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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미국- 부시의 적, 안보냐 젊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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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2-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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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급부상한 케리와 에드워즈, 부시는 누구를 더 무서워할까

로스앤젤레스= 신복례/ 전문위원 boreshin@hanmail.net

존 케리 상원의원이 과연 민주당 후보로 2004 대통령 선거에 나갈 수 있을까. 막 출발 신호가 울린 민주당 후보경선의 최대 관심사다. 케리 후보는 절묘한 선거전략과 행운까지 따라 초반 가장 유력한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가능성은 반반이다. 11월 45대 대통령 자리를 놓고 조지 부시 대통령과 한판 승부를 겨뤄야 하는 민주당 후보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다.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는 케리(왼쪽,SYGMA)와 에드워즈 후보(오른쪽,연합). 온건한 안보 전문가의 이미지와 젊고 신선한 법률가의 이미지가 맞서고 있다.

케리, 국내 정책에 불신 높아


케리 후보는 경선의 출발점인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딘사모’ 돌풍을 일으켰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 등 6명의 경쟁자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4선의 상원의원 관록과 외교안보통으로서 강점을 최대한 부각해 ‘테러와 전쟁 정국’에 아직도 휘말려 있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초반 판세의 분기점이 될 2월4일(한국시간) ‘슈퍼 화요일’ 예비선거에서도 1위가 확실시된다. 이날은 7개 주에서 269명의 대의원이 걸린 예비선거가 열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케리 후보는 미주리, 애리조나, 노스다코타에서 절대 우세를 보이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오클라호마에서는 존 에드워즈, 웨슬리 클라크와 백중세다. 뉴멕시코와 델라웨어에서는 3위로 나타났다. 최소한 4개 주에서 압승을 거두면 케리 후보는 ‘대세론’까지 업을 수 있다.

케리 진영은 이번 7개 주 예비선거에서 경쟁자인 웨슬리 클라크와 존 에드워즈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린다는 계획. 여세를 몰아 8일 열리는 미시간과 워싱턴주 예비선거에서 대세를 판가름낸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케리는 이를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에만 230만달러의 선거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상당액이 텔레비전 광고용이다. 케리는 이미 워싱턴주에서 70만명의 조직원을 가진 아메리카 통신노조의 지지를 얻었고, 미시간에선 교사 15만7천명이 회원인 미시건 교육협회의 지지도 확보했다.

케리 후보의 급부상은 전적으로 ‘안보 테마’의 덕이다. 테러전과 이라크 전쟁이 진행형인 지금 미국에서 안보문제는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이다. 또 테마의 속성상 다른 어떤 주제보다도 분위기를 잡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케리 후보는 외교안보통의 경력을 최대한 부각시켰다. 베트남전 참전과 반전운동의 경력도 이미지 메이킹에 한몫했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하워드 딘을 ‘안보 문외한인 급진주의자’로 몰아붙이는 네거티브 캠페인도 덧붙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안보의 중요성은 지지하지만 부시의 군사력 일방 노선에 질린 민주당원들은 좀더 온건한 외교 노선을 이어갈 적임자로 케리에게 지지를 몰아줬다. 이라크 전쟁의 영웅 웨슬리 클라크 후보가 처진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뉴햄프셔 경선에서 케리 후보 진영이 전광판으로 승리를 확인하고 있다. 에드워즈는 클린턴과 같은 반전을 노리고 있다.(SYGMA)
케리 후보의 전략은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듯 여전히 유용해 보인다.

그러나 초반 선두로 나서면서 집중 포화를 맞기 시작했다. 경쟁 후보뿐 아니라 언론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장점보다는 단점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역시 자질 문제가 관건이다. 외교안보에는 강하지만 경제와 국내 현안에는 문외한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의 핵심 노선인 차별 철폐(Afirmative action)와 저소득층 의료보장 확대에 대한 케리의 애매모호한 정책은 연일 그의 표를 갉아먹고 있다.

소수 민족, 저소득층 지지받는 에드워즈

케리는 지난 1992년 한 연설에서 차별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5명의 경쟁자들은 이 점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가장 큰 지지자인 흑인사회와 저소득층 유권자들은 베트남전 참전을 제외하곤 엘리트의 길만 걸어온 ‘온실 속 화초’ 같은 케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18년간의 상원의원 활동에서도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 오히려 몇 차례 줏대 없는 결정으로 비난을 받았다. 가장 큰 사안은 바로 이라크 전쟁 지지였다. 케리는 2002년 10월 부시 대통령이 제출한 이라크전 결의안에 찬성했다. 민주당원들의 비난을 받자 “이라크에 조사관을 보내는 결의안에 투표했지, 부시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전쟁을 벌이는 데 사용할 줄은 몰랐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또 이라크 재건을 위한 879억달러 지원 법안에 반대표를 던져 앞뒤가 안 맞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이유로 미국 언론들의 케리 후보에 대한 반응은 놀라울 만큼 싸늘하다. 그의 선전은 연일 신문과 방송의 톱을 장식하지만 대부분의 논조는 부정적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를 유지해온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같은 신문은 ‘하워드 딘의 몰락이 아니었다면 케리는 아예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할 정도다.

부시는 케리가 적수되기 바랄 것

에드워즈 후보는 ‘본선 경쟁력’을 내세워 표밭을 넓혀가고 있다. 케리 후보의 최대 약점이기도 하다. 현재 대부분의 관측에서 케리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될 경우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떼놓은 당상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주당에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안정감에서는 케리 후보가 선두지만, 유권자들의 확실한 지지를 끌어내기에는 너무 캐릭터가 약하다는 평가다. 에드워즈 후보는 이 점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에드워즈 후보는 출신 지역인 남부뿐 아니라 부시가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승리한 지역에서 설문조사 결과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부시 진영의 평가이기도 하다. 부시의 강점인 ‘힘의 외교’를 대체할 외교 전문가 존 케리의 부상도 달갑지 않지만 에드워즈가 돌풍을 일으킬 경우 아버지 부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데 우려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열쇠를 쥔 여성 및 소수계 유권자들이 케리는 탐탁지 않지만 에드워즈라면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제가 여전히 살아날 기미가 없는 가운데 ‘안보 전쟁’을 주 전략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부시로서는 힘으로 누를 수 있는 케리 후보가 당선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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