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기능장의 학문적 야심
등록 : 2000-11-14 00:00 수정 :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특히 미용은 항상 새롭습니다. 그래서 끝없이 준비해야 합니다.”(김명희·37·청주시 무암동·사진 오른쪽) “이왕 시작해 미용인의 길에 들어섰으니까 나를 더 채찍질해 석사학위까지 도전할 작정입니다.”(우복재·30·청주시 사창동·왼쪽)
김씨와 우씨는 다같이 30대 주부이자 늦깎이 대학생이다. 그리고 지난 3월 특차 전형으로 충북 주성대 뷰티디자인학과에 입학한 1학년 동기다. 공통점은 또 있다. 둘다 이번에 미용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국가미용기능장이 됐다. 지난 8월 국가미용기능장 이론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뒤, 지난달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한 기능장 최종 실기시험까지 나란히 합격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63명에 불과했던 국내 미용분야 기능장은 이번에 김씨와 우씨를 비롯해 46명이 새로 합격함으로써 100명을 돌파했다. 기능장의 희소성이 점차 떨어져서일까. 아니면 기능장이란 게 애초부터 이들에게는 ‘최종목표’가 아니어서일까. 이들의 꿈은 이미 다른 데를 향하고 있다. ‘탄탄한 이론을 갖춘 미용계 최고의 전문가’가 그것이다. 기능장으로는 성에 안 찬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둘다 기능장보다는 “헤어패션의 멋진 작품화” 같은 이야기만 자꾸 꺼냈다.
김씨는 고교 졸업 뒤 스무살 때부터 시작해 미용실에서 일한 지 벌써 17년이 됐다.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실도 2곳이나 된다. “헤어패션도 늘 바뀌잖아요. 그래서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미용이론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헤어스타일도 엄연한 작품이거든요.”
3살난 아들을 둔 우씨는 운영해오던 미용실까지 공부를 위해 그만뒀다. “실기시험 준비를 위해 석달 동안 아침 6시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반복 연습했죠. 기능장 정도가 되려면 어떤 주제가 제시되든 헤어스타일을 멋지게 만들어내야 하잖아요.”
미용실에서 10년 넘게 잔뼈가 굵으면서 체득한 실력이 큰 보탬이 되어선지 둘다 약속이나 한 듯 “공부가 늦었지만 수업을 따라가는 게 그다지 벅차지는 않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또다른 공통점은 앞으로 무엇이 될까. 혹시 미용학 석사는 아닐까.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