 지난해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를 종결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약속한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는 2005년을 ‘포르놀로지’ 원년으로 선포하고, 남성 중심의 포르노에서 폭력을 제거하고 대신 에로스로 충만한 포르나를 모색하는 섹슈얼리티의 전복을 구상 중이다. 빈틈없는 논리와 유창한 언변으로 양성평등의 원리와 지속적 자기수련을 통한 상호보완적 성역할을 설파한 2500년 전 아스파샤의 철학은 이 행사의 그리스적 바탕이 되어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