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소련의 영화 꿈꾸는 독립국가연합 콤소몰연합… 주가노프와의 차별성 주장하나 대안은 없어
지난 세기의 유물로 전락한 혁명. 2000년 11월 러시아 혁명 83주년 기념에 임박해 모스크바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콤소몰(청년공산당원)회의가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열렸다. 이 때문에 공산당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콤소몰의 주요 멤버들은 과연 어떤 회의에 참석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대회는 러시아 공산당의 공식조직인 ‘콤소몰연합’ 2차 전원회의. 지난 10월29일치 <인테르팍스>가 전한 바에 따르면 이 대회에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가 직접 참석해 개회사를 했다. 회의는 “재정부족 상황 타개”라는 의제가 보여주듯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러시아 콤소몰의 일면을 드러내는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중앙통제위 의장 이리나 콘드라슈키나는 정례 보고에서 “현재 회원 개인소득의 1%로 책정되어 있는 콤소몰 회비모금 규정이 러시아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실제로는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라며 “회비 외에 별도로 콤소몰 재정확보의 추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각국의 청년공산주의자들이 한자리에
이런 초라한 회의와는 별개로 다른 한곳에서는 현 러시아 공산당 공식 콤소몰의 노선을 비판하고 러시아뿐만 아니라 옛소련지역 내 전 콤소몰의 단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져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회의에는 독립국가연합 내 각국 주요 콤소몰 세력 대표들이 비밀리에 참가했다. 이들 ‘독립국가연합 콤소몰 연합 준비회의’는 오는 12월31일 이전에 전 독립국가연합 회원국 및 발트해 3국의 청년공산당원을 하나의 조직체로 묶는 조직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말하자면 옛소련 시절의 콤소몰과 같은 형태의 조직을 구성한다는 웅대한 취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 회의에 독립국가연합 전체 회원국 콤소몰 대표들이 모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대회 결정사항으로 12월 콤소몰의 창설 준비를 일임할 ‘벨로루시-러시아 콤소몰 연합 조직위원회’를 출범시켜 ‘독립국가연합 콤소몰 연합’으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날 비밀회의에는 벨로루시,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의 콤소몰 대표들 외에 벨로루시의 청년애국연합 및 민족청년연맹의 대표자 등 다양한 친공산주의계 조직 대표자들이 참석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발표자 중 한 사람인 우크라이나 콤소몰 지도자 알렉산드르 스타레츠는 “옛소련지역 청년공산당원의 단합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라 역설했다. 주목할 점은 대회 다음날 <이즈베스치야>가 보도했듯, 이들의 의도가 관철될지와는 별개로 모스크바에서 옛소련의 핵심 구성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및 벨로루시의 청년공산당원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실 그동안 각국 청년공산당원들이 단결하기 어려웠던 것은 이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었다. 벨로루시의 경우 콤소몰은 과거 옛소련의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세부 저변 조직망을 갖추고 있고 활동 또한 활발한 상태이다. 반면에 러시아의 콤소몰은 단지 예전의 추억거리로 성인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 뿐 대다수 청년대중에게는 매우 낯설은, 호응도가 낮은 일부 집단의 움직임으로만 여겨져 왔다. 특히 러시아 내 콤소몰의 인기 하락은 현재 주가노프가 이끄는 러시아 공산당이 일반 청년들에게 이렇다 할 비전을 주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회기 때 두마의원으로 활약했으며 현재 비주가노프계 러시아 콤소몰 대표의장을 맡고 있는 다리야 미티나는 이날 대회에서 “현재의 콤소몰이 소련 시절의 영화를 획득하는 기본 전제조건은 현 주가노프계의 러시아 공산당 공식조직인 콤소몰 연합과 최대한 거리를 두면서 독자적인 러시아 콤소몰을 창출해내는 것에 있다”고 호소해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와 함께 ‘전 러시아 공산주의 사회-정치 운동’ 비서직을 맡고 있는 안드레이 브레즈네프 또한 공동의장 자격으로 등단해 강한 어조로 주가노프계 콤소몰 노선을 직접 비판했다. 바로 이 두 사람의 적극적인 주도에 의해, 현재의 러시아 공산당 공식조직인 콤소몰 연합의 조직망과 세에는 못 미치지만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전체 옛소련지역 콤소몰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초조직으로 ‘독립국가연합 콤소몰 연합 창설을 위한 국제조직위원회’가 그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호화호텔에서 뭘 하자는 것인가
그러나 일각에서는 웅대한 취지와 외관상 그럴듯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새로 뜨고 있는 콤소몰이 진정 사회주의적 이상에 입각한 조직체 구성을 표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이 표시되고 있다. 우선 지적되는 점은 새 콤소몰 회원들이 “반주가노프”만을 외치고 있을 뿐 독립국가연합 콤소몰 연합이 무엇을 표방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조직 구성 원칙과 형태가 옛소련의 그것과 거의 흡사하다는 것 외에 그 어떤 대목에서도 ‘사회주의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 대회가 올해 푸틴 대통령의 후보 추대식이 거행되었던, 모스크바에서 가장 호화스러운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렸다는 점도 이런 의심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이 대회 주도자들은 다가오는 12월 창설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여름에는 흑해의 소치 해변에서 옛소련지역 내 전체 청년학생을 위한 페스티벌을 개최해 대대적인 콤소몰 확대를 도모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행사의 재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베일 속에 가려 있다. 어쩌면 새 조직의 회원들은 비싼 콤소몰 회비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실 러시아 현대사에서 지난날의 참신하고 적극적인 미래형의 청년공산주의자를 지칭했던 ‘콤소몰’(그 용어는 실제 ‘레닌기치의 전 소비에트 청년공산주의자’라는 조직명칭에서 비롯한다)은 나이든 세대들의 회고담으로만 회자돼 왔다. 그렇기 때문에 한때 소비에트 공산당의 방계조직으로 독자적인 위상을 자랑해오던 콤소몰이 그 명맥만 남아, 현재 러시아 공산당의 조그마한 하부조직 형태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일부 대중에게는 별반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옛소련 해체와 함께 몰락의 길을 걸어야만 했던 콤소몰이 본격적으로 과거의 향수 차원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 활동적인 조직체로서 다시금 재탄생하는 계기는 올해 3월에 있었던 대선이다. 대선운동 기간 동안 각 후보 진영의 주요한 전술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젊은 표를 흡수하는가였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유사 콤소몰 조직들이 창설된 것이다. 이를테면 트란스아에로 항공사 사장이 대표인 급조된 정치단체 러시아 미래당의 산하에 새로운 청년조직이 형성되었고, 직접적으로 옛소련의 콤소몰을 계승한다는 기치하에 새 세대운동이라는 청년공산주의 단체가 결성되었으며, 현 러시아 공산당에 소속돼 있던 청년공산주의자들의 지도급 인사들 중 이탈자들이 중심이 되어 러시아 콤소몰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현지 주요 언론들은 우후죽순처럼 나타난 다양한 콤소몰성 조직들에 대해 “단지 대선운동 차원에서 급조된 것들일 뿐 과거의 콤소몰과 그 어떤 동질성도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한 바 있다.
푸틴의 콤소몰로 전락할 위기도
이와 함께 이 단체들은 대부분 주가노프를 비판하면서 대통령 후보로 푸틴을 내세우고 있는, 사실상 푸틴의 친위단체에 가까웠다는 게 중론이었다. 러시아 콤소몰도 일부 지도자들이 대선에서 푸틴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콤소몰 재편 운동의 싸움은 결국 현재 러시아 공산당계의 콤소몰 연합과 새로운 조직체인 러시아 콤소몰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압축될 전망이고, 그 결과에 따라 독립국가연합 내 콤소몰의 통합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차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이념에 철저히 충실하고자 했던 과거 옛소련의 막강한 콤소몰 신화가 재현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양쪽 모두 자신이 표방하고 있는 이념에서 뚜렷하게 대중에게 호소력을 갖지 못하고 있고 게다가 차별성도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콤소몰 연합의 이념적 강령은, 바로 이날 2차 전원회의에서 행한 주가노프의 연설에서 확인되듯이 “사회정의, 평화, 민족간 친화에 입각한 강한 러시아 만들기”라는 러시아 공산당의 구호와 유사하ㄷ. 문제는 “강한 러시아 만들기”라는 개념이 유독 공산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현지 논평들은 바로 이 “강한 러시아”라는 개념이 점점 더 좌익에서부터 우익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예시하기도 한다. 결국 콤소몰의 미래는 애매모호한 러시아 공산당의 이념적 지향만큼 불투명한 상태이다. 오직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가노프의 콤소몰이냐? 아니면 푸틴의 콤소몰이냐?”라는 정쟁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통신원parkhb_spb@yahoo.com

(사진/러시아 콤소몰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주가노프 노선과 최대한 거리를 두려 한다. 대선유세에 나선 주가노프 러시아 공산당 당수)
이런 초라한 회의와는 별개로 다른 한곳에서는 현 러시아 공산당 공식 콤소몰의 노선을 비판하고 러시아뿐만 아니라 옛소련지역 내 전 콤소몰의 단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져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회의에는 독립국가연합 내 각국 주요 콤소몰 세력 대표들이 비밀리에 참가했다. 이들 ‘독립국가연합 콤소몰 연합 준비회의’는 오는 12월31일 이전에 전 독립국가연합 회원국 및 발트해 3국의 청년공산당원을 하나의 조직체로 묶는 조직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말하자면 옛소련 시절의 콤소몰과 같은 형태의 조직을 구성한다는 웅대한 취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 회의에 독립국가연합 전체 회원국 콤소몰 대표들이 모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대회 결정사항으로 12월 콤소몰의 창설 준비를 일임할 ‘벨로루시-러시아 콤소몰 연합 조직위원회’를 출범시켜 ‘독립국가연합 콤소몰 연합’으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날 비밀회의에는 벨로루시,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의 콤소몰 대표들 외에 벨로루시의 청년애국연합 및 민족청년연맹의 대표자 등 다양한 친공산주의계 조직 대표자들이 참석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발표자 중 한 사람인 우크라이나 콤소몰 지도자 알렉산드르 스타레츠는 “옛소련지역 청년공산당원의 단합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라 역설했다. 주목할 점은 대회 다음날 <이즈베스치야>가 보도했듯, 이들의 의도가 관철될지와는 별개로 모스크바에서 옛소련의 핵심 구성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및 벨로루시의 청년공산당원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실 그동안 각국 청년공산당원들이 단결하기 어려웠던 것은 이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었다. 벨로루시의 경우 콤소몰은 과거 옛소련의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세부 저변 조직망을 갖추고 있고 활동 또한 활발한 상태이다. 반면에 러시아의 콤소몰은 단지 예전의 추억거리로 성인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 뿐 대다수 청년대중에게는 매우 낯설은, 호응도가 낮은 일부 집단의 움직임으로만 여겨져 왔다. 특히 러시아 내 콤소몰의 인기 하락은 현재 주가노프가 이끄는 러시아 공산당이 일반 청년들에게 이렇다 할 비전을 주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회기 때 두마의원으로 활약했으며 현재 비주가노프계 러시아 콤소몰 대표의장을 맡고 있는 다리야 미티나는 이날 대회에서 “현재의 콤소몰이 소련 시절의 영화를 획득하는 기본 전제조건은 현 주가노프계의 러시아 공산당 공식조직인 콤소몰 연합과 최대한 거리를 두면서 독자적인 러시아 콤소몰을 창출해내는 것에 있다”고 호소해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와 함께 ‘전 러시아 공산주의 사회-정치 운동’ 비서직을 맡고 있는 안드레이 브레즈네프 또한 공동의장 자격으로 등단해 강한 어조로 주가노프계 콤소몰 노선을 직접 비판했다. 바로 이 두 사람의 적극적인 주도에 의해, 현재의 러시아 공산당 공식조직인 콤소몰 연합의 조직망과 세에는 못 미치지만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전체 옛소련지역 콤소몰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초조직으로 ‘독립국가연합 콤소몰 연합 창설을 위한 국제조직위원회’가 그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호화호텔에서 뭘 하자는 것인가

(사진/콤소몰이 추구하는 공산주의 재건은 가능한 일일까.사진은 혁명대열에 참여한 제정 러시아 군인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