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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에스트라다, 당신을 탄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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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2-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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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잃어버린 도덕적 지배권…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당신과 필리핀 모두에게 이처럼 황당했던 경제상황은 없었지요?

대통령, 당신과 필리핀 경제의 운명은 함께 목이 매달린 상태란 걸 잘 알고 있겠지요?

지난 10월9일 당신이 주에텡(일반적으로 가난한 지방에서 널리 유행하는 도박)으로 수백만달러의 뒷돈을 챙긴 사실이 폭로된 뒤 말입니다.

‘주에텡게이트’


이런 막대한 스캔들은 당신이 가장 신뢰했던 내부집단에 의해 고발된 것인데, 루이스 차빗 싱손 일로코스 주지사는 당신의 이른바 ‘야간내각’ 멤버일 뿐만 아니라 당신과 오랫동안 사귀어온 절친한 친구지요. 우린 당신들이 서로 당신 아이들의 대부라는 사실까지 익히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정치적 후견인들로부터 일찌감치 겨난 싱손은 당신에 대한 깊숙한 소문들을 확인했어요. 당신이 고단한 대통령직책을 본디부터 경멸해 왔고 한편으로는 친척과 친구를 편애한다는 소문들 말이에요.

싱손이 당신과 관련된 사실들을 폭로할 때는 이미 악재들이 쏟아져 주가가 하락했고 페소화가 폭락가를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사업가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통치권의 위기’가 주범이라 규정했지요. “에스트라다의 어리석음 탓이다!” 모든 시민들이 간단하게 대통령이 경제와 정치적 위기의 원천이라 단정했다는 걸 잘 알고 있겠지요?

경제는 민다나오섬의 회교분리주의자들이 21명의 외국인들을 붙들고 인질극을 벌였던 때부터 이미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면서 악순환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6개월 동안이나 질질 끌었던 당시의 위기상황 속에서, 국내외로부터 결단력이 부족한 당신의 정치력에 대해 맹렬한 비판이 쏟아졌다는 사실쯤은 당신 스스로도 잘 알고 있겠지요?

닉슨을 쫓아냈던 그 추악한 ‘워터게이트사건’을 연상시키며 국내언론들이 ‘주에텡게이트’란 별명을 붙이기 전부터 이미 사업가들은 가게를 닫아 걸고 대규모 휴업 단행을 도모해 왔습니다. 시민들이 인질극의 파급효과를 일찌감치 예견하자 즉각 유가가 상승했던 걸 기억이나 하고 있나요? 노동분야는 임금인상 주장으로 떠들썩해졌고, 페소화는 하락했고, 정정은 불안정해졌지요? 특히 사업분야의 수많은 이들은 당신이 지닌 친구·친척 중심의 족벌주의와 부정부패에다 어리석은 행동이란 ‘병세’가 바로 경제를 곤경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주목해왔습니다.

싱손의 폭로 전부터도 당신의 정부는 집요하게 이어지는 스캔들과 스캔들로 시민들을 괴롭혀왔습니다. 당신의 가장 절친한 친구 단테 탄의 주가조작 개입사건을 비롯해 담배·항공분야를 대부호 루시오 탄에게 건네준 것과 같이 수많은 대형 이권을 측근들의 몫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말입니다.

왜 재산문제에 당당하지 못한가요

필리핀부정폭로언론센터(PCIJ)는 당신이 보고한 230만페소의 재산과 부채는 거짓이며, 당신이 수십억페소의 재산을 여러 가족들 명의로 감춰왔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대통령, 당신이 여성편력에 대해서는 마치 아무것도 감추는 것이 없다며 당당하게 말해온 것처럼, 왜 당신의 재산문제에 대해서는 투명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한지요?

신추기경이 정부 운영을 위한 당신의 ‘도덕적 지배권’ 상실을 선언하며, 당신의 사임을 촉구한 뒤부터 사회 분위기는 더욱 어두워졌습니다. 기억하시겠지요? 신추기경의 성명서를? “에스트라다, 당신은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헌법에 따라 후임자에게 그 직책을 물려주고 떠나시오. 이게 시민들을 위하는 길이고, 이 요구에 유의하는 것이 결국 대통령을 위한 영웅적인 행동이 될 것이오.”

신추기경의 이 요구에는, 지난 1986년 민중의 힘으로 독재자 마르코스를 축출할 당시보다 더 큰 무게가 실려 있다는 사실을 당신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신추기경의 말 한마디가 시민들의 항쟁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를 아마 대통령 당신도 잘 기억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당신의 사임을 놓고 이미 의회조차 탄핵에 착수하지 않았습니까? 대통령, 당신의 정당이 지배하고 아첨이 난무하는 의회 제도 속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당신은 탄핵으로 겨나는 최초의 필리핀 대통령으로 기록되겠지요?

당신은 아직도 1998년 당신을 많은 표 차이로 뽑아준 대중의 신임을 인용해가면서 상황을 즐기고 사임을 거부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런 착각을 거두기 바랍니다. 당신의 전임 주택장관 카리나 데이비드가 의심쩍다고 말했던 것처럼, 당신은 표를 얻기 위해 땅문서들의 증명서를 배급하면서 도시 빈민지역을 순회했습니다. 이렇게 대통령이 된 뒤 당신의 모습을 데이비드 같은 이들이 잘 진술해 왔습니다. “대통령은 허구한 날 밤 늦도록 술 마시고 마작에 빠져, 개인적인 삶에 몰두해 있는 탓으로 가난한 이들을 찾아다니기 참으로 힘들다”고 말이에요.

12월7일 상원에서는 당신에 대한 탄핵건을 놓고 한바탕 볼썽싸나운 일이 벌어지겠지요. 이 발빠른 계획은 당신의 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면죄부를 얻겠다는 작전처럼 준비되고 있다더군요. 벌써부터 상원의원들에 대한 빈틈없는 흥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문들이 자자하고. 돈, 물론 이게 빠질 리 없겠지요. 어쨌든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여기 시민들의 의지를 대신 전해드리지요. 상원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잠들지 않는 대중은 상원의 표결이 당신 개인의 이익과 당신에 대한 충성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의와 사회의 이익을 위한 건강한 도덕적 원칙을 따르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처럼 재앙의 조짐을 알아차리기를 거부하는 일부 상원의원들도 있겠지요. 당신의 신뢰심을 얻기 위해 표를 던지는 자들 말이에요. 이들이야말로 선택의 여지없이 당신과 운명을 함께할 것입니다.

파손된 타이타닉이 버티다니…

(사진/마닐라 중심가에서 도박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이게 형사재판으로 가지 않는 정치재판이라고 가벼이 여기지 말기 바랍니다. 이런 게 대통령 당신에게야 가벼운 일거리일지 몰라도 우리 필리핀의 장래를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일들이 됩니다. 만약 당신이 탄핵에서 살아남더라도 진정한 문제는 이 위기가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대로 이미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고 시민들의 명예는 땅에 떨어진 상태라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당신의 전직 각료 가운데 한 사람이 저에게 말하더군요. “대통령이 상원에서 면죄부를 받더라도 그가 실질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이예요. “마치 파손된 타이태닉이 가라앉지 않으려고 버티는 것과 같다”는 말도 하더군요. 그는 거리의 분노가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상식과도 같은 말을 덧붙이더군요.

대통령,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이게 결코 당신과 당신의 정부가 처음으로 우리를 혼란스런 논쟁거리 속으로 집어던진 게 아니지요? 스캔들로 이어지는 당신의 정치 과정에서 당신은 때마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경제 모든 분야의 개혁이 좀더 필요하다고 너스레를 떨곤 했는데, 이 모든 것들을 잘 기억하고 있겠지요?

바로 지금, 필리핀 시민들은 분명하고도 분한 의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선택은 너무 명료합니다. 필리핀은 새로운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필리핀 시민으로서 자부심과 신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멋진 통치력을 보여줄 만한 대통령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여기, 마거릿 채이스 스미스가 남긴 말을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선물합니다.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사람들이 말하고 있을 때, 당신은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시오.”

마리테스 시손(Marites Sison)/ 전 <마닐라타임스> 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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