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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대한민국 교육부 장관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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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2-18 00:00 수정 : 2008-11-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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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마피아들의 ‘뺑뺑이 돌리기’에 망가지다 허망하게 떠나기 일쑤

“장관은 파리 목숨, 관료는 철밥통….” 대한민국 교육부 장관은 입각하고 나서 왜 상처투성이가 되어 퇴진하는가. 교육부 마피아들의 조직적인 장관 괴롭히기를 고발한다.

그들은 왜 망가졌을까. 왜 교육개혁을 외치며 입각한 교육부 ‘수장’들은 하나같이 ‘불명예 퇴진’의 쓴맛을 봐야 했을까. 최근 윤덕홍 교육부총리의 경질설이 나돌면서 그동안 개혁 성향의 교육부 장관들이 조기 퇴진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해찬·문용린·한완상씨 등 개혁성이 강한 장관들이 제 임기를 못 채운 데 이어 입각 초기에 시민단체들의 지지를 받았던 윤덕홍 부총리도 9개월 만에 낙마할 위기에 처했다.

사진/ 지난 3월 시민단체들의 지지 속에 입각한 윤덕홍 교육부총리. “교육부총리는 정권과 같이 가도록 하겠다”던 노무현 정부는 그를 버리려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교육계 인사들은 이런 현상의 주범으로 교육부의 배타적 관료주의를 지목한다. 보수성과 조직이기주의로 무장된 일부 고위 관료들이 개혁을 거부하는 차원에서 ‘장관 흔들기’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특성상 대학교수 출신이 많이 장관으로 임명되는데, 이들은 생전 처음 접하는 관료주의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어떻게 길들일까, 어떻게 부려먹을까”

김병옥(66) <새교육신문> 편집국장은 “장관이 새로 임명되면 ‘어떻게 길들여서 어떻게 부려먹나’를 먼저 생각하는 게 교육부 고위 관료들의 못된 습성”이라며 “이런 관료들에게 ‘찍힌’ 장관들은 몇 개월 동안 ‘뺑뺑이’를 돌다가 교육부를 떠나게 된다”고 꼬집었다. 관료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은 장관들은 예외없이 이 ‘뺑뺑이’의 희생자가 됐다.


장관을 ‘뺑뺑이’ 돌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게 장관의 업무 일정을 빡빡하게 짜는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각종 외부 모임에 참석하도록 일정을 짜서 장관이 주요 정책을 ‘심사숙고’할 기회를 막는다. 김 국장은 “휴일도 없이 일정을 빡빡하게 짜는 바람에 장관은 자기 자리에 앉아서 차분히 정책을 검토할 시간이 없다”며 “결정은 국장들이 내리고 장관은 발표만 한 정책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김대중 정권 때의 어떤 장관은 자기가 결재한 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TV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던 일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윤 부총리도 일정 문제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지난 5월1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대해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3개 영역을 뺄 것을 권고했을 때 윤 부총리는 ‘교육부 대책회의 때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데 이날 윤 부총리는 자신의 뜻에 따라 자리를 비운 게 아니었다. 윤 부총리는 실·국장 등 간부들의 ‘조언’에 따라 이미 일정이 잡혀 있던 외부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 간부들 중 일부가 부총리의 대책회의 불참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언론에 흘린 것이다. NEIS 재검토 움직임을 보인 윤 부총리를 견제하기 위한 언론플레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윤 부총리가 ‘꼭 그 (외부) 모임에 가야 하느냐’며 꺼려했는데, 간부들이 ‘국가인권위 권고에 대해 부총리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예정대로 모임에 참석하도록 건의했었다”며 “언론에 이 사실이 잘못 보도됐는데도 간부들은 이를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 김대중 정권 시절 개혁 성향의 교육부 장관으로 분류된 인사들. 왼쪽부터 이해찬 열린우리당 의원(이용호 기자), 한완상 한성대 총장(김진수 기자), 문용린 서울대 교수(한겨레 김봉규 기자).
고시 기수 중심의 견고한 인맥도 ‘장관 흔들기’에 악용되고 있다. 고시 선후배끼리 똘똘 뭉쳐 장관을 ‘왕따’시키는 것이다. 한 지방대 교수는 “특정 인맥이 주요 보직을 장악해서 장관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심지어 장관의 지시보다 자신을 끌어준 고시 선배들의 말을 더 잘 듣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하지만 이마저도 잘 먹히지 않는다. 교육부는 16개 시·도 교육청과 44개 국·공립대, 학술진흥재단 등 각종 유관 기관이 많아 인사 조치를 당하더라도 갈 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장관에게 밉보여 지방으로 쫓겨났다가도 1년쯤 지난 뒤 장관이 바뀌면 선배와 동료들에 의해 다시 본부로 발탁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선배 말만 잘 들으면 한직으로 쫓겨나더라도 1∼2년 뒤 다시 요직으로 복귀한다”며 “이러다보니 많은 관료들이 장관보다 상관(선배)의 눈치를 더 보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고도 아무 탈 없이 승승장구하는 관료들이 있다”며 “기형적인 인맥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비꼬았다.

NEIS 문제, 교육부 내의 조직적 항명

외부 방문객을 이용해 장관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장관을 방문하는 외부 인사들 중에 특정 정책을 지지하는 인사를 의도적으로 포함시켜 장관의 정책 판단을 흐리게 한다. 또 장관의 정책 결정을 도와줄 자문기관을 보수적인 관변학자들로 구성해 장관의 눈을 가리기도 한다.

사진/ NEIS 파동은 윤덕홍 부총리의 입지를 뒤흔든 대표적 사건이다.(박승화 기자)
윤 부총리는 NEIS와 판교 학원단지, 학생부 CD 배포금지 등 굵직한 사안과 관련해 일부 관료들의 조직적인 ‘항명’에 시달렸다. 지난 5월 청와대의 중재로 전교조와 NEIS 전면 재검토를 합의했을 때 윤 부총리는 NEIS 강행을 주장하는 실무진과 마찰을 빚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윤 부총리가 교총과 교장단 등 반전교조 세력을 설득하기 위해 전교조와의 합의 과정과 이후 대책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했는데 NEIS 실무진들이 안 움직였다”며 “그 결과 보수언론들은 윤 부총리가 전교조의 압력에 굴복한 것처럼 보도했고 교총도 강하게 반발해 윤 부총리가 매우 곤혹스러워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9월 건교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해 물의를 빚었던 판교 학원단지 문제도 교육부 관료들이 윤 부총리를 궁지에 빠뜨린 ‘혐의’가 짙다. 교육부는 지난 정권 때 건교부가 추진하는 판교 새도시 건설과 관련해 대규모 학원단지 추진을 검토하기로 합의했고 이런 내용을 공문서에 기재했다. 그런데 윤 부총리는 이 사실을 보고받지 못해 건교부의 발표를 전면 부정했고, 결국 국정감사에서 건교부와 합의한 문서가 공개되는 바람에 졸지에 ‘업무 파악도 못한 장관’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윤 부총리가 실무진들에게 문서를 철저하게 검토할 것을 지시했는데도 실무진들은 합의 문서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그들은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 법원이 내린 학생부 CD 배포·금지 가처분 결정도 마찬가지다. 윤 부총리는 가처분 소송에서 질 경우에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는데 담당 실무자들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소송 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참모들의 조언에 따라 부총리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는데, 실무진들은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고 이를 무시했다”고 털어놨다.

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뒤 부랴부랴 마련한 대책도 엉망이었다.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대입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는 방법을 찾았어야 하는데 담당 국장은 “소송을 낸 3명을 빼고 CD 제작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해 사법부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교육부는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비난받았고, 이 비난은 고스란히 윤 부총리에게 떠넘겨졌다.

사진/ 교육부는 개혁 성향의 장관을 거부하는 부처로 계속 남을 것인가.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 있는 교육부 모습.(한겨레 이정용 기자)
몇몇 장관들은 이런 인맥의 폐단을 막기 위해 과감한 인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 효과를 본 것은 김대중 정권 때의 이해찬 전 장관(열린우리당 의원)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은 취임 3개월 뒤 과감한 발탁인사로 교육부 관료들을 제압했고, 그 결과 재임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도 이른바 ‘교육부 마피아’들은 솎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퇴임 뒤 온갖 폄하에 시달려야 했다.

윤 부총리의 경질, 박수쳐야 하나

윤 부총리는 최근 교육부 3대 요직으로 꼽히는 총무과장 인사를 단행했다. 이 자리는 국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자리로 그동안 주류로 분류되는 몇몇 특정학교 출신들이 차례대로 임명됐다. 그러나 윤 부총리는 이번에 전임자보다 4기수 아래이면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인사를 발탁했다. 윤 부총리는 이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주요 실·국장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교육부 ‘마피아’들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윤 부총리가 그동안 감춰뒀던 칼을 휘두르려다 최근 경질설이 나돌면서 오히려 ‘칼 맞은 꼴’이 돼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윤 부총리에 대한 교육·시민단체들의 반응은 복잡하다. 참여연대처럼 윤 부총리가 시민단체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질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들도 많다. 그러나 전교조 등 교육단체들의 견해는 좀 다르다. 윤 부총리가 ‘결격사유’가 있긴 하지만 그의 경질이 자칫 교육개혁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윤 부총리가 청와대의 일부 경제관료들과 경제부처 장관들에 의해 밀려나는 양상이므로 그가 경질되면 참여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이 시장주의자들에 의해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으로 구성된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대표들은 지난 12월12일 청와대 이정우 정책실장을 만나 윤 부총리 경질 반대의 뜻을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전교조 대구지부와 대구경북 민주화교수협의회 등 지역 14개 시민사회단체들은 “교육 및 사회 부문에서 개혁을 표방해온 일부 장관들을 교체한다면 참여정부의 개혁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교육부총리 교체를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그러나 정작 윤 부총리를 보좌하고 있는 교육부 관료들은 조용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윤 부총리와 대립했던 시민단체들이 오히려 그의 경질을 막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데, 교육부 관료들은 송년모임에 쫓아다니면서 폭탄주나 돌리고 있다”며 개탄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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