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주제 마지막 시간,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웃으며 화내는 법’.
반면 자존감은 외부적인 것과 관계가 없다. 내 부족한 부분까지 수긍하고 긍정하면 자존감이 형성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러나 자존감을 가지면 그러한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되고, 그만큼 여유가 생겨 ‘타자’를 쳐다볼 수 있게 된다. 1992년인가, 터키 여행을 할 때였다. 카파도키아의 가장 높은 지대에 올라 밥을 먹으려고 가방에서 샌드위치를 꺼냈다. 어디선가 10살가량의 어린아이가 나타났다. 샌드위치를 하도 뚫어져라 쳐다봐서 어쩔 수 없이 줬다. 그 아이와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데, 그림도 그려가며 열심히 대화를 나눴다. 당시 여행 전에 외신을 보다가 쿠르드족 학살에 대해 본 기억이 나서 ‘쿠르드’라고 물었더니 알아듣더라. 알고 보니 그 아이가 쿠르드족이었다. 부모는 모두 죽고, 형은 사라지고, 자기만 여기서 이렇게 밥을 얻어먹으면서 지낸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났다. 아이를 껴안고 같이 울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과 정치, 특히 국제정치에 관심이 생겼다. 이처럼 자기 객관화가 되면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이 되고 여기서 ‘지성’이 생겨난다. 자기 객관화를 이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연애’와 ‘여행’이다. 연애를 통해 나의 치졸함과 바닥을 확인할 수 있다면, 여행은 자신의 보편성을 확인하게 해준다. 바닥만 보면 자기 연민이나 자기 비하에 빠지기 쉬운데, 보편성은 이 바닥을 받아들일 ‘용기’를 제공한다. ‘자신만의 가격표’ 갖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자기 객관화,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 지성, 이 사이클이 순환하면서 ‘내’가 완성돼간다. 웃으면서 화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이클을 가진 사람은 자기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본다. 자기만의 ‘가격표’를 갖고 의사결정을 한다. 내 가격표가 높으면 아무리 세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도 그것을 선택한다. 오늘 오신 분들도 세상일에 자신만의 가격표를 달고, 웃으면서 화내며, 행복하게 사시기를 바란다. 청중1: 강연 잘 들었다. 말씀하신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과 아이들에게 ‘눈높이 교육’을 하는 것의 차이점을 설명해달라. 김어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과 혈육에 대한 눈높이 맞추기는 차이가 있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타인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상생력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지성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자 오지혜: 자세한 눈높이 교육 방안에 대해서는 눈높이 선생님께 물어달라. (청중 웃음) 청중2: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3월이면 학부모의 전화를 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새내기들에게 질문을 하라고 했더니 연봉이 높은 회사가 어디냐고 묻는다. 본인들의 질문이 아니라 부모들의 질문을 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김어준: 일단 집을 나와라. (청중 웃음) 부모들은 그게 사랑인 줄 안다. 최근 직장 잘 다니고 결혼도 멀쩡하게 한 사람이 집 밖에 안 나가고 처박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교·직장·결혼 모두 부모가 시키는 대로, 부모가 선택해준 대로만 살아온 이들이다. 이들은 외형은 성인이나 사실은 아이다. 굉장히 슬프고 폭력적인 일이다. 집을 나와야 한다. 스스로 부딪히고 해봐야 한다. 청중3: 수많은 칼럼 등에서 ‘해외여행’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왔는데, 나도 동의해서 주변에 적극 권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을 내기 어렵고, 형편도 넉넉지 않은 분들이 있다. 이분들에게 사고의 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행 말고 추천해줄 만한 것이 있는지? 김어준: 나도 처음부터 자기 객관화나 지성 등의 거창한 목표 때문에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저 재미있으니까,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서 여행을 다녔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애를 쓰며 찾으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행을 가기 전에 위기 상황을 그려보며 여행을 주저하는 분들도 많다. 나는 숙소 호객도 해보고, 암달러상도 해봤다. 화투를 가지고 다니면서 현지 노숙자분들에게 고스톱을 전수하며 길에서 밤을 지새운 적도 있다. 사회자 오지혜: 조만간 김어준의 ‘배낭여행 나처럼 해봐’ 같은 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꼭 여행만이 아니라 온 정성을 다한 봉사활동, 열정을 쏟는 프로젝트처럼 다양한 경험에 도전하면서 사고의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청중3: 방송계에서 일하는데 최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