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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에이즈, 이미 작동된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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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2-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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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사이 두배로 증가한 중동 에이즈 환자 수치… 보수적인 성의식이 대책마련의 장벽

(사진/서로 손을 잡고 이집트 카이로의 한 거리를 걷고 있는 두 남자.중동지역에서 에이즈의 확산은 동성애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전문가들은 막대한 지참금 문제 때문에 정상적인 결혼이 불가능해진 남성들이 동성애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제 중동국가들도 에이즈의 무차별 공격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지역의 에이즈 환자가 1년 새 100% 가까이 늘어나는 등 급속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유엔에이즈위원회(UNAIDS)의 보고서에 따르면 99년에 15살부터 49살 사이 성인 감염자가 22만명 정도였던 것이 올해 말에는 새로 감염된 8만여명을 비롯해 40만명을 넘어섰다. 99년 통계를 기준으로 15살부터 49살 사이 성인 인구 전체의 0.12%에 이른다. 한국이 3800명으로 0.01%를 보이는 것과 비교한다면 12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즈 확산을 방지할 만한 적절한 조처가 마련되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에이즈 확산은 중동사회를 파괴할 수 있는 일종의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한다.

중동의 에이즈 감염수치는 알제리가 22만명으로 가장 많고, 수단 14만명, 지부티 3만7천명 순이다. 걸프연안국가들은 에이즈 환자 수치가 1천∼2천명 정도로 다른 지역보다 낮게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들 보수적인 걸프연안국가들이 실상을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다는 점과 청소년층의 감염률이 높다는 데 있다.

근본원인은 마약과 매매춘


이란이 그 한 예를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란은 하타미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도 에이즈나 매매춘에 대한 존재를 부정해왔지만 지금은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다. 이란의 AIDS퇴치국민위원회 의장인 바흐람 예가네흐는 와의 인터뷰에서 “에이즈가 이란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HIV 항체검사 결과 에이즈 환자로 공식 등록된 사람은 2207명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 죽음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1만명에서 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심각한 고백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15살 이하의 어린이 감염률이 전체 감염자의 12%, 15∼24살이 32%를 차지하고 있다. 10대 매매춘 증가와 15살 이하 청소년층의 에이즈 감염률의 증가는 깊은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대략적으로 중동 각국의 에이즈 감염자 중 5∼20% 안팎이 15살 이하이다.

불충분한 자료와 실태조사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UNAIDS는 중동 각국의 에이즈 주요 감염요인으로 동성간의 성관계를 꼽는다. 동성간 성관계와 매매춘을 통한 감염이 전체 감염률의 절반 가까이 나타난다. 그 다음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주사기를 이용한 약물 정맥주사가 꼽힌다. 그밖에 요인들로는 태내에서 어머니에게 전염되는 경우와 감염된 피를 수혈받는 경우이다. 이는 사회·경제적인 혼란과 가치관 붕괴 등으로 마약 복용과 상업적 성행위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에이즈가 급속히 확산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매매춘 등의 ‘부적절한 성관계’는 중동 각국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성교육마저 금기사항?

에이즈 환자가 증가추세임에도 중동 각국의 국민들의 에이즈에 대한 인식수준은 매우 낮다. 일부 전문가들이 중동의 에이즈 문제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우려하는 것은 현재의 에이즈 감염 상황 때문이라기보다는 에이즈예방캠페인이나 올바른 성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을 통해 에이즈가 확산된다는 판단에 따라 대부분의 중동 국가에서는 외국인들에 대한 혈액검사를 의무화하고 있고, 자국민의 해외여행시 안전사항 등을 교육한다. 하지만 문제는 내국인들의 에이즈 검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나 사회적인 관심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란이나 요르단, 레바논 등 극소수의 나라에서 극히 제한된 방식으로 에이즈 예방캠페인이나 성교육이 이뤄지는 정도이다. 요르단과 레바논은 에이즈 문제해결을 위해 청소년과 대학생, 택시기사나 이들과의 접촉 가능성이 큰 국민들에게 예방활동을 벌이고 있고, 직통전화를 통해 상담에 응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의 문화와 종교적인 보수성으로 인해 성교육마저 하나의 금기사항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부와 이슬람 종교지도자들간에 에이즈 대책 등을 위한 협의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아직 공론화되기에는 갈길이 멀게만 보인다. 성문제나 질병을 토론하고 공개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에이즈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암만=김동문 통신원yahiya@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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