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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인터뷰 특강-거짓말] “인상적인 강연요? 물론 전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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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04 00:00 수정 : 2009-03-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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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수강생 이금희 아나운서에게 들어보는 인터뷰특강 소감…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 현장에서 얻는 건 독서에 비할 바 안돼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그도 듣고 싶어한다더라.” 어디선가 소문이 들려왔지만 유명인의 제스처이겠거니 싶어 무심히 흘렸다. 다시 “그가 다 들었다더라”란 말이 전해졌을 땐 갸우뚱했다. 담당 기자도, 사진기자도 그를 본 기억이 없다. 이금희 아나운서에게 직접 물었다.

(사진/ 박승화 기자)

“정말 오셨나요? 뵙지 못했는데….” 따뜻한 웃음기를 머금은 답변이 돌아왔다. “여자가 화장을 지우면 몰라본다는 말이 있죠? 호호호~.” 대학 출강으로 어쩔 수 없이 빠진 두 번의 강연을 제외하고 총 다섯 차례 강연에 참석한 이금희 아나운서. 대학생 조카들의 수강증까지 끊어줄 정도였다는데 무엇이 그를 사로잡았을까? 수강생 이금희씨의 말을 들어봤다.


대학생 조카들의 수강증까지 끊어주다

- <한겨레21> 인터뷰 특강이 끝났다. 소감 한 말씀.

= 수많은 청중들을 대신해 내가 인터뷰를 해도 괜찮을까? 마지막 날 칸 메운다는 기분으로 수강생 설문지를 채우다가 무심코 앞자리 분을 보니 그분은 빽빽하게 적고 계시더라. 그 열의. 열심히 경청하고 질문하는 분위기. 수강생의 한 사람으로 그곳에 앉아 있던 시간들이 참 즐거웠다.

- 어떤 동기로 참여하게 됐는가.

= 언론사에서 주최하는 교양 공개강좌가 많지 않다. 문화센터, 미술관 등에선 간헐적으로 열지만. 생활에 쫓기다 보면 생각을 하지 않고 살게 된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동물인데. 이런 특강이 사고의 범주를 나에서 우리 사회, 국제사회로 넓히도록 도와준다.

- 어느 강연이 인상적이었나.

= 당연히 답은 ‘전부’라는 거 알지 않나. (웃음) 박노자, 한홍구씨의 강연은 대담이란 형식이 흥미로웠다. 지난해 박노자씨가 감기에 걸린 몸으로 열강을 해 인상적이었는데 올해도 열심이셨다(그는 지난해 인터뷰 특강(총 6회)에도 참석했다). 이번 주제가 ‘거짓말’ 아닌가. ‘역사가 거짓말이 아닐까?’라니 흥미로운 물음이다. 정희진씨 강연도 유쾌, 통쾌했다. ‘페미니스트들을 불편하게 하는 페미니스트’란 말, 직접 보니 알겠더라. 말을 하는 직업을 가진 나도 의식하지 못했던 단어와 권력의 상관관계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 강연장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면.

= 고유의 공기가 있다. 진지하다. 고등학생부터 60대까지 200~4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이는데 중간에 나가는 이 없고 다들 1시간이 늦어도 반드시 참석한다. 현장에서 얻는 건 독서에 비할 바가 안 된다. 학생들에게 ‘500원으로 이렇게 세상의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니 놀랍지 않냐’며 신문 읽기를 종종 권하듯 인터뷰 특강도 권하고 싶다.

- <한겨레21>도 종종 즐겨보는지.

= 매주 월요일 오후 가판대에서 구입해 본다. 뒷부분의 칼럼들을 좋아한다. 김남희씨의 여행기에 이어 ‘아프리카 초원학교’도 잘 보고 있다. 똑같은 주제에도 각기 다른 태도를 보이는 시사주간지 5종을 비교해 기사를 읽는 일이 재미있다. 대학시절 구입한 거라 몇 주 안 되나 나도 한겨레신문사 주주다. <한겨레21>에 굳은살이 박이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고유의 색깔을 지키면서 변화를 잘 모색하리라 믿는다.

내년에도 열린다면 올 것이냐는 물음에 “물론이죠”라고 답하는 이금희 아나운서. “설문조사지에도 적었지만, 개인적으로 최재천 교수를 다음 강사로 추천합니다. 정말 직접 만나 얘기를 진득하게 들어보고 싶어요.” 유쾌한 ‘거짓말’의 향연은 끝났지만 여운은 길다. 당대의 지식인과 대중이 함께 호흡하는 인문학의 파티, 해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한겨레21> 창간 12돌 및 600호 기념으로 개최한 ‘제3회 인터뷰 특강- 거짓말’이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3월14일부터 29일까지 총 7회 동안 진행된 이번 특강은 총 576명(전체 311명, 개별 265명)이 수강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습니다. ‘인터뷰 특강’을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분께 감사드리며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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