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계/ <아프리카 웍스>(AFRICA WORKS)
“아프리카의 르네상스”라는 희망과 신념에 찬 구호가 공허한 정치적 수사로 전락하거나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프란츠 파농의 책)이 장밋빛 미사여구로 행하는 일종의 심리적 자위행위는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는 소식(대부분 암울하고 부정적인)이 각종 언론매체의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아프리카대륙의 풍부한 잠재력을 끊임없이 되뇌면서도 잠재력이 결코 겉으로 구현되지 않고 속에 잠겨 있게 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분쟁과 갈등의 평화적 해결은 진정 요원한가?
잦은 정변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 경제적 낙후성과 실패, 종족간 내전 혹은 역내분쟁, 실소를 금할 수 없는 혹세무민의 사회상, 질병의 창궐, 공동체사회의 붕괴 등이 아프리카 국가들을 설명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치, 경제, 사회적 제반현상의 원인들을 분석하고 해석, 예측하는 데는 상투적인 틀이 적용돼 왔다. ‘합리’와 ‘비합리’라는 분석틀을 적용함으로써 서구중심주의적 편견과 오류를 범해 온 것도 사실이고 인도주의적 관점에서만 바라봄으로써 근시안적 해석과 예측의 테두리 속에서 머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아프리카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인 장 파스칼 달로즈와 런던대학 킹스칼리지 패트릭 차발 교수가 다년간의 현지조사와 연구를 통해 아프리카의 제반현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분석틀을 제공할 수 있는 책을 출간했다. ‘혼란의 정치도구화’라는 부제가 잘 시사하고 있듯 저자들은 아프리카에서 정치행위의 주체들이 혼란, 불확실성 등의 상황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과 도구로 사용하고 있음을 주목한다. 정치행위가 규범화되고 공식화된 구도 속에서 전개되지 않고 의도된 비공식화의 과정에서 행해짐으로써 정치행위의 주체와 객체가 보호자-피보호자 혹은 시혜자와 수혜자라는 구도로 설정된다. 이러한 구도설정이 필연적으로 부패구조를 제도화하고 억압적 구조를 영구 가능케 하는 데 일조함은 자명하다. 고전적 정치경제학적 분석과는 달리 정치와 경제현상을 직조해내는 사회·문화적 맥락도 고찰함으로써 정치, 경제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 긴요한 관련 학문간의 유기적 연결을 모색하고 있는 점도 특색이다. 예컨대 급격한 속도로 현대사회로의 이행을 경험하고 있는 아프리카사회에서 부족의 정체성, 주술, 전통적 가치체계 등이 어떻게 재구축되어 정치·경제구조를 지탱해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예시함으로써 다각적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헨트=양철준 통신원 YANG.chuljoon@wanadoo.f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