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법 민사53단독 윤종구(41)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 통신망에 ‘듣기 좋은 언어와 명칭을 위하여’란 글을 올려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법률 용어를 그 유래와 특징을 고려해 일반 시민들에게 와 닿는 쉽고 긍정적인 언어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유독 직업법관제도만 운영돼왔지만 사회가 변화하면서 시민들 스스로 법 절차에 참여하려는 관심이 높다”며 “사법부가 최근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참심’ 또는 ‘배심’ 대신 ‘명예법관’이나 ‘시민법관’ ‘참여법관’이라는 용어가 시민이 재판을 포함해 사법과정 전체에 관여한다는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 우리의 일상용어에도 더 어울린다”고 말한다. 윤 판사는 또 회생을 목표로 하는 법원이 ‘재산이나 기업이 깨진다’는 뜻의 파산이라는 부정적인 명칭 대신 ‘위기에서 새로 태어난다’는 희망적 메시지가 담긴 ‘태산’이란 용어를 쓰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윤 판사는 이 밖에도 최근 법원 내부 게시판에 활발하게 글을 올리고 있다. “맡은 업무가 개인 파산이나 가압류 등 사회적 관심이 높고 논쟁이 많은 부분이라서 논쟁에 활발하게 참여하게 됐다”는 그는 파산 선고를 받은 사람들에게 채무을 면제해주는 면책 판결을 많이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서울지법에서는 파산선고자의 90% 이상이 면책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큰 사회적 이슈였던 가압류도 그가 담당하는 분야인데 “임금에 대한 가압류는 요건을 강화해 신중하게 심사하고, 채권자의 입장만 보지 않고 채무자도 함께 고려하면서 가압류를 남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야 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지난해 독일에서 연수를 하면서 호주제 폐지 이후의 대안을 연구하기도 한 윤 판사는 “유럽에서 개인별로 호적을 등재하던 나라들도 최근 전산화를 하면서 가족별로 등재를 하고 개인정보는 개인별 서류로 발행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호주제의 문제점은 극복하돼 상속 등 법률 문제를 고려해 가족별 등재를 하고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하는 쪽으로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