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이익 위해 목청 높이기 바쁜 유럽연합 강대국들… 시라크-조스팽의 동거는 달콤했네
나흘간에 걸친 유럽연합 정상회담이 끝난 뒤 유럽의 여러 신문들은 “제 이익만 차리려는 카펫 상인들의 협상”이라는 거친 표현을 쓰면서 한목소리로 회담의 결과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프랑스 내부에서도 협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표명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에서,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국회에서 회담의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사안이나마 합의를 본 것이 낫다”는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고 나섰다.
‘최소한의 논리’도 없는 프랑스의 요구?
이번 정상회담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현재의 15개국에서 27개국으로 늘어날 것을 대비해 집행위원회 기구 개선과 투표권 조정, 거부권 축소 등의 의사결정 방식 등을 핵심의제로 다루기 위해 열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상회담은 결코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는 유럽의 가장 오래된 격언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을 뿐이다. 예상했던 대로 참가국들은 각자의 입장을 양보하지 않으려고 했다. 결국 이번 회담은 단일 유럽을 향한 전망을 제시하기보다는 각 나라의 최소한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 그쳤다. 게다가 의장국인 프랑스를 비롯해 큰 나라들은 작은 나라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낼수록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킬 가능성이 많다는 ‘교훈’을 던져주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미 그 모범을 보여주었다. 지난 98년 유럽중앙은행 의장직에 프랑스인을 앉히기 위해 당시 의장이었던 빔 뒤센베르크의 조기 퇴진을 강력히 촉구해 콜 총리를 난감하게 하고, 99년 프랑스 농민의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슈뢰더 총리와 논쟁을 벌여서 국제무대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이번에는 투표권 조정에서 벨기에(12표)보다 인구가 500만명이 더 많다는 이유로 네덜란드에 1표(13)를 더 주었으면서도 프랑스보다 인구 2천만명이 많은 독일에 표를 더 주는 것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프랑스의 이런 태도는 그래서 “최소한의 논리도 없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부정적인 평가들이 빗발치는 가운데 프랑스 언론은 한결같이 이번 회담의 가장 긍정적인 면은 지난 6개월 동안 삐걱거리기만 했던 시라크-조스팽 동거정부가 유럽연합의 동반자들에 맞서 프랑스의 국가이익을 방어하는 데 일치 단결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12월11일 새벽 6시께 회담이 끝난 뒤 만면에 웃음을 띤 조스팽 총리는 엘리제(대통령)와 마티냥(총리)의 “인간적, 지적 융합”으로 정상회담을 만족스럽게 마무리지었다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니스에서의 ‘신혼여행’이었다고 평가될 정도로 한 호텔에 묵으면서 두 사람이 연대를 과시한 결과 그 보좌관들의 브리핑에서도 거의 같은 표현과 분석들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인 수요일 저녁, 로빈 쿡 영국 외무부 장관, 루돌프 샤르핑 독일 국방부 장관, 안토니오 구테레스 포르투갈 총리 등 각 나라의 사회주의 인사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조스팽 총리는 이 자리에서 다른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협상전략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 모습은 이데올로기의 유사성보다는 국가이익이 우선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조스팽 총리는 내년 1월이면 의장국이 스웨덴으로 이양된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프랑스 의장이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고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밀월은 한순간일 뿐 그러나 두 사람의 공동보조에 미래는 없어 보인다. 다음주 국회는 2002년 의회 선거와 대통령 선거의 구체적인 시기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스팽 총리는 대통령 후보 출마를 위해 정치인 100명의 지지서명을 받으러 나설 것이다. 반면에 시라크 대통령은 그동안 유럽연합 정상회담을 핑계로 피해왔던 부패스캔들의 집중적인 포화를 받게 될 전망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미셸 후생의 법적인 처리, 비공식 회계원이었던 카세타의 고백들이 불거져나오면서 거의 궁지에 몰려 있었다. 설명을 요구하는 당내, 외부의 압력에 “시사면에 대한 논평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럽 건설의 미래를 좌우하는 정상회담을 프랑스의 이름으로 주재하기 위해 니스에 있다는 것을 당신들은 모르는가”라고 맞받아치던 시라크 대통령도 회담이 끝난 마당에 이제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짧은 밀월기간을 보낸 두 사람 앞에는 각기 다른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파리=신순예 통신원 soonye.sin@libertysurf.fr

(사진/정상회담에 참석한 자크 시라크(왼쪽) 프랑스 대통령)
이번 정상회담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현재의 15개국에서 27개국으로 늘어날 것을 대비해 집행위원회 기구 개선과 투표권 조정, 거부권 축소 등의 의사결정 방식 등을 핵심의제로 다루기 위해 열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상회담은 결코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는 유럽의 가장 오래된 격언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을 뿐이다. 예상했던 대로 참가국들은 각자의 입장을 양보하지 않으려고 했다. 결국 이번 회담은 단일 유럽을 향한 전망을 제시하기보다는 각 나라의 최소한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 그쳤다. 게다가 의장국인 프랑스를 비롯해 큰 나라들은 작은 나라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낼수록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킬 가능성이 많다는 ‘교훈’을 던져주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미 그 모범을 보여주었다. 지난 98년 유럽중앙은행 의장직에 프랑스인을 앉히기 위해 당시 의장이었던 빔 뒤센베르크의 조기 퇴진을 강력히 촉구해 콜 총리를 난감하게 하고, 99년 프랑스 농민의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슈뢰더 총리와 논쟁을 벌여서 국제무대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이번에는 투표권 조정에서 벨기에(12표)보다 인구가 500만명이 더 많다는 이유로 네덜란드에 1표(13)를 더 주었으면서도 프랑스보다 인구 2천만명이 많은 독일에 표를 더 주는 것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프랑스의 이런 태도는 그래서 “최소한의 논리도 없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부정적인 평가들이 빗발치는 가운데 프랑스 언론은 한결같이 이번 회담의 가장 긍정적인 면은 지난 6개월 동안 삐걱거리기만 했던 시라크-조스팽 동거정부가 유럽연합의 동반자들에 맞서 프랑스의 국가이익을 방어하는 데 일치 단결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12월11일 새벽 6시께 회담이 끝난 뒤 만면에 웃음을 띤 조스팽 총리는 엘리제(대통령)와 마티냥(총리)의 “인간적, 지적 융합”으로 정상회담을 만족스럽게 마무리지었다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니스에서의 ‘신혼여행’이었다고 평가될 정도로 한 호텔에 묵으면서 두 사람이 연대를 과시한 결과 그 보좌관들의 브리핑에서도 거의 같은 표현과 분석들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인 수요일 저녁, 로빈 쿡 영국 외무부 장관, 루돌프 샤르핑 독일 국방부 장관, 안토니오 구테레스 포르투갈 총리 등 각 나라의 사회주의 인사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조스팽 총리는 이 자리에서 다른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협상전략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 모습은 이데올로기의 유사성보다는 국가이익이 우선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조스팽 총리는 내년 1월이면 의장국이 스웨덴으로 이양된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프랑스 의장이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고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밀월은 한순간일 뿐 그러나 두 사람의 공동보조에 미래는 없어 보인다. 다음주 국회는 2002년 의회 선거와 대통령 선거의 구체적인 시기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스팽 총리는 대통령 후보 출마를 위해 정치인 100명의 지지서명을 받으러 나설 것이다. 반면에 시라크 대통령은 그동안 유럽연합 정상회담을 핑계로 피해왔던 부패스캔들의 집중적인 포화를 받게 될 전망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미셸 후생의 법적인 처리, 비공식 회계원이었던 카세타의 고백들이 불거져나오면서 거의 궁지에 몰려 있었다. 설명을 요구하는 당내, 외부의 압력에 “시사면에 대한 논평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럽 건설의 미래를 좌우하는 정상회담을 프랑스의 이름으로 주재하기 위해 니스에 있다는 것을 당신들은 모르는가”라고 맞받아치던 시라크 대통령도 회담이 끝난 마당에 이제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짧은 밀월기간을 보낸 두 사람 앞에는 각기 다른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파리=신순예 통신원 soonye.sin@libertysurf.f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