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한 아파트의 여민희 편집위원 집. ‘181일째 주인 없는’ 빈집 현관 위로 법원과 경찰서에서 보낸 출석요구서와 음식점 홍보물 등이 가득 붙어 있다.여민희 제공
동생이 찍어 보낸 현관문 사진은 빈집을 찾아헤매는 ‘도둑님’의 눈에 번쩍 뜨일 만한 풍경이었다. 재능교육 회사에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고소·고발한 사건 재판에 출석하라는 법원 등기 우편물 안내서만 10여장이 붙어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회 건 참가와 관련한 경찰조사 출석 요구서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신장개업한 중국집 홍보 전단지들은 칙칙한 현관문을 알록달록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재능교육은 변함없이 해고자 신분인 조합원들과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한다. 학습지 교사로 열심히 일하던 조합원들을 해고한 것도 재능교육이고, 네 차례나 갱신 체결해오던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도 재능교육이다. 원래 있던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기만 하면 되는데 아직 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재능교육 사옥을 마주 보는 성당 종탑에 올라 플래카드를 걸고 외치고있는 이유다.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 원직 복직!” 종탑에서 내려오면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사람들이 자주 묻는다. 사실 종탑에 오르기 전부터 ‘재능투쟁이 승리하고 종탑에서 내려가게 되면 꼭 가야할 곳’을 생각해뒀다. 두 곳이다. 한 곳은 이번 투쟁 중 세상을 떠난 이지현 조합원이 있는 곳. 또한 곳은 종탑에 올라오느라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지 못한 윤주형(지난 1월28일 목숨을 끊은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동지의 안식처다. 그리고 두 곳보다 먼저 가고싶은,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나의 집이다. 집에 가고 싶다. 기다리는 사람 없는 집이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내 방내 침대에 가만히 눕고 싶다. 여민희 편집위원·재능교육 해고노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