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에서 ‘이맘’은 예배를 주관하고 종무를 수행하는 공동체 최고 지도자다. 이슬람 신학자 출신으로 한국인 최초의 이맘,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이주화(사진) 이맘은 지금 이 순간 한국인 가운데 이슬람을 가장 잘 안다고 해도 무방한 인물이다. 1984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초청으로 유학을 갔고, 메디나대학에서 이슬람 신학을 전공했으며, 한국에서 30여 년간 무슬림으로 살아왔다.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로 다시금 이슬람 혐오 주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7월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사무실에서 이주화 이맘을 인터뷰했다.
“잘 아시겠지만, 옛날에는 언론에서도 이슬람을 ‘알라신교’ ‘마호메트교’라고 쓸 정도로 한국 사회가 이슬람을 잘 몰랐어요. 지금은 다들 이슬람으로 알고 계시잖아요. 대형 사건 이후 오히려 이슬람이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노력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이슬람을 제대로 알게 되는 분도 많았습니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요청이 많아 역사·사회·세계사·지리 교사들을 모셔다 이슬람 바로알기 프로그램도 진행했고요.” 무슬림 정착 역사 한국 겨우 63년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무슬림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여전히 “이슬람 전체가 매도되는 분위기”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올림픽 등 국제행사 때 할랄식품(무슬림에게 허용된 음식)을 제공하고 임시예배소를 설치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아주 일반적인 준비 과정인데, 한국에서는 평창겨울올림픽 때 할랄식품과 예배소 문제로 “무슬림이 몰매를 맞을” 정도로 여전히 낯선 종교다. 이주화 이맘은 “같은 아시아 지역이라도 중국엔 무슬림 소수민족이 있고, 대만은 이슬람 역사가 1천 년 이상 되고, 일본만 해도 이슬람 역사가 110~120년으로 한국의 두 배”이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이슬람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한국전쟁 때 터키군이 참전하며 이슬람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이슬람으로 개종한 한국 원로 1세대가 1955년 한국이슬람협회를 설립한 것을 ‘한국 이슬람 원년’으로 삼는데, 그때를 기준으로 해도 이슬람 역사는 63년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는 이슬람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질감을 줄여보려 ‘종교 간 대화’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벌써 10여 년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알파(이슬람)’에 참여하고 있다. 이주화 이맘은 “‘이슬람 다가가다’라는 주제로 사례 발표도 많이 하고 최근 라마단 ‘단식 깨기’(IFTAR·이프타르) 행사 때 7대 종단 관계자 60~70명을 모셔 이슬람 체험 행사도 했다”고 소개했다. 라마단 기간 내내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데, 무슬림이 아니더라도 서울 이태원 주민이나 방문객들이 함께 식사를 나누며 이슬람을 경험한다. 이주화 이맘은 “무슬림이라고 특별히 다르게 볼 것이 없고, 이미 우리 사회에 와 있는 이웃 종교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 인구를 약 15만 명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3만~4만 명으로 추산한다. 그는 “이슬람은 교세로 보나 수로 보나 한국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30만 명이 안 돼서 ‘기타 종교’로 잡힌 이슬람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어 “한국이 이전에 다른 외래 종교들을 받아들였던 것처럼 이해해주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를 종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걸 경계했다. 대신 “제주도 예멘 난민 중에는 무슬림도 있고 비무슬림도 있다. 종교적 차원이 아니라 인도적 차원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난민 범죄 우려가 나왔지만 사실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민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오히려 지갑을 찾아줬다는 훈훈한 보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 예멘 난민, 종교 문제 아니다 끝으로 그는 “난민도 포괄적으로는 이주민”이라며 “한국 정부가 2000년대 중반 영국에서 벌어진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 공격을 타산지석 삼아 현명한 이주민 정책을 펼쳐달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영국 학회와 정책 입안자들이 지하철 테러 공격을 ‘이주민 정책의 실패’ 사례로 얘기합니다. 사회 저변에 난민 등 이주민 수는 늘어나는데, 이들이 활동할 진로는 차단해놓았기 때문입니다. 재능이 많은 이주민조차 영국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다보니 불만이 표출된 겁니다. 한국 정부도 자국민을 우선하되, 난민과 이주민 인권도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독자 퍼스트 언론, <한겨레21>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