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민] 청소년 술꾼들에게 고함
등록 : 2003-12-10 00:00 수정 :
“자, 이게 폭탄주입니다.” 강사의 폭탄주 제조 시범을 청소년들은 화학실험보다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이 엽기적인 물건이 인체에 얼마나 큰 해를 끼치는지 설명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술문화 교육에 나선 별난 강사는 얼마 전까지 음식 이야기를 연재하던 음식칼럼니스트
김학민씨다.
김씨는 1998년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에 부임하면서 청소년 문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롤러스케이트, 브레이크 댄스, 록음악 경연대회 등을 개최하며 동분서주하던 그는, 자연스레 청소년들의 술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래끼리 음성적으로 술을 먹다보니 폭음 등 잘못된 음주 습관을 갖게 되고, 이는 평생 고치지 못한다. 특히 성인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갑자기 ‘해방된 공간’으로 던져지는 고3 청소년들은 더욱 심각하다.
98년부터 술문화 교육을 하고 싶었던 김씨는 각급학교에 타진해봤으나 학교의 사정이 여의치 않고 ‘술 권하는 교육’이라는 오해도 있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올해, 당시 알게 된 경기도 신갈고등학교의 한 교사가 “수능 후 프로그램이 없어서 어렵다”며 강연을 요청했다. 이 강연 이후 소문이 퍼지면서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강연이 계몽적인 것만은 아니다.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술의 유례와 마시는 법, 각 나라의 술문화 등을 재미있게 소개하니, 학생들 눈이 땡글땡글하다. “세계의 술문화는 안주를 먹는 문화와 먹지 않는 문화로 나뉘죠. 안주를 먹는 나라들은 술을 음식으로 여기기 때문에, 술을 기호품으로 여겨 안주 없이 먹는 나라들보다 알코올 중독이 적어요.” 이런 강의를 들으면 ‘숨어 있는 술꾼’들은 자신을 반추해보고 술 경험이 적은 학생들은 미래를 대비하게 된다고.
김씨는 수능 뒤 학생들에게 술문화뿐 아니라 카드 사용, 화장법 등 실질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노력이 뒤따라야 하고, 매체의 관심도 절실하다. 그가 청소년들에게 남기는 말은 이렇다. “술을 대접에 따라 먹는 건 위험한 짓이다. 차라리 제대로 된 잔에 따라 대접양 만큼 먹어라.”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