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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열린 배움터 ‘학사모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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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1-01 00:00 수정 : 2008-11-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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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러닝 시대 맞아 사이버대학에 ‘등교’하는 사람들… 오프라인 대학과 교류·주문형 맞춤교육도 추진

‘미래의 대학’으로 불리는 사이버대학이 2001년 국내에 도입된 뒤 첫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있다. 사이버대학의 학사학위 과정 정식 수업연한은 4년이지만 미리 학점을 많이 이수하면 3년 만에 졸업할 수도 있다. 15개 학과에 7천여명이 다니고 있는 경희사이버대학은 오는 2월 9명의 조기 졸업자에게 학사모를 수여한다. 9명 중 40∼50대 늦깎이 대학생을 포함해 6명이 오프라인 대학원에 진학했다. 서울디지털대의 경우 79명의 재학생이 졸업 심사를 통과해 2월에 학위를 받게 된다. 학교는 서울에 있어도 지방에서 한번도 학교에 가지 않고 학사학위를 받은 사람도 있다. 서울사이버대 e-비즈니스학과 조기 졸업생인 변기욱(43·회사 운영)씨는 “처음에 이게 공부가 될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입학했던 게 사실이다. 업무상 해외 출장이 잦은데 인터넷만 가능하면 해외에서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필요한 부분은 녹음해서 해외 출장 중에도 반복 청취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2월 사이버대학에서 처음으로 졸업하는 학생들.

오는 2월 첫 졸업자… 정식 학위 인정

현재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아 운영 중인 사이버대학은 16곳으로 총 3만여명이 다니고 있다. 올 3월 새로 문을 여는 사이버외국어대까지 합치면 17곳으로 늘어난다. 대학별로 입시일정이 다르지만 대체로 1월 말까지 원서를 접수하는데, 2004학년도 사이버대학 신입생 모집인원은 총 2만1971여명이다(표 참조). 4년제 학사학위 과정이 15곳, 2년제 전문학사학위 과정이 두곳으로 정해진 학점(학사학위 140학점·전문학사학위 80학점)을 이수하면 정규 대학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과 학위가 인정된다.

사이버 캠퍼스로 등교하는 대학생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사이버대학 재학생은 대다수가 직장인으로 고졸자와 대졸자 비율이 8대 2 정도다. 20∼30대가 약 80%에 이른다. 그러나 열린 교육, 평생 교육을 표방하는 만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부터 60살에 이르는 학생까지 폭넓고 다양하다. “대학 다니는 것도 다 때가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사이버대학에서는 그렇지 않다. 뒤늦게 공부길에 접어든 박창복(50·중소기업체 사장)씨는 올 2월에 서울디지털대 e-회계학과를 졸업하는 중년 사이버 대학생이다. 그는 “학원 다니면서 회계를 배울 수도 있지만, 사이버대학에 다녀보니 듣고 싶은 교양과목도 수강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었다. 시간이 없거나 배움의 때를 놓친 사람한테 안성맞춤인 게 사이버대학이다. 계획만 잘 세우면 목표를 충분히 이룰 수 있다”며 스스로 뿌듯해했다. 박씨는 사이버대학 졸업장을 발판 삼아 내친 김에 연세대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시간과 장소의 장벽 없이 배움의 길을 열어주는 통로인 사이버대학. 경희사이버대 · 사이버외국어대 · 서울디지털대의 홈페이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경희사이버대 호텔경영학과 2학년생인 정우성(32)씨는 직업군인이다. 정씨는 “하루 4교대 근무하고 각종 훈련에 참가해야 하는 군인이란 직업 때문에 오프라인 대학을 다닌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며 “적은 교육 비용으로 교육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어 박봉인 저로서는 일반 대학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대학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대학생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현지에서 어학연수 중 호텔 근무를 하고 있는 정진이씨는 경희사이버대 호텔경영학과 대학생이다. 몸은 멀리 외국에 있지만 인터넷에 접속해 강의를 듣는다.

이처럼 사이버대학은 인터넷만 가능하면 언제 어디서나 수업을 받을 수 있다. 과연 교육은 제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사이버대학 나름의 학습방법을 통해 이를 돌파하고 있다. 오프라인 대학은 학교까지 가서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과목을 공부해야 하지만, 사이버대학에서는 언제든 자신이 공부할 시간과 여력이 될 때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고 이해가 잘 안 되는 대목이 있으면 다시 들을 수도 있다. 사이버대학별로 한 학기에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는 강의 콘텐츠는 100∼200여개에 이른다. 강의 콘텐츠는 수업 내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다. 주문형 비디오(VOD) 동영상 및 전자 칠판을 활용하거나 텍스트 위주로 이뤄지기도 하고, 텔레비전 뉴스를 본떠 교수가 앵커처럼 수업을 진행하고 뒤편에 자막이 뜨는 형태도 있다. 커리큘럼도 일반 대학과 달리 온라인 교육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구성하고, 파워포인트·한글문서·애크러뱃 리더로 제작된 강의 노트를 내려받을 수도 있다. 물론 수업 도중에 궁금한 사항은 메일링·게시판·토론방을 이용해 담당교수한테 물어보면 된다.

사이버대학은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에게 다가선다. 사이버외국어대학교의 영어학과 강의 콘텐츠(왼쪽). 경희사이버 대학생들의 해외문화탐방 프로그램 모습(오른쪽).
교수진은 어떨까? 현장 전문가들을 교수로 초빙해 살아 있는 교육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은 사이버대학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예컨대 부동산학이라면 한명의 교수가 강의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학과 전임교수가 이론 강의를 한 뒤 이어 부동산 실무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팀 티칭(Team Teaching)을 한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로 출강하는 불편을 겪지 않고도 방송장비만 갖춰지면 언제든 생생한 전문 강의를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혼합학습 방식도 나타나고 있다. 경희·한양·세종사이버대학 등은 오프라인 대학과의 학점 교류를 통해 학기당 3∼6학점까지 모대학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2004년 1학기 사이버외국어대의 모든 강의는 오프라인 외국어대학 교수들이 참여해 제작했다. 사이버외국어대는 상시 강의는 박사급으로 하되 일본어학과의 경우 한국지사장이나 주한 일본대사 등을 초빙해 특강도 실시할 생각이다.

온라인 벗어나 세대 초월한 교류도

강의실이 따로 없어서 사이버대학생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입학 동기도 모를 것같지만 그렇지 않다. 스터디 모임·동아리 활동·학과행사 등은 오프라인 대학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한양사이버대 광고홍보학과에 다니는 직장인 정유선(31)씨는 “일반 대학이라면 20대의 고만고만한 학생들이라 생각하는 게 다들 비슷할 텐데 사이버대학은 스무살부터 예순살까지, 백수부터 사장까지 다양한 경력과 다양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는 곳이라서 학생들끼리도 배울 것이 많다”고 말했다. 경희사이버대쪽은 “학과 MT, 해외문화 탐방, 총학생회 등 오프라인 커뮤니티도 활성화돼 있다”며 “오프라인 대학의 도서관, 실습실, 강의실 등도 사이버대학생에게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강의실 없는 대학이지만 서울사이버대학은 대학 건물을 따로 지어 학생들에게 전자도서관·실습실·세미나실·동아리방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사이버외국어대학은 ‘24시간 헬프데스크’를 운영해 인터넷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정보기술(IT)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기로 했고, 서울디지털대는 재학생 취업 지원을 위한 ‘커리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이버대학 학생들도 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교류한다.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 서울디지털대 대학생들(왼쪽). 서울사이버대 학생들의 지역모임 MT(오른쪽).
사이버대학에 개설된 전공학과를 보면 영어·중국어·일본어·사회복지학·e-비즈니스·호텔관광경영·컴퓨터인터넷·부동산학과 등 외국어와 실용 학문 분야가 대부분이다. 일반 대학에서는 보기 드믄 이색 학과도 많다. 언론홍보학과(사이버외국어대)·NGO학과/미디어문예창작학과(경희사이버대)·게임기획학과/모바일콘텐츠학과(원광디지털대)·청소년학과(한국디지털대)·실버복지학과/중국통상학과(서울사이버대)·레저스포츠관리학과/뷰티헤어디자인학과(국제디지털대)·교육공학과(한양사이버대)·무역학부(서울디지털대) 등이 대표적이다.

배움 깊어가도 정원 채우기 힘들어

시간과 장소의 장벽이 없다는 점뿐만 아니라 등록금이 싸다는 것도 사이버대학의 비교우위다. 사이버대학의 수업료는 학점당 받는 게 원칙인데 대체로 1학점당 6만∼9만원 선이다. 한 학기 이수 학점은 최소 12학점에서 최대 24학점까지로 3학점짜리 과목이라면 한 학기에 총 45시간 이상 강의를 들어야 한다. 따라서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학기당 등록금은 18학점 기준으로 100만원 안팎이다. 입학원서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받는다. 대다수 사이버대학은 수능점수를 반영하지 않고 자기소개 및 학업계획서만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경희사이버대는 수능성적에 의한 특별전형도 실시한다.

인터넷이 많은 사람에게 꿈을 실현해주고 배움의 길을 열어주는 통로이지만 사이버대학이 직면한 과제는 당장 정원을 채우는 일이다. 올해 사이버대학 평균 등록률은 46%에 불과하다. 물론 90%대의 높은 등록률을 보이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10%대에 머무르는 대학도 있다. 그런 점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외형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주5일제로 직장인들의 재교육 수요가 늘어나면 사이버대학이 21세기 주력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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