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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김형근] 나의 소명은 ‘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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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4-01-0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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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저보고 정부가 할 일에 괜히 나선다고 해요.”

2002년 3월까지 <연합뉴스> 기자였던 김형근(44·서울셀렉션 대표이사)씨가 어느 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사업가로 변신한 이유는 ‘운명’ 같은 것이었다. “대학에서 영문과를 나오지 않았더라면, 무역 관련 저널에서 3년 동안 일하지 않았더라면, 외신부 기자나 영화·출판 기자가 아니었더라면, 미국에서 1년 동안 연수를 받지 않았더라면, 혹은 인사동의 조악한 중국산 문화상품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이 일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14년 동안의 기자생활을 청산하고 “이제는 제 손으로 벌어먹는 일을 하고 싶어” 2년 전 (주)서울셀렉션을 차린 그는 처음에는 서울 종로구 사간동 출판문화회관 지하에 외국인을 위한 북카페를 차려놓고 손님을 종일 기다렸다. 사람들이 들끓을 거라고 생각했던 예상이 철저히 ‘배반’당하자, 그는 공격적 사업가로 변신했다. 북카페에서 영어로 번역된 한국 서적과 한국 영화 DVD와 음반를 판매하는 일 외에도 한국에 온 외국인을 위한 웹진(서울위클리) 제작, 저작권 대행을 비롯해 각종 번역과 출판, 웹사이트 기획, 그리고 월간지 <서울> 창간까지 그는 참으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전 세계 여행자들을 사로잡는 책 <론니 플래닛-서울>만 봐도 한국은 번데기 같은 엽기적인 음식을 먹는 나라 정도로 왜곡되어 있어요. 우리나라의 좋은 문화 콘텐츠를 제대로 알리는 일, ‘셀 코리아’(‘바이 코리아’가 아니라)가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부터 영어 자막이 달린 한국 영화를 국내 개봉과 동시에 상영하게 된 것도 이런 맥락에 놓여 있다. 영어 자막 상영은 <실미도>를 시작으로, 1월 중순까지 종로 시네코아극장에서 토·일요일 각 1회씩 상영된다. “그동안 북카페에서 한달에 세번 외국인을 위해 틀어주던 작은 영화제를 정식 영화관으로 옮겨놓은 것이지요. 우리의 좋은 최신 영화들이 외국인들에게 바로바로 소개되면 좋겠습니다.” 그는 앞으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미국과 유럽에 ‘아시아 콘텐츠 센터’를 여는 일이고, 그 꿈을 하향조정한다면 미국 현지에 한국 책들을 번역해 내는 출판사를 차리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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