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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환영하오 ‘인권’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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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3-2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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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헌법수정안에 최초로 ‘인권 보장’ 명기… 후진타오 정권의 민심확보 전략

베이징= 박현숙 전문위원 strugil15@hanmail.net

부부가 밤에 ‘은밀히’ 성인 포르노를 본다고 하자. 그때 이웃의 제보를 받은 경찰이 찾아와 다짜고짜 한밤중에 집을 압수수색한다면 이는 과연 합법적인 공권력 행사일까, 아니면 국가가 마땅히 존중받고 보호해야 할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한 것일까.

중국에서 헌법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인권'이라는 말이 헌법에 들어갔다. 3월11일 열린 전인대 개막식.(연합)

시장경제 체제에 맞는 ‘새 옷’


2002년 8월18일 밤 11시, 중국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에 살고 있던 장 아무개 부부가 실제 당한 일이다. 이들 부부는 이웃의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음란물을 보았다는 혐의로 한밤중에 침실을 ‘수색’당하는 수모와 함께 그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과의 충돌을 빌미로 ‘공무방해죄’가 적용되어 4개월 가까이 구류를 당했다. 이 사건은 당시 중국에서 국가의 공권력 범위와 개인의 사생활권 및 인권침해와 관련해 폭발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 뒤 2003년 3월, 쑨즈강(孫志岡)이라는 청년이 잠주증(외지인들에게 발급하는 일종의 임시거주 증명서)이 없다는 이유로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광저우의 한 유랑자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던 중 돌연 사망했다. 고분고분 ‘말대답’을 했다는 죄로 구타를 당하다가 숨진 것이다. 이른바 ‘쑨즈강 사건’은 중국 내 인권운동의 물꼬를 트면서 중국 인권사의 새 장을 연 것으로 기록되었다.

2004년 3월14일 마침내 중국에 ‘인권’이 공포됐다. “국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한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0기 2차 대표대회가 열리고 있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는 ‘아홉글자 인권선언문’을 담은 헌법수정안 내용이 통과됐다. 헌법수정안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내 언론매체는 일제히 이날을 중국 ‘인권선언일’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인권이 헌법에 들어가다“라는 제목으로 표지이야기를 만든 중국 시사주간지 <신문주간>은 관련 기사에서 “비록 9개의 글자에 불과하지만 이것은 중요한 정치적·법률적 의의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내 여론이 이렇게 들뜬 것은 1954년 중국에서 헌법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인권’이라는 개념이 헌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미국 등 서방서계를 의식해 ‘민권’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했다. 중국의 한 언론인은 “이제 중국의 모든 부부들이 안심하고 성인물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만일 경찰이 음란물 관람은 불법이라고 압수수색을 하면 헌법을 들이대며 당신들은 지금 국가가 존중하고 보장하는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고 맞서면 될 것 아니냐”며 농담을 했다.

인권보장이 호평을 받은 것과 달리 중국의 국방비 증액 결정은 서방의 우려를 사고 있다.(GAMMA)
지난 3월5일부터 14일까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제10기 2차 대표대회에서는 1982년 이후 네 번째의 헌법수정안이 통과됐다. 인권보장을 포함해 “공민의 합법적인 사유재산은 침범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사유재산보호법과 3개 대표론, ‘계엄’ 관련 규정을 ‘비상사태’로 개정하는 등 지난 20년 동안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대의 낡은 먼지를 쓰고 있던 헌법을 21세기 사회주의 시장경제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혔다. 이들 수정안 내용 가운데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은 역시 ‘인권보장’ 조항이다.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 불안정 제거

3월8일 대외에 헌법개정안 내용이 처음 공개되자 중국 언론에서는 이 소식을 상세히 전하면서 이번 전인대 헌법개정안의 핵심은 바로 ‘인권’이라는 주석을 달았다. 백년에 걸친 ‘인권의 꿈’이 이뤄졌다고 했다. 중국인민대학교 한다위안(韓大元) 헌법학 교수는 <신문주간>과의 인터뷰에서 “1954년 헌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자본주의, 사회주의라는 양대 진영의 대립이 매우 첨예했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는 ‘인권’ 개념에 내재된 서방 사상을 부정하는 태도를 취해왔다”며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라는 모호한 문구가 인권을 대신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이 그동안 서방식 사상이라고 간주하던 ‘인권’ 개념을 이번에 헌법에 삽입하게 된 배경은 그간 중국 안팎에서 줄기차게 일어난 모종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세계경제정치연구소의 한 박사연구생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 중국지도부가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정치와 사회의 안정이다. 과거의 정치불안 요인이 주로 정치 파벌들간의 권력투쟁이나 이해관계에서 빚어진 측면이 컸다면, 1990년대 후반 이후 중국 사회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는 사회불평등과 권리의 불공정한 대우”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중국은 경제발전을 우선 과제로 놓으면서 효율을 가장 중심에 두었기 때문에 약자들의 권리나 빈부격차, 공민인권 등 사회불평등 현상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한 이후 중국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변화들에서 보다시피 사회불평등 현상이 만연하면서 곳곳에서 자신들의 합법적인 권리를 주장하는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고, 심지어 이것들이 체제를 위협하는 최대의 정치 불안정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후진타오 신정부는 이러한 불안정 요소들을 잠재우기 위해 이른바 ‘신삼민주의’, 즉 ‘권력은 인민을 위해 사용하고, 감정은 인민과 연결되고, 이익은 인민을 위해 추구한다’를 제창하는 등 민심 확보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헌법에 삽입된 인권보장 조항 역시 이런 중국 지도부의 새로운 정치·사회 안정에 대한 열망의 표현으로서 민심 확보 전략인 셈이다.

‘인권보장’ 신설이 중국 안팎의 ‘호평’을 받은 것과는 달리 이번 전인대 기간에 이뤄진 중국의 국방비 증액은 주로 서방 외신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월6일 인민대회당에서 2004년도 예산안 보고를 한 진런칭(金人慶) 중국 재정부장은 올해 국방비를 전년도보다 11.6%가 늘어난 218억3천만위안으로 증액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내건 게 “첨단 기술전 아래에서 전투 태세 강화와 군인들의 월급 및 퇴역 군인들의 연금 인상”이었다.

하지만 2003년 9.6%에서 일년 만에 다시 두 자릿수로 늘어난 중국 국방비 증액에 대해 통신과 <로이터> 등 서방 언론들은 ‘다른 목적이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즉, 다른 분야의 재정 예산은 경기 과열 등을 막기 위해 동결하면서 유독 국방비만 큰 폭으로 증액한 것은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줄기차게 독립을 ‘열변’하고 있는 천수이볜 등 대만 독립파들과 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미국을 겨냥한 무언의 ‘경고’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군사비 증액은 도마 위에

중국의 국방비 증액은 양안 사이의 군비 경쟁을 유발하고, 중국에 대한 팽창주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만 국방부 대변인은 즉각 “중국의 군비 증가는 지역 안정과 평화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즉, 중국 정부는 국방비 증액을 통해 대만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대만 및 서방쪽 여론에 중국쪽은 아주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의 국방비와 견주면 중국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라는 논리다. 중국 관영신문 <인민일보>에서 펴내는 <환구시보>는 “미국의 올해 국방비 예산은 전년도보다 10%가 늘어난 4880억달러에 이르고, 일본은 약 422억달러로 국방 예산 분야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 점유 비율로 따졌을 때 미국·영국 등 선진국보다 낮을 뿐 아니라 심지어 한국이나 인도보다 낮다”며 중국의 국방비 증액은 정상적인 군 현대화 작업의 일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중국쪽 해명과 반박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방 예산 증액뿐 아니라 그간 중국군의 현대화 작업 과정에서 나타난 해군력과 공군력의 두드러진 증강과 무기 체계의 첨단화 움직임 등은 미국과 대만, 일본 등을 겨냥한 군사대국화로 나아가고 있다는 지적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군사과학원의 뤄위안(羅援) 교수는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중국 국방비 증액의 주요 요인으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의 보위’를 꼽았다. 물론 이것은 대만 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른 국제정치 전문가들도 이번 국방비 증액은 “대만을 겨냥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아무리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해도 여전히 미국과 대만 사이에 존재하는 ‘대만안보강화법’과 이를 이용한 대만의 끊이지 않는 독립 요구는 중국군의 현대화와 군사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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