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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방글라데시/타슬리마 나스린] “그래, 나 눈꼴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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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2-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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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에 왕따당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성적 주제들로 여성단체들에게까지 미운 털 박혀

다카= 사티아 사갈(Satya Sagar)/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내 책들을 금지한 게 무슬림 표를 얻기 위한 일이란 걸. 그 표가 무슬림 정치 생존을 위한 일이란 걸!”

타슬리마 나스린
그는 서벵골(West Bengal) 정부에 공개 항의편지를 보냈다.

최근 펴낸 책 <드위칸디타>(둘 안의 영혼)가 힌두-무슬림 분쟁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며 방글라데시 보수정부와 ‘놀랍게도’ 마르크시스트 정부가 지배하는 서벵갈주에서까지 판매금지를 당했다. 그 전까지 벵골어(Bengali)로 쓴 그의 책은 서벵골주에서 늘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물론 벵골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마르크시스트 주정부가 무슬림 표를 얻기 위해 <드위칸디타>를 금지했다는 사실을.


‘말썽 많은 여성작가’ ‘이슬람을 모독한 여성’ ‘콧대 높은 여자’ ‘뭐든 욕만 해대는 여자’. 대개 이런 식으로,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가운데 하나인 타슬리마 나스린(43·Taslima Nasrin)에게는 꼭 비하적인 표현이 따라붙는다. 방글라데시 무슬림의 몰매를 맞아왔던 그이는 요즘 들어 비종교주의자들과 진보 진영으로부터도 얻어터지며 ‘협공’당하고 있다.

“타슬리마는 여성운동단체들로부터도 적대감을 사고 있다. 그이가 사정없이 털어놓는 성적 주제들이 여성운동단체들에게 밉보인 모양이다.”

방글라데시 여성운동가 쉬린 하크의 말마따나, 타슬리마는 제 몸의 ‘보수성’을 떨치지 못한 여성운동단체들로부터도 표적이 되고 있다. 기껏 몇년 만에 책 몇 권으로 여성운동 챔피언이 된 타슬리마를 눈꼴사나워서 볼 수 없다는 건데, 여성운동단체들은 자신들이 오랫동안 투자해온 영역에 갑자기 나타난 타스리마를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신경이 몹시 날카로워져 있다.

열아홉살 때부터 보수 무슬림이 죽어라고 싫어하는 주제들인 종교비판에다 압제적인 문화와 전통 그리고 여성차별 따위를 사정없이 때린 타스리마는 방글라데시 사회에서 미운 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혔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로부터 줄줄이 사형선고를 받은 타슬리마는 방글라데시에서 쫓겨난 떠돌이 신세가 되었는데, 그것도 모자란지 ‘비방죄’로 합계 400만달러에 이르는 고발장이 접수되고, 책들은 거리에서 심심찮게 불태워지고 있다.

2004년 타슬리마는 또 어떻게 입을 놀릴지? 타슬리마를 통해 방글라데시를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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