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슈라이버] 터미네이터 부인의 활약
등록 : 2003-12-25 00:00 수정 :
영화배우 출신의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주지사로 당선시킨 일등공신인 그의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48)가 수렁에 빠진 남편을 또 구해냈다. 12월5일 슈워제네거는 취임 한달 만에 첫 시련을 맛봤다. 캘리포니아의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내놓은 150억달러 규모의 공채 발행안과 정부지출 상한선 규정안 등이 주 의회 처리 시한을 넘기면서 상·하 양원에서 모두 부결됐다. 의회 승인을 얻어 내년 3월 주민투표에 회부하겠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레이 데이비스 전 주지사를 퇴출로 몰아갔고, 정치인으로서 그의 앞날을 좌우할 현안 해결의 첫 단계에서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때 해결사로 나선 사람이 마리아 슈라이버였다.
그는 다음날 아침 슈워제네거의 의회 로비스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의회 설득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7일에는 남편을 따라 주 의회 의원 회의가 열리고 있는 팜스프링스를 찾았다. 협상 재개를 위한 슈워제네거와 보좌관들 사이의 전략회의에도 참석했다. 8일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에 시달리는 딸을 돌보느라 집을 떠날 수 없었던 슈라이버는 9일 주청사가 있는 새크라멘토로 향했다. 현장에서의 막후 지휘에 나선 것이다. 10일 밤 슈워제네거와 민주당 지도자들간에 마라톤 회의가 열렸고, 새벽 1시를 넘기면서 양쪽은 타협안을 놓고 와인 축배를 건넬 수 있었다. 의회에서 부결된 지 6일 만인 11일, 12일 이틀에 걸쳐 슈워제네거의 경제회생안은 주 하원과 상원의 승인을 얻게 된다.
는 지난 12월13일치에서 경제회생안이 죽었다 살아나는 과정에서 슈라이버가 한 역할을 상세히 보도했다.
슈라이버는 남편이 주지사에 당선된 이후 인터뷰 요청을 거절해왔다. 그는 “캘리포니아 퍼스트 레이디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아직도 고심하고 있다”며 “나에게는 아이들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방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로버트 케네디 의원을 삼촌으로 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명가 출신으로 정치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그가 남편의 정치적 어려움을 옆에서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슈라이버의 막후 역할이 알려진 뒤 언론계에서는 슈라이버가 텔레비전 저널리스트로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논쟁이 일고 있다. 그는 “훌륭한 퍼스트 레이디가 될 것이냐, 아니면 유명 방송인으로 남을 것이냐”를 놓고 갈림길에 서 있다.
로스앤젤레스= 신복례/ 전문위원 boreshin@hanmail.net
사진/ SYG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