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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유럽의 합창 “무서워요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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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4-0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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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11 스페인 테러 이후 반테러 협력작업 거론… 이라크전으로 갈라진 유럽이 다시 한 목소리

파리= 이선주 전문위원 nowar@tiscali.fr

철도역을 순찰하는 프랑스 군인들. 스페인 열차 테러 이후 유럽 전역이 테러 공포에 빠져 있다.(AP연합)
3·11 스페인 테러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다시 테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테러가 알카에다의 소행이라는 점이 확연해지고 유럽에까지 진출한 알카에다의 위협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 한돌을 또 다른 테러 소식들로 맞이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해결책이나 종착지도 없이 이어지는 전쟁과 테러의 후유증으로 전 세계가 동요하고 있다.


전쟁보다 수습이 더 힘들다

후세인이 체포된 이라크에는 연일 아무 데서나 터지는 폭탄과 총격이 독재자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란의 기운이 짙어가고 있다. 독재의 나라가 이젠 테러의 나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가 하면 문제의 대량살상무기는 ‘보유하고 있었다’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로 변질되었고, 마침내 지난 2월 부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았더라도, 충분히 만들어낼 역량은 갖고 있었다”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정작 이라크 현지에선 전쟁 때보다 전쟁 뒤의 수습이 더욱 힘들다는 메아리가 울려퍼지고 있으며, 불안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이라크 전쟁 1주년을 맞이해 백악관쪽은 “이라크인 56%가 전쟁 전보다 현재에 훨씬 만족하고 있으며, 그보다 많은 71%가 앞으로 더 나아질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낙관적인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3월18일 국제사면위원회(AI)가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은 비관적이다. “1년간의 전쟁, 무정부 상태, 경제 파탄, 폭력의 난무 속에서 이라크인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미래가 과거보다 낫기 위해서는 점령군들과 이라크의 정치·종교 지도자들, 그리고 국제사회가 함께 이라크인들의 인권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무고하게 사망한 시민만 1만명을 넘는다고 추정한 이 보고서처럼 이라크의 미래는 이제 미국에만 달려 있는 게 아니다. 점령군-이라크인-국제사회의 삼위일체 아래에서만 가능한 힘든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6월 말까지 이라크에 독립정부를 수립한다는 명분을 내건 채 이라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미국쪽에 가담한 회원국은 모두 48개국을 헤아린다. 이들 국가는 이라크 현지에서 미국과 다양한 형태로 공동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6개 나라가 파병국이다.

정권까지 바꾼 스페인 테러

참전국들은 전쟁 이후 획득한 이라크 국민들의 자유에, 비참전국들은 사회의 불안정에 초점을 맞춰 자신들의 입장을 홍보해왔다. 이런 와중에 불거진 스페인 테러사건이 이라크 참전국들에게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14일 스페인 총선 결과, 집권 여당이자 이라크 참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온 아스나르 총리의 국민당이 패하고 사회노동당이 승리해 집권당이 되었다. 친미 성향의 대서양 협력 외교 및 경제정책에 앞장서온 아스나르와 달리 사회노동당 당수이자 총리 예정자인 사파테로(43)는 줄곧 스페인의 이라크 참전을 반대해왔다. 그런 그가 당선 직후 스페인군 철수를 약속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라크 참전은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표명한 반전 의사를 무시한 스페인 정치의 과오일 뿐 아니라, 거짓에 기반한 전쟁이므로 미국과 영국 정부도 자아비판을 해야 한다고 사파테로는 일침을 놓았다. 이 여파로 미국의 동맹국가 정부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파병 군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비롯해 자국에 대한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에 대처하는 일이 간단치 않다. 이런 문제들이 국내 정치와 외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지극히 우려스럽다. 우익 국민당의 패배에 따른 반사이익의 성격이 짙은 스페인 좌파의 승리는 바로 3·11 테러에 기인하고 있어, 그 원인이나 여파가 아주 복잡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16일 이라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미국, 영국, 스페인 정상들. 이라크전 이후 유럽은 참전국과 반전국으로 갈렸다.(AP연합)
선거 전에 확실한 승리를 예상했던 국민당은 테러가 일어나자 그 여파를 염려한 나머지 언론에 테러가 알카에다의 소행임을 의도적으로 감춘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 조작’에 분노한 국민들이 총선에서 대거 ‘반국민당’ 투표를 한 결과 수많은 표가 사회노동당과 다른 당에 옮겨갔다. 따라서 스페인 테러는 미국 동맹국의 당연한 귀결이며 스페인의 정권교체는 알카에다가 주사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스페인 사회노동당이 집권당이 된 상황에서 이라크 사태에 대한 대응과 유럽 및 국제 외교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어 주목된다.

유럽 통합정책도 훨씬 수월해질 듯

지난해 이라크 참전을 둘러싼 유럽의 분열은 유럽연합 25개국 확대를 1년 앞둔 유럽에 큰 난관을 제공했다. 반전 노선의 중심에 자리하는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한 ‘강한 유럽’을 외치는 나라들이라면, 참전 노선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영국·스페인·폴란드·이탈리아 등은 친미 노선으로 단기적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나라들이다.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독일과 프랑스를 ‘늙은 유럽’이라고 비아냥거렸고, 영국·스페인 등은 ‘신유럽’으로 부르며 긴밀한 협조를 강조하기도 했다. 참전에 대한 찬반 결정은 모두 자국의 이익을 고려한 것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며, 유럽 각국의 외교 노선이 이라크 사태로 표면화되었을 뿐이다. 친미 노선과 유럽 노선으로 갈라진 상태에서 유엔의 승인 없이 전쟁이 일어났고, 전쟁 찬성국은 파병을 함으로써 오늘에 이르고 있다.

후세인은 체포되었지만,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당시 이라크 사찰을 담당했던 한스 브릭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은 전쟁 이후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사실을 표명하기도 했다. “오늘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은 이라크를 점령하기 위해 제시한 이유, 즉 무기와 그 무기들의 위험성은 거짓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 1년을 결산이라도 하듯 지난 3월11일 스페인 테러가 일어나면서 알카에다의 본격적인 유럽 진출을 알렸다. 유럽 정부들이 스페인 테러에서 얻은 교훈은 ‘정치는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총선 결과를 우려해 아스나르가 알카에다 테러설을 감추려 했음을 알아버린 국민들의 분노가 아스나르의 국민당을 패배에 이르게 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심쩍은’ 테러의 위협까지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참전국을 비롯해 비참전국 정부도 테러의 위협을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리고 있다. 또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을 선두로 하나둘씩 이라크 침공의 비도덕성과 주둔군의 향방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스페인과 함께 새 유럽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던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3월18일 기자회견에서 “대량살상무기라는 미끼에 걸려 (우리는) 배로 끌려갔던 셈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둔군의 철수는 참전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만큼이나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이렇듯 1년 전 동맹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쟁을 강행했던 독불장군 미국이 당면한 외교 현실은 거짓에 기반한 침공에 대한 반발과 세계 곳곳에 커져가는 테러의 위협이다. 이를 입증하듯 이라크 전쟁 한돌을 맞이해 서방 언론들은 이라크 전쟁은 ‘실패한 전쟁’이며, 적어도 ‘전략의 실패’라는 분석들을 쏟아내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대유럽 외교는 가시밭길이 예상되나, 유럽 국가 사이에는 정부 차원의 ‘반테러리즘 협력작업’이 거론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1년 전에는 유럽을 갈라놓았으나, 지금 유럽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유럽헌법안 채택을 강격히 반대해온 스페인과 폴란드 정부가 태도를 바꿈에 따라 유럽의 통합정책도 훨씬 수월해지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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