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석유 쟁탈전 벌이는 열강들… 앙골라 등 국가 지배층은 석유이익 빼돌리기 바빠
헨트= 양철준 전문위원 YANG.chuljoon@wanadoo.fr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4년 세계 경제 전망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로 아프리카의 차드와 적도기니를 꼽았다. 차드는 58%, 적도기니는 23%의 경이적인 경제성장률을 실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산유국이라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최빈국으로 남아 있던 차드는 산유국 대열에 진입함으로써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갖고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할 호기를 잡게 되었다. 현재 미국계 엑슨모빌사가 차드호 인근과 카메룬과의 접경 지역인 도바에서 4천명 정도의 현지인들을 고용해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차드는 내륙국이라 인접 국가인 카메룬을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카메룬의 크리비 원유터미널까지 수송하고 있다. 하루 22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바야흐로 아프리카가 원유 확보를 위한 열강들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규모 유전 개발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지만 중동 지역에 매장된 원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함으로써 자칫하면 원유의 안정적 확보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도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원유 수입선의 다변화가 비단 경제적 차원에서의 방향 모색으로만 인식되지 않고 전략적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프리카 최대의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를 필두로 앙골라·가봉·콩고·카메룬·적도기니·수단·차드·베냉 등이 산유국 대열에 진입했고, 새로운 유전 개발을 위한 탐사와 시추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2015년께는 전체 원유수입량의 25% 정도를 아프리카에서 수입할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를 둘러싼 미국과 프랑스의 다툼 아프리카의 경제·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원유 확보를 위한 경쟁도 점차 첨예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의 경쟁이 주목할 만하다. 오랜 식민통치의 역사로 인해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프랑스는 자신들의 앞마당이라고 여기던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짐에 따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로 불어권 혹은 포르투갈어권 아프리카 국가들이 프랑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화한다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프랑스의 지정학적 혹은 경제적 이해가 위협받는 상황이 가시화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거대 석유자본과 열강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해가는 아프리카에서 과연 석유가 얼마나 경제발전에 기여하며 민주주의 신장에 이바지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지만 회의적 시각이 팽배한 게 현실이다. 우선 수단은 매장된 원유를 놓고 치열한 내전이 벌어지고 있고, 앙골라와 나이지리아는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국고에서 유출됨으로써 부패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석유산업의 경제발전 기여도는 원유 수출로 형성된 외화가 학교, 병원, 공공시설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부문에 제대로 투자되는지의 여부로 가늠할 수 있다. 다른 산업과는 달리 석유산업은 자본집약적이라서 신규고용 창출 효과가 극히 미미하다. 따라서 석유산업에서의 고용 창출을 통한 경제 기여도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결국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집행되어 경제적 혜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발전의 첩경인 것이다. 그런데 산유국 대열에 들어선 아프리카 국가 일반 대중들의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별로 나아지지도 않았고 민주적 질서의 수립과도 거리가 멀어, 최근 관련국 정부를 감시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던 앙골라가 마침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정부기구 ‘인권감시’(Human Rights Watch)는 최근 앙골라 정부의 국고 유출 실태를 고발하며 투명한 재정집행을 할 것을 앙골라 정부와 다국적 거대 석유기업들에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앙골라 외화수입 42억달러 증발
인권감시의 발표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앙골라 정부가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178억달러의 외화 가운데 무려 42억달러 넘는 돈이 국고에서 유출됐다. 해마다 국내총생산의 9% 이상이 용처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증발되고 있다는 추산이다. 원유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가 연간 30억달러에서 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10억달러 이상이 유출되고 있다는 비판에 앙골라 정부는 인권감시의 발표가 독립적 회계감사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고 신뢰할 수 없는 정보에 근거해서 작성된 것이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국고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42억달러는 같은 기간에 앙골라 정부가 모든 사회정책에 집행하는 예산과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액수이다. 비정부기구들은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의 권력 핵심부에 포진된 정치 엘리트 100여명이 국고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국외로 유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하루에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앙골라는 총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 수출한다. 미국계의 엑슨모빌, 셰브론 텍사코, 네덜란드계의 셸, 영국의 BP, 프랑스의 토탈피나 엘프 등 다국적 기업들이 석유 채굴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미국계의 셰브론 텍사코사가 6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월등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앙골라의 영해상에서 심해저유전이 발견됨으로써 앞으로 5년 안에 원유생산량이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매장량으로 추산하면 이 심해저유전은 세계에서 새로이 발견된 유전 중 세 번째로 매장량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앙골라의 이러한 중요성을 간파한 미국 정부는 앙골라 수도 루안다에 4천만달러를 들여 요새 같은 공관을 신축하는 한편, 방문외교를 통해 긴밀한 관계 구축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냉전 시절 반군 ‘앙골라의 완전 독립을 위한 국민연합’(UNITA)에 군사지원을 하여 앙골라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던 레이건 행정부 당시의 정책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원유 수출로 외화가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산적한 사회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잠재적 불안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2002년 4월 정부와 UNITA 반군의 평화협정 체결로 내전이 공식적으로 종식된 이후 당면한 문제는 반군들을 일반 시민으로 복귀시키고 내전으로 양산된 90만명 이상의 국내 유민(IDP)들을 정착시키는 일이다.
세계 NGO들 “거래 내역 공개하라”
그러나 앙골라 정부는 재정 부족을 빌미로 내전 뒤의 사회복구에 소극적이면서도 국제사회가 앙골라의 학교, 병원,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데 더 많은 재정지원을 해달라고 호소하는 데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앙골라 어린이들의 절반 이상이 영양실조로 고통을 받고 세계 최고 수준의 유아사망률은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기본적 의료와 보건시설에 대한 투자가 빈약해 평균수명이 40살에 그치는 등 개탄스러운 상황이다.
비정부기구들은 앙골라 정부에 원조를 제공할 때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투명하게 사용될 경우에만 원조를 집행하는 등 조건부로 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비정부기구의 연합체가 거대 석유기업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원유수입 지불액 공개’(Publish What You Pay) 캠페인은 원유 수입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고 혜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으나, 석유기업들의 호응이 미온적이라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불확실하다.
권력의 핵심에 있는 정치인들이 이른바 ‘전략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스위스나 룩셈부르크의 은행으로 외화를 빼돌리는 등 국고의 개인금고화가 계속되고 거대 석유기업들이 적극 동참하지 않는 상황에서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5년 안에 원유 수출이 두배로 늘면 전략기금으로 유출되는 국고도 두배로 늘어나리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앙골라 정부는 국고 유출 의혹으로 세계 비정부기구의 비난을 받고 있다. 호세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 앙골라 대통령.(GAMMA)
석유를 둘러싼 미국과 프랑스의 다툼 아프리카의 경제·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원유 확보를 위한 경쟁도 점차 첨예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의 경쟁이 주목할 만하다. 오랜 식민통치의 역사로 인해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프랑스는 자신들의 앞마당이라고 여기던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짐에 따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로 불어권 혹은 포르투갈어권 아프리카 국가들이 프랑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화한다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프랑스의 지정학적 혹은 경제적 이해가 위협받는 상황이 가시화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앙골라 하루 원유생산량 100만 배럴의 절반이 미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5년 안에 생산량이 2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앙골라와 나이지리아 국경 지대에 있는 유전(위)과 앙골라 해역의 해저유전.(GAM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