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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GM 농산물, 못 먹어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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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3-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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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와의 약속 깨고 유전자조작 식물 상업 재배를 허용할 움직임인 영국 정부

런던= 글 · 사진 줄리언 체인 전문위원 juliancheyne@mail06.onetel.net.uk

영국의 런던 시민들이 GM 농작물의 재배와 상업화를 반대하는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최근 유전자 조작(GM) 식물, 특히 옥수수의 상업적 재배를 허용하겠다는 정보를 계속 흘리고 있다. 이는 이전에 이미 반대 결론이 난 시민쪽과의 협의 과정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시험 재배에서 명백히 나타난 GM 식물의 부작용에도 고의로 눈감는 짓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의 토니 주니퍼는 “토니 블레어 총리는 비즈니스계 친구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영국 대중의 견해는 안중에도 없다”라고 비난했다

정부가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는 이유


정부, 특히 토니 블레어 총리는 항상 유전자 조작 식물을 지지했다. 과학부 장관인 세인즈버리 경 또한 바이오 테크닉 회사의 투자자이고, 관련 연구소와 긴밀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 GM 수호자가 부르짖는 논리는 영국은 차세대의 아주 중요한 과학과 상업적 발전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 조작 분야에서 자칫 뒤처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영국의 몇몇 일류 GM 과학자들은 이미 미국 등지로 떠났다. 국제원예연구소의 마이클 윌슨은 “이제 영국은 지적, 기술적으로 흐름이 정체된 상태다”라고 경고했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과학자가 이전보다 60%나 감소해 상업작물 연구는 갈수록 붕괴돼 가고 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몬산토’는 영국에 본부를 둔 유럽 사무실을 폐쇄키로 결정해 위기의식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가 GM 식물의 재배를 허용할 것이라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는 것은 대중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전형적인 영국식 행정술이다. 이는 대중의 반발 정도를 떠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에 대한 예방주사용으로,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른 충격을 미리 대비하기 위한 술책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영국 정부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는 ‘GM 반대’라는 결론이 난 시민과의 공개 협의 결과의 공신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다. 즉, 협의 과정에 참여한 시민들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애초부터 정부는 시민과의 공개 협의 결과를 존중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고, 이는 다만 대중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생색을 내려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정부의 시험 재배 농장에 침입해 GM 농작물들을 갈아엎어 고소까지 당했으나, 배심원들은 그린피스를 지지했다.
정부를 필두로 한 GM 옹호론자들은 반대론자들이 대중의 우려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변화를 두려워하며 과학을 모르는 무지한 자들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 속고 또 속은 국민들은 콩을 팥이라 해도 믿을 심사가 아니다. 지난번 광우병 발생시 친정부 과학자들이 나서 광우병은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등 끊임없이 대중을 호도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또 같은 우를 범하고 있다. 지금까지 GM의 인체에 대한 위해성을 연구하던 소수의 과학자들은 온갖 중상모략에 시달렸다. 영국에서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퓨스타이 박사는 GM에 대한 테스트를 거쳐 나온 역효과를 발표할 수 없었고 그의 연구팀은 해체되고 말았다. 영국의 가장 유명한 과학기관으로 GM을 1998년부터 지지한 ‘왕립협회’(Royal Society)는 심사위원회에 소비자 대표로 단 한 사람만을 뽑아, 유전자 조작 식품 실무그룹을 만들했다.

대중들은 GM에 대해 막연히 불안해하다가 미국에서 수입한 식품에 유전자 곡물이 섞여 있음을 안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소비자들은 GM 표시를 요구했으나 미국이 반대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은 오히려 GM이 해롭지 않다면 미국이 저렇게 완강하게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단정하게 되었다. 이런 대중의 거부감을 반영해 대형 슈퍼마켓 체인들은 GM을 취급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건강과 환경에 위험하다는 증거 속출

퓨스타이 박사를 탄압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사람들은 더욱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대중의 반대가 워낙 거센 바람에 정부는 스스로 시험 재배 농장을 만드는 한편 바이오 테크 회사들에는 1999년 1월 GM 재배를 당분간 중단하도록 설득했다. 이렇게 시험 재배는 시도되었으나 재배 농장과 인근 농장 사이에 설치한 경계물이 너무 협소한 바람에 그 자체가 무모한 시도로 비판받았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정부의 시험 재배 농장에 침입해 GM들을 갈아엎어 버렸으며, 이로 인해 고소당했을 때는 배심원들이 오히려 그린피스를 지지했다. 많은 이들은 GM에 관한 한 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 즉 당장 눈에 보이는 인체나 환경에 해로운 결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재배를 삼가는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몰아붙이기식으로 진행된 시험 재배는 지난해 10월 그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막상 발표된 내용은 바이오 테크닉 회사들로서는 처참한 것들이었다. 그동안 유전자 조작 식품을 옹호하기 위해 써먹은 주요한 논리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환경에 이로움을 준다는 것이었다. 즉, 제초제나 살충제를 안 써도 되기 때문에 새나 곤충의 보존에 유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험 재배 결과 유전자 조작 유채나 사탕무가 재래종보다 더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유전자 조작 옥수수는 재래종보다 더 친환경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강한 독성 때문에 제초제로 쓸 수 없는 아트라진(Atrasine)을 재래종에만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처음부터 불공정 게임이었다. 논리가 궁색해진 GM 옹호론자들은 “시험 재배 결과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며 제초제와 살충제를 더 융통성 있게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강과 환경에 위험하다는 증거가 속출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수행한 연구에서는 GM 곡물과 잡초 사이의 교배로 인해 화학물에 강한 저항성을 가진 슈퍼 잡초가 등장하기도 했다. 환경잡지 <에콜로지스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GM 대두가 섞인 이유식을 먹고 자란 소녀들이 사춘기를 빨리 맞는다는 의혹에 따라 사람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GM 식품을 도입한 뒤 식품 관련 질병과 사고가 두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항생제를 만드는 유전자를 함유한 식물이 되레 항생제에 대한 저항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제3세계 그룹들은 GM 식물이 제3세계에 혜택을 주기보다는 이들 나라의 농민을 GM 식물 종자 회사에 종속시키고 말 것이라고 주장한다. 선진국 특히 유럽국들은 온갖 보조금으로 자국 농업에 혜택을 주고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이를 덤핑 처리해 제3세계 농업을 파괴하는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

유기농과 GM을 함께 키우겠다?

영국의 농업은 광우병 파동, 구제역 발생 등 일련의 재난이 잇따르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조방 재배로 인해 살충제·제초제·항생제 등을 과다 사용해 환경 재해가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고, 대중들은 점점 자국 농산물을 불신하고 있다. 이때 GM 곡물은 새로운 대안인 양 등장했다. 그러나 <에콜로지스트>에 따르면 정작 북미의 농민들은 GM 농업의 결과에 실망하고 있다. 더구나 네브라스카 대학에서의 연구는 GM 식물의 수확률이 낮고, 제초제 사용을 줄이지도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영국의 보험회사들은 GM 식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워낙 강해서 GM 식물이 수익성이 없자 농부들에게 피해 보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영국 정부는 지금 유기농 재배 육성 정책을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인근 농장끼리 한쪽에서는 GM을, 다른 한쪽에서는 유기농 식물이 공존하는 상태가 되면 유기농은 무의미해진다. 자연 상태에서 교차 수분이 일어나 서로 종(種)이 섞이는 것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좁은 땅덩이에서 GM 식물 재배와 유기농을 동시에 육성하는 것은 상식 밖의 모순이다. 블레어 총리는 바이오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가파른 투쟁의 길을 걷고 있다. 이미 상원 환경감사위원회에서 GM 곡물에 대한 재판을 요청한 상태다. 소비자들의 저항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독자적인 의회가 있는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는 영국의 GM 식물 씨앗의 공인에 반대할지도 모른다. 1400만 인구를 포괄하는 14개 이상의 지방정부는 GM 식품의 금지를 위해 찬성표를 던졌다. 유럽연합 훈령은 특정 지역에 특정 식물의 재배를 금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지구의 친구들’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자연에서의 교배(교차 수분)로부터 유기 농장을 보호하기 위해 개별 의원 법안(Private Members Bill)을 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는 노동당 소속 인사들과 국민들의 거센 반대가 예상되지만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고 계속 ‘고’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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