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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1분 안에 옷걸이로 책받침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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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04 18:01 수정 : 2014-03-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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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옷걸이, 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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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당 35원입니다. 전세계 어디에 가도 똑같습니다. 프랑스 몽마르트르에 가도, 우크라이나에 가도 똑같습니다. 옷걸이는 생산단가가 워낙 낮아 중국에서밖에 못 만듭니다. 그러니 서울 홍제동에서도 삼성동에서도 똑같습니다. 옷걸이를 모아서 세탁소에 가져다줘도 잘 안 씁디다. 새 옷은 새 옷걸이로 걸어야지 옷걸이가 조금이라도 구부러져 있으면 폼이 안 나니까요. 가격이 저렴하니 갖다줘도 별로 고맙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옷걸이로 뭐하냐, 옷걸이 아닌 걸로 만드세요!

산에 가서 밥 먹으려는데 음식 건질 게 없을 때 나무를 부러뜨려 젓가락을 만들지요. 본디 쓰임새와 다르게 살살 달래서 잘 쓸 수 있는 게 없나 살피다보니 나온 게 옷걸이예요. 옷걸이로 필요한 걸 거의 다 만들 수 있습니다. 책을 보려는데 허리가 뻑지근해요, 그럼 책받침대를 만드세요. 새집에 화장지 걸 데가 마땅찮네요. 그럼 화장지걸이를 만들어요. 손님이 와서 집을 꾸밀 때 ‘꽃’ 같은 ‘꽃’자를 만들어 꽃병에 꽂아놔요. 손님 안내도 해야지요. 간단하게 집 안내하는 화살표를 만들 수 있겠네요.

제가 쉽게 하는 듯 보이지만 이게 요령껏 구부리려면 제법 힘이 듭니다. 열처리된 철을 제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앉아서 하면 치매가 안 오고 콧잔등에 땀이 배면서 밥맛이 좋아집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됩니다. 오래 하면 이 철을 장악하게 되지요. 어린애들은 못하는데, 어떤 초등 5학년생이 곧잘 따라하는 것은 보았습니다.

색칠을 하면 어떻겠느냐고요? 꽃에는 꽃 색깔을, 잎 부분에는 잎 색깔을? 그러면 옷걸이로 가루를 내지요. 온갖 것을 다 만들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메시지가 없어지지요.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어도 옷걸이는 옷걸이인 채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누가 옷걸이인 줄 모르면 어떡해요.

아이디어·만들기 최정현


정리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반쪽이의 뚝딱뚝딱’은 목걸이 열쇠함(2000년 8월10일치 제320호)부터 ‘등받이에서 소파로’(2001년 2월22일치 제346호)까지 매주 2쪽 만화로 연재됐습니다. 만화에서 “피아노가 필요해” “대야가 너무 지저분해” 하며 아빠한테 자꾸 뭘 만들어달라던 딸 하예린은 독자들에게 반가운 어린이였지요. 엄마인 변재란 영화평론가가 <한겨레21>에 연재(1996~97년)한 ‘반쪽이 부부의 작은 세상’ 칼럼을 통해 자라는 과정이 중계됐으니까요. 이 어린이는 부쩍 커서 미국 뉴욕의 디자인회사에 다닌다고 합니다. 반쪽이 최정현 선생님은 만화를 접고 재활용품으로 창작 작업을 하고 그 결과물을 ‘상상력박물관전’을 통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작품은 초등학교·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최 선생님은 만화를 그릴 도구도 다 내다버려서 ‘리바이벌’을 할 수 없어, 예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개중에 쉬운 옷걸이 만들기로 면을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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