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벡] 남북교류는 싱겁지 않게!
등록 : 2003-12-04 00:00 수정 :
“키가 큰 사람은 싱겁습니다.”
한국 속담까지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피터 벡(Peter M. Beck)은 미국 내에서 한국어를 읽고 말할 줄 알면서 북한을 연구하는 몇 안 되는 전문가이다. 부인이 한국인이고, 그 자신도 직접 연세대 어학당 등에서 체계적인 한국어 학습을 해온 때문인지 한국말도 거침이 없어 보인다. 장대같이 큰 키의 그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칼스테이트대학에서 열린 북한 문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그는 자신의 주제 발표가 ‘싱겁지 않고’ 심도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흥미롭게 바라보는 대목은 남한 대학생들이 북핵보다는 평화를 생각하고 취업 문제에 관심을 더 갖는 것이란다. 그는 미 정부의 우려와는 달리 최근의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한국도 자주 방문한다는 그는 “지난 6개월을 되돌아볼 때 육로관광이 금강산뿐만 아니라 평양까지 확대됐으며, 특히 군사 측면에서도 철도 노선을 만들기 위한 지뢰제거 작업 등을 북한 군부가 허가할 정도로 분위기가 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남북간에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많이 왕래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이런 변화는 10년 전인 1993년에 견주면 놀랍다”고 강조했다.
그의 연구실은 백악관에서 가깝단다. 점심시간에 길을 나서면서 백악관쪽을 바라보며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손가락질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현실적으로 부시를 비난만 한다고 해서 북한 김정일 정권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부시 정부를 증오하기보다 인정할 점은 인정해야 한단다. 그렇다고 김정일 정권을 우호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일부 미국 언론들이 김정일 정권에 악의적 비난을 퍼붓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빌미를 제공한 김정일 정권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피터 벡 실장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동양학을 전공했다. 현재 그는 조지타운대학에서 한국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한국의 여러 언론사에도 칼럼을 기고한다. 그가 몸담고 있는 미 한국경제연구소(KEI)는 1982년에 설립된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한-미간 이해관계 증진과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에게 한-미 및 북-미간 갈수록 벌어지는 이해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로스앤젤레스=
김지현 전문위원
lia21c@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