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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경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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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2-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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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감독 이경순(40)씨와 처음 만난 건, 기자가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출입하던 지난 2002년 봄이었다. 항상 모자를 머리에 ‘얹고’ 위원회 구석구석에 카메라를 들이대던 이씨 때문에, 위원회에 들어설 때는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것을 고백한다.

1기 위원회 마감과 함께 홀연히 사라졌던 이씨를 지난 12월7일 ‘2003 서울독립영화제’가 열리는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다시 만났다. ‘그 카메라’에 담긴 위원회의 모습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서울독립영화제 장편부문에 출품된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못하면 ‘아쉬움’이 남지만, 해야 할 일을 못하면 ‘부끄러움’이 남지요. 어느 날 갑자기 숨진 채로 돌아온 동료·친구·후배에 대해 ‘마음의 부채’를 안고 살아온 민간조사관들이 그들의 부끄러움을 덜어가는 과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민간조사관들의 ‘혁혁한 활약상’만을 담지는 않는다. 자신도 한때 학생운동을 했다고 주장하는 공무원 출신 조사과장이 진상규명의 ‘걸림돌’로 눈총을 받는 일이나 민간조사관들의 ‘여성차별’을 둘러싼 갈등, 위원회의 ‘무능’을 질타하는 유족들의 항의까지 위원회의 내밀한 부분이 거침없이 묘사되어 있다.

1시간짜리 테이프 250여개를 편집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테이프의 내용이 “볼 때마다 새로웠다”는 이씨는 석달을 꼬박 편집에 매달렸다.

하지만 ‘돈 안 되는’ 영화를 찍느라 생활비와 진행비 등으로 진 빚은 이미 ‘감당 못할 정도’로 불어나 이씨를 고민스럽게 한다. 이씨는 “1기 위원회의 이후 상황도 기록했으면 하는데, 당분간은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인력과 자본이 뒷받침되는 방송사 같은 곳이 사건 터질 때만 얄팍하게 찍지 말고, ‘책임감’을 갖고 기록자의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www.redsnowman.com).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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