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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초강대국 러시아’ 시험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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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3-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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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확실시되는 푸틴, 군사력 강화 시동 걸어… 대선 경쟁자 납치 등 심상치 않은 조짐도

상트페테르부르크= 박현봉 전문위원 parkhb_spb@yahoo.com

재선이 거의 확실시되는 푸틴은 강한 러시아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최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GAMMA)
러시아의 전국 여론조사기관인 ‘로미르’(ROMIR)가 2월12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인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푸틴을 찍겠다고 답했다. 다가오는 3월14일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푸틴의 압승이 거의 확실시되는 셈이다. 2월8일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어 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 7명의 최종 후보자가 러시아의 대권을 향해 뛰고 있다. 푸틴의 압승으로 점쳐지자 올 대선은 긴장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한때는 대선 후보가 나타나지 않자 여권에서 푸틴의 단독 출마라는 우스꽝스런 대선을 막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후보를 내놓자는 견해까지 나왔다. 여권은 고민 끝에 현 상원격인 연방위원회의 의장 세르게이 미로노프를 후보로 선정했다. 그는 푸틴에 이어 두 번째로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테러 신드롬’에 외국인 통제로 대응


하지만 러시아는 돌출 변수의 나라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심상치 않은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월6일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폭발물이 터져 “선거철이면 꼭 일어난다”는 이른바 ‘테러 증후군’ 현상이 다시 불거졌다. 이 사건은 카프카즈계 인종으로 보이는 이의 소행으로 압축됨에 따라 체첸 반군의 배후 조종을 받은 테러로 간주되고 있다. 모스크바 시의회가 모스크바를 안전특별지구로 선정해, 진입 외국인에 대해 지문을 표기한 플라스틱 카드 소지를 의무화하고 현지 거주등록을 철저히 시행하는 ‘외국인 통제 강화 특별법안’을 만들려는 것도 이번 사건의 여파로 보인다.

대선 후보자 등록 카드를 수령해야 할 한 후보가 돌연 행방불명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전부터 푸틴을 마피아로 통칭되는 소수 독점 세력인 ‘올리가르히의 대부’라고 일컬으며 푸틴 정권을 혹평했던 야당 후보 이반 르브킨이 그 장본인이다. 그는 푸틴의 재벌 길들이기에 의해 런던으로 정치적 망명의 길을 떠났던 러시아 재벌의 형님뻘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후원하는 후보로, 한때 푸틴의 유력한 대항마로 간주되었다. 사라진 지 5일여 만에 모스크바로 귀환한 르브킨은 “머리를 식히려고 키예프에 놀러갔었다”는 황당무계한 변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해프닝은 그리 간단하게 끝날 사건이 아니었다. 대선 후보들의 공식 텔레비전 토론이 시작된 2월14일 르브킨의 선거대책본부장인 크세니야 포노마레바는 후보를 대신해 비디오 필름을 통해 르브킨의 갑작스런 행방불명은 당국에 의한 납치극이라고 폭로했다. 푸틴은 상대방 대선 후보를 납치하는 공작 정치의 작태를 반복하면서 오로지 정권 연장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르브킨 진영은 이 사건을 대검에 고발하고, 진위를 밝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2월24일 내각 해산을 선언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대선을 앞두고 내각을 개편하기 위해 단행된 조처다.(GAMMA)
반푸틴 기치 아래 일찌감치 푸틴에 정면 도전장을 던진 한 여성 후보도 화제다. 일본계 이리나 하카마타 전 ‘우익세력연합’ 공동대표가 그 장본인이다. 하카마타의 후보 출마설이 알려진 것은 1월 하순께다. 그는 2002년 10월 모스크바 뮤지컬 <노르드 오스트> 공연장에서 인질극이 벌어졌을 때 가스를 사용한 푸틴의 강경진압 지시가 부당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무모한 인명을 앗아간 주범이 현 대통령이라며 테러정국을 유도하는 현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당 내부 분열이 일어나기도 했으나, 그는 개인 자격이라도 대선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의욕을 과시했다. 대선 후보들이 하나같이 공약다운 공약을 제시하지 못했지만 그는 나름의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푸틴 정권 아래에서 국민 모두는 경멸감을 느껴왔다. 가령 운전자는 교통경찰에게 벌금을 상납해야 했고, 교통경찰은 저임금에 시달리다보니 뒷주머니로 벌금을 챙기는 데 급급해야 했다”며 이는 러시아의 실질경제가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 개개인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경제를 건설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사일 발사 실험 진두지휘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다른 나라에서 선거 때면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플래카드나 벽보 한장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유독 푸틴만이 눈에 띌 뿐이다. 공영 텔레비전 의 ‘지지자들과의 만남’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푸틴은 지난 4년간의 치적을 알림으로써 홍보전에 돌입했다. 하카마타와 공산당 후보 하리토노프는 불법 선거운동이라는 연명의 청원을 선관위에 제출했으나, 중앙선관위는 방송사의 정규 프로그램의 일환이므로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푸틴은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푸틴은 강한 러시아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핵 문제는 역대 최고 집권자의 핵심적인 문제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잘라 말하며 “조만간 핵 보유력을 평가하는 실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옛 소련의 존재와 핵 전력이 세계질서의 강력한 안정자 역할을 했다. 핵 보유력은 안전의 결정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타르타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0년까지의 핵무기 발전 계획을 보유하였고, 조만간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푸틴은 재선 여부가 불확실한 부시 미 대통령의 처지와는 달리 재선이 확실시되는 자신의 집권 2기 대외정책 청사진을 내놓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러시아의 강한 군사력을 세계 안전과 관여시키는 점이 부시가 “미국의 안전은 세계의 안전”이라고 천명한 것과 흡사한 점을 들어 푸틴의 야심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그는 북해함대 소속 전략 핵잠수함 카렐리야호에 직접 탑승해 이곳에서 해상 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참관했고, 급기야 2월18일에는 북극에서 가장 가까운 군사항 아르항겔스크 인근의 플레세츠크 공군기지에서 직접 신형 미사일 발사 실험을 진두지휘했다. “가까운 미래에 러시아 전략로켓군은 초음속과 고도의 정확도를 자랑하면서 고도와 궤도를 임의로 수정하고 대륙간 목표를 파괴할 수 있는 신기술 결합체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시스템은 어떤 나라도 보유하지 못한 자산입니다.” 플레세츠크 공군기지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갱도기지에서 각각 발사된 ‘토폴’ 미사일과 갱도용 미사일 ‘UR-100N UTTH’의 성공적인 가상목표 타격 뒤 푸틴이 자랑스럽게 한 말이다.

관영 매체인 <이즈베스티야>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제에 대항할 차세대 전략무기 개발을 이고르 세르게예프 전 국방장관 때부터 추진해왔다. 푸틴 집권 이후 본격적으로 착수된 ‘토폴’ 미사일을 더 발전시킨 ‘토폴 M’이 올해 안 실험이 완료되고 실전에 배치된다. 이들 무기가 미국의 국가 미사일방어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이유는 두 가지다. 이번 실험에서 선보인 미사일 운반체 ‘초음속비행기구’(HFA)는 포물선의 일정한 궤도를 따라 비행하는 기존의 미사일들과는 달리 여러 개의 타원을 겹친 형태로 자유분망한 비행을 하여 사전에 격파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첫째 요인이다. 이와 함께 이 신형 비행기구는 초당 5천m의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현존하는 최고속의 미사일이다. 미국도 한때 초음속 비행기구 제작을 시도했다가 비용이 워낙 커 제작을 중단했다고 한다. 유리 발루예프스키 군 총참모차장은 슬라이드상의 그래픽을 보여주면서 미사일이 때로는 대기권 밖을 항해하고, 때로는 대기권 안에서 자유자재로 궤도를 바꾸면서 항해하는 신비한 기술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변화무쌍한 궤도수정과 고속운항이라는 두 요인은 가상적에 의한 레이더 추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신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전의 어떤 미사일 실험도 미국의 레이더망의 관찰 대상이었던 캄차카반도를 목표로 이루어진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선 이같은 신기술을 입증하기 위해 캄차카의 쿠르라는 지점이 예상 타깃으로 지정되었고, 성공을 거뒀다는 후문이다.

레이더망 피하는 가공할 무기 현실화

조만간 현실화될 ‘토폴 M’은 더 가공할 무기다. 적의 대항 사격 등 위험이 포착되는 경우 이 미사일은 때로는 광활한 시베리아 삼림 속에, 때로는 연못 속에 숨는 임기응변을 발휘해 적절하게 가상적의 레이더망을 피한다고 한다. 게다가 ‘토폴 M’에는 여러 개의 탄두가 핵탄두와 함께 장착되어, 최종 공격 목표에 접근하면 미사일은 여러 조각으로 분해되어 어느 것이 진짜 핵탄두인지를 분간하지 못하게 만드는 위장술을 갖추었다. 3개의 로켓 군단과 16개 로켓 사단으로 편성된 러시아 전략로켓군은 현재 3159개의 핵탄두와 함께 735개의 대륙간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토폴’은 360개, 개발 중인 ‘토폴 M’은 39개이다. ‘토폴 M’ 개발이론은 옛 소련 시절부터 제작과 실험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어 말도 안 되는 이론으로 여겨져왔으나, 이제 현실화 단계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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