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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정신병동에서 해방된 자폐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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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2-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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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형벌, 자폐증… 통제와 지시보다는 사랑을 가르치는 ‘아담 쉘튼 센터’를 둘러보다

(사진/일인극을 공연하고 있는 하워드 버튼)
자신의 세계 속에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생명의 빛을!

생 드니에 자리잡고 있는 자폐아 치료를 위한 ‘아담 쉘튼 센터’는 아담한 3층 건물과 그에 딸린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관 입구에는 4개의 소파가 있는데 한 아이가 소파의 귀퉁이에 앉아서 손바닥으로 머리를 치며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아쉽게도 내부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건물의 외관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자폐증은 장애다?


건물 안 한 방으로 들어가자 어딘가를 멍하게 보고 있는 아이들이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있다. 자원봉사자는 아이가 손등을 물어뜯으려 하자 같이 손등을 물어뜨는 시늉을 한다. 아이는 행동을 멈추고 멍하니 그를 쳐다본다. 그리곤 입을 벌려 ‘새야아…”라는 의미없는 단어를 내뱉는다. 자원봉사자가 아이의 말을 또 따라한다.

다른 방에선 아이들이 아니라 치료자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작 그림을 그려야 할 아이들은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몇명의 아이들이 점차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곤 필기도구를 들고 치료자의 그림을 따라 그린다. 음악소리가 들리는 옆방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들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듣고, 따라 부르고, 관심이 없으면 그냥 앉아 있을 뿐이다.

또다른 방에서는 옷 갈아입는 법과 자신의 이름을 쓰는 법을 가르치느라 열심이다. 물론 아이들이 제대로 따라할 리 없다. 그러나 치료자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계속 반복, 숙달시킨다. 자폐증은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할 질병이므로 성인이 되었을 때 최소한 자신의 일을 자기가 해결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자폐증은 ‘영원한 형벌’이다. 1940년대 자폐아의 일반적 특징이 의학적 진단과 분석을 통해 확인된 뒤 이들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많은 진보가 있었다. 환경에 의한 영향, 유전적 요인, 신경구조의 문제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도 그것은 신비에 싸여 있다. 현재까지 자폐증이 완전히 치료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는다. 자폐아의 부모들이 겪는 심적 고통은 세계 어느 곳이나 다르지 않다.

자폐아를 어디에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논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폐증을 정신질환의 범주에 넣고 있으나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서는 자폐아를 복합성 장애자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의학적 판단에 따라 어떤 치료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가 달라진다. 작가이면서 1인극 연기자, 심리학자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미국인 하워드 버튼은 자폐증을 ‘복합성 장애’라고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모방주의’ 치료를 주장한다. 보통 자폐아는 집안에서 방치되게 마련인데, 치료센터에서 이 아이들의 행동을 모방하고, 아이들은 치료자의 행동을 모방하면서 점차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는 것이다.

하워드 버튼은 전에 활동했던 ‘자폐아의 커뮤니케이션 센터(코쉬즈)’의 수공업적 활동을 지양하고 더욱 체계화되고 전문화된 구조 속에서 활동을 벌이기 위해 수년간 이 센터를 준비해 왔다. 결국 지난 97년 꾸준한 시도가 결실을 맺어 정부의 허가와 지원을 받아 이 센터를 열 수 있게 되었다. 심리학자, 예술가, 특수 교육자 등 다양한 직업인들이 상근자, 비상근자, 자원봉사자로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의 병원, 의료보험기관, 오락시설 등이 이들의 활동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이 센터에는 현재 자폐증세가 너무 심해 다른 기관에서 거부된 10∼20살 사이의 자폐아 30명이 통학을 하고 있다. 병원이나 기숙사체계도 있지만 이 센터는 통학체계를 선택했다. 아이들은 아침 9시쯤 다른 아이들이 등교하는 것처럼 이 센터에 온다.

이들은 6∼7명씩 한 그룹으로 묶여 사회화 과정을 익히기도 하며 음악, 회화, 연극, 수영, 요리, 무용 등 다양한 문화 아틀리에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이들이 사회생활에 적응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며 이들의 감각과 인식 기능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강제가 아닌 자유롭고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러한 활동들을 해나감으로써 자폐아들과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기본적인 애정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그들이 외부세계에 문을 열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려는 것이다.

병원은 그들을 퇴보시키기만 할 뿐

(사진/애덤셸튼센터의 정문. 아동의 인권문제 때문에 내부촬영은 금하고 있다)
센터는 자폐아들의 아틀리에 활동을 관찰한 뒤 이를 여러 면에서 분석한 결과를 다시 활동에 반영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자폐아들에게 획일적인 프로그램을 결코 적용하지 않는다. 자폐아들이 갖고 있는 개인적 성향과 특징에 따라 그에 맞는 교육프로그램과 치료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치료방법에 힘입어 자폐아들이 난폭한 행동을 줄이고, 자신의 이름을 적을 줄 알고, 지하철을 탈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등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굉장히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워드 버튼은 “기관에 있는 대부분의 자폐아들이 로봇처럼 인도되어 행동을 바꾼다. 자폐아들이 우리의 도움과 격려로 진정 그 내부로부터, 정서적으로 욕구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바로 이 센터의 핵심적인 정신이다. 이 센터는 자폐아의 부모들에게 활동의 목적이 아이들을 정상인으로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솔직히 밝히고 있다. 그보다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이 센터에 들어오기 위해 200명이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인력과 시설의 부족으로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워드 버튼은 이 문제를 무척 안타까워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전체에 현재 8천명의 어린이와 2만3천명의 성인이 자폐증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볼 때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기관들의 수가 너무 적고 인원과 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실태이다. 대부분의 자폐아들이 고통 속에 방치되어 있다. 지난 96년 자폐아를 비롯한 정신장애아동 가족들의 적극적 활동에 힘입어 이 분야의 기관들이 한해에 1억프랑에 해당하는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 프랑스는 자폐아 문제에 대해 북유럽, 영국, 미국에 비해 20년이나 뒤쳐져 있다. 1975년 장애자 법안이 마련되었지만 관계자들은 자폐아에게 특별한 치료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폐아가 커서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었을 때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사회화와 자율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은 그들을 퇴보시키기만 하는 정신병동으로 보내진다. 정신병원 설립과 관리는 의료-교육 연구소 하나 만드는 것보다 2배의 비용이 든다.

애덤셸튼센터의 활동은 의료-교육연구소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의 자폐아 가족들은 이 센터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인터뷰/ 하워드 버튼
‘광대’가 된 심리학자

어릿광대, 작가, 심리학자인 하워드 버튼. 프랑스인들은 80년대 이곳에 정착해 활동하고 있는 이 미국인을 항상 존경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활동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파리와 지방을 순회하며 피아노 독주를 공연하고 있고 지난달에 <성공하는 것은 언제인가?>(Quand est-ce qu’on arrive?)라는 제목의 소설을 냈다.

-1998년 1인극 부문에서 몰리에르상을 수상한 것으로 아는데 어릿광대를 하게 된 동기는.

=뮤직홀의 예술가였던 어머니로부터 예술적 재능을 이어받은 것 같다. 어쨌든 그런 분위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거의 모든 춤을 배웠고 6가지 정도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복화술도 배웠다. 한때 악기점에서 일하기도 했으며 드럼 연주가로 일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중국어와 극동종교를 공부하다가 우연히 ‘어릿광대를 양성하는 학교’의 학생 모집 광고를 보았다. 그것은 당시 미국에서 보기 드문 것이었다. 그 학교를 나온 뒤 서커스단에서 일하기도 했다.

-1인극에서 변함없는 주인공인 뷔포는 어떤 인물인가.

=그는 백색 피부, 빨간 코를 가졌다. 이 인물은 공연을 거듭하면서 그 성격이 분명해졌다. 극에서 점점 텍스트를 삭제해왔기 때문에 뷔포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뷔포는 사람들에게서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랑을 찾는다. 그는 사람들을 웃기려고 애쓰지만 매번 실패한다. 완전한 공허의 메아리 속에서 실망한 뷔포가 무대를 떠나려고 하는 순간이면, 즉 좀 심각해지려고 하면 관객은 박장대소를 한다.

-프랑스에 정착하게 된 동기는.

=지난 80년 나의 첫 소설인 <내가 5살일 때 나는 나를 죽였다>(Quand j’avais 5 ans, je m’ai tu e')가 프랑스에서 100만부가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사실 미국에서는 그렇게 빛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책 선전을 위해 프랑스에 왔다. 당시 자폐아에 대한 심리학 박사 논문을 쓰고 난 상황이었는데 때마침 파리 근교의 한 병원으로부터 수습 제의를 받았다. 다른 몇 군데 병원에서 일을 계속 하고 있을 때 현재 파리 8대학 교수로 있는 포메디오와 자폐아의 커뮤니케이션 연구 센터(Kochise)를 열게 되었다.

-자폐아를 전문으로 하게 된 동기는.

=처음 자폐아를 만난 것은 74년 일이었다. 14살 때부터 방학기간을 이용해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몽골증 환자들을 위한 병원이라고 생각하고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그런데 병원 문을 들어선 순간 내가 발견한 것은 바로 자폐아들이었다. 그것은 대단한 충격이었다. 그 병원에서 3년간 일하면서 몇명의 자폐아들과 특별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웨스트우드에 있는 신경정신과연구소에 등록해 자폐아를 위해 계속 일했다. 사실 나는 대학에서 학사, 석사와 같은 전통적 절차를 밟아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한 교수의 강력한 추천으로 보스턴대학의 심리학 박사과정에 곧장 들어가게 되었다. 그뒤로 이 분야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아담 쉘튼 센터의 연락처

Centre Adam Shelton Institut M dico- ducatif 14, rue lanne 93200 Saint-Denis FRANCE
전화: 48 13 74 80
팩스: 48 13 74 99

파리=신순에 통신원 soonye.sin@libertysurf.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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