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숨기다가 타이를 ‘세계최대의 거짓말 국가’로 만든 그가 부끄럽다
페나파 홍통(Pennaph Hongtong)/ <더 네이션> 보건환경전문기자

“정부가 처음부터 우리에게 진실을 밝혔더라면 내 아내와 아이를 잃지 않았을 텐데….” 수코타이의 스리삼롱 지역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조류독감으로 잃은 마룻 닐잔트는 눈물로 정부를 성토했다. 그는 1월13일 갑자기 폐렴 증세를 보인 아내 칸차나 닐잔트를 잃었고, 2주 뒤 다시 여섯살짜리 아들 칸차이를 떠나보냈다. 칸차이는 두 번째 확인된 조류독감 사망자였다. 첫 번째는 1월26일 사망한 칸차나부리 출신의 여섯살짜리 아이 캡틴 분마눗츠였다. “만약 정부가 경제를 따지기 전에 시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했더라면 아무도 생명을 잃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경제는 복구가 가능하지만 사람 목숨은 한번 가면 그뿐인데….” 캡틴의 아버지 참난의 분노였다.
정부는 조류독감 사망자들에게 10만바트(약 300만원)를 지불했다. “잘 익힌 닭고기를 먹은 이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정부는 사망자가 발생하면 300만바트(약 9천만원)를 지불하겠다던 약속마저 어겼다. 조류독감으로 사망이 확인된 6명의 가족들은 현재 법률운동가들의 지원을 받아 정부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네 번째 닭고기 수출국인 타이를 국제사회는 의심에 찬 눈길로 바라보며 속속 타이 닭 수입금지령을 내리고 있다. “H5N1 바이러스는 오직 1월 말에 발견되었을 뿐”이라고 밝혔던 타이의 공식 기관인 동물건강연구소(NIAH)는 일부 ‘비밀’로 간직하던 사실을 실토했다. “우린 그게 국가의 이익을 위한 일이라고 여겼다. 우린 국가를 사랑하고, 따라서 우리나라의 명예를 지키는 일로 생각했다. 당신들은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않는가?” 연구소 소속의 한 수의사는 기자들과 상원의원들의 추궁에 이렇게 되물었다. 불행하게도 정부 연구소는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을 시민들의 그것과 달리했다.
한편, 2월16일 야당인 민주당 조사개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류독감으로 타이 경제가 입은 손실이 1470억바트(약 4조4천억원)에 이른다. 그 가운데 10억바트(약 300억원)만이 직접적인 가금류 산업에서 발생했을 뿐, 나머지는 사료산업·요식업·수출·관광 같은 간접 분야가 받은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적 손실 1470억바트!
정부가 초동 단계에서 정직하게 밝혔더라면, 그리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했더라면 경제적 여파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게 모든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분석이다. ‘나라 사랑’으로 조류독감을 숨겼다고 억울해하는 정부의 태도와 달리, 은폐를 통해 나라 경제의 손실을 줄였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미 타이의 최대 닭고기 수입국인 유럽연합과 일본이 닭고기 수입을 금지한데다, 정부가 조류독감 발생 사실을 공식 인정하기 이전인 지난해 통관한 닭고기들마저 줄줄이 거부당했다. 닭고기를 실은 컨테이너들이 비참한 몰골로 다시 타이 항구로 되돌아오고 있다. 국제사회를 속였든 말든, 순박한 타이 시민들과 나라 전체는 이미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조류독감이 설치고 간 땅에 남은 것은 ‘유명세’ 하나뿐이다. “타일랜드는 세계적인 거짓말 국가다!”

사기치는 걸로 세계적인 정치 지도자를 가늠하는 세상이 온다면- 이미 와 있는지도 모르지만- 타이 총리 탁신 시나와트라(Thaksin Shinawatra) 판이 되고 말 듯하다.
“고맙다, 조류독감이여!” 세계적 지도자로 우뚝 선 그는 닭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미국 대통령 부시와 영국 총리 블레어가 없는 걸 있다고 우기며 ‘과장법’을 통해 정상에 올랐다면, 경쟁자 탁신은 있는 걸 없다고 우기는 ‘축소법’을 통해 한자리 했다. 닭다리 뜯는 모습에 시민들 어리둥절
탁신 총리가 ‘닭고기 먹기’ 캠페인을 벌인 뒤에도 시민들 사이에 닭고기 소비량이 늘었다는 소식을 들려오지 않는다. 시민과 정부의 바람이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증거였다.(더 네이션)
탁신은 두달 동안 조류독감 발생 사실을 감추며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이건 지난해 중국 정부가 초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을 숨겼던 기간보다 더 길었다. 지난 1월20일, 닭고기를 질근질근 씹어대는 탁신 총리의 모습이 방송과 신문에 일제히 등장했고, 세계 시민들은 어리둥절하게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탁신이 닭다리를 뜯는 사진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 본사가 있는 미국 켄터키에 나붙기도 했다.
내부 고발자들 사이에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조류독감 전염병이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으나, 언론이 머리기사를 치기 시작하기 전인 올 1월 초까지만 해도 가축개발국(LDD)과 농업부는 “헛된 소문일 뿐”이라며 시치미를 뗐다. “올해 날씨가 변덕스러웠기 때문에 닭들이 약해졌는데, 그건 콜레라와 기관지염이다. 그래서 닭 사망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1월16에도 유꼴 림람통(Yukol Limlamthong) 가축개발국 사무총장은 잡아뗐다. 그렇게 탁신 총리 정부는 보다 못한 의사 쁘라섯 통라천(Prasert Thongracheon)이 조류독감 전염병 발생을 폭로할 때까지 모든 사실을 은폐했다.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아오던 노의사 쁘라섯은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감염되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인정했다. 83살 의사가 진실을 폭로한 다음날, 탁신 총리는 국가의 신뢰를 심각하게 손상시켰다며 노발대발했다. 탁신 총리는 그 고참 의사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아이 모’(Ai Moh)라 불렀다. 타이 말로 ‘모’는 의사를 뜻하고, ‘아이’는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거나 또는 늙은이가 젊은이들에게 붙이는 호칭이다. 그 반대의 경우로 사용하면 아주 버릇없는 말이 된다. 더구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젊은 탁신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한참 어른뻘인 인물에게 ‘아이’란 말을 쓴 일은 조류독감보다 더 치명적인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총리의 그런 태도는 신체를 죽이는 조류독감보다 사회의 정신을 죽이는 더 악질스런 병이었다. 이러다보니 조류독감 발생 사실을 알고 있던 많은 의사와 수의사들이 침묵했다. 그러던 중 ‘양심’의 가책으로 고민하던 의사와 수의사들이 하나둘씩 ‘익명’을 요구하며 언론에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난 정부의 창살에 갇히기 싫다. 내 이름은 밝히지 말고 진실만 보도해달라.” 내게 진실을 털어놓던 한 의사의 고민은 타이 사회의 정직한 자화상이었다. 나라 사랑으로 조류독감을 숨겼다? 닥터 쁘라섯이 인체 감염을 확인한 다음날, 농업부는 결국 ‘H5N1’이라는 고단위 유행성 병원체의 발견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타이를 세계 최초로, 가금류에서 조류독감을 발견하기 전 실험실에서 먼저 인체 감염 사실을 발견한 국가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2월17일 현재 타이에서는 조류독감에 의한 인체감염 8명 확인, 6명 사망 그리고 21명 의심환자 가운데 9명 사망 기록을 남겨놓았다. 또 닭 3천만 마리를 처분했다. 같은 기간 동안 타이 시민들은 적어도 3번에 걸친 대규모 ‘닭고기 먹기’ 캠페인을 지켜봤다. 첫 번째는 탁신이 등장한 1월20일 KSC 쇼였고, 두 번째는 2월7일 사남루앙에서 벌어진 ‘치킨 페스티벌’이었다. “시민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정부가 조류독감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랍니다.” 탁신은 1월23일 농업부 차관 네윈 치드촙(Newin Chidchob)이 공식적으로 조류독감 발생 사실을 인정하던 날 그렇게 ‘뒷북’을 쳤다. 참으로 불쌍한 일이었다. 정부가 한 일은 시민이 바랐던 모습과 너무 먼 거리에 있었다.
타이 조류독감 희생자들의 장례식. ‘타이 최대 갑부’ 탁신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시민의 목숨보다 경제적 이문을 더 많이 생각하는 지독한 장사꾼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더 네이션)

페나파 홍통(Pennaph Hongtong)/ <더 네이션> 보건환경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