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공장철수는 협박용 무기로 드러나… 국제 노동계 비난 · 스위스 원정 투쟁에 꼬리 내려
결국 ‘공장 철수’ 발언은 협박이었다. 파업과 직장폐쇄로 맞서며 우리 사회에 ‘노조 공화국 논쟁’까지 불러일으킨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네슬레 한국지사의 노사분규(본보 477호 보도)가 파업 145일 만인 지난 11월28일 타결됐다. 한국네슬레 노사는 이날 제26차 노사협상을 열고 △근로조건 변경 및 감원이 예상될 경우 노사공동의 근로조건 및 고용유지위원회 설치 △임금 5.5%(기본급 3%) 인상 △희망퇴직제도 실시 등 3개항에 합의했다.
겉으론 노사 양보, 실제로는 회사쪽의 백기
겉으로 보면 노사가 모두 한발씩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합의안 중 임금 부분은 노조가 대폭 양보했고, ‘근로조건 및 고용유지위원회 설치’는 회사쪽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노조는 기본급 9.2% 인상을 요구했으나 회사쪽이 제시한 2.75%에 가까운 3%에 합의했다. 반면 회사는 “구조조정 등 회사 고유의 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간섭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날 협상에서 노조의 ‘구조조정 사전 협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공장 철수 검토’까지 거론하며 전방위 압박작전을 구사한 회사쪽 사실상 노조에 백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네슬레 본사는 노조가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하자, “회사 고유의 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간섭을 용인할 수 없다. 최근의 경쟁력 추세가 이어질 경우 공장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며 노조를 압박했다. 이삼휘 한국네슬레 사장은 “임금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협상할 수 없다”며 노조에 ‘백기투항’을 요구했다. ‘공장 철수’ 발언이 공개되자 국내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네슬레 노조를 ‘전투적인 노조’로 몰아붙였고, 그 파급효과는 쟁의 중이던 다른 노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입을 맞춰 “전투적인 노조가 외국계 기업을 쫓아내고 있다”며 노동계를 몰아붙였다. 회사쪽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지난 9월4일 청주공장을 비롯한 전국 영업장에 직장폐쇄 조치를 내려 노조를 압박했다. 그러나 네슬레의 공장 철수 발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국제 노동계의 비난을 샀다. OECD는 다국적기업 사업장에서 노사분규가 발생했을 때 회사쪽이 노조의 단결권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사업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당 국가에서 철수하겠다고 위협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제식품연합노련(IUF) 등 유럽 노동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네슬레 본사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회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국네슬레 노조의 스위스 원정 시위는 네슬레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켰다. 노조는 지난 11월17일 스위스 본사로 날아가 스위스 노동단체와 연대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노조 관계자는 “스위스 정부 및 노동계는 네슬레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 행위를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며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노동단체의 움직임에 네슬레 본사가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이 무렵부터 한국 지사도 노사협상에 성실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보수언론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노조 압박 작전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회사 정상화로 방향을 튼 것이다. 보수언론의 전폭 지원도 힘을 못 썼다 파업이 계속될 경우 국내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노조도 회사를 살리자는 ‘대의’를 앞세워 임금을 양보하기로 했다. 결국 노사의 양보로 파국은 막았지만, 네슬레는 다른 나라의 노조를 협박하는 비윤리적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노조 길들이기’ 비용으로는 매우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사진/ 한국네슬레 노사협상 타결. 11월28일 새벽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이삼휘 한국네슬레 사장(왼쪽)과 전택수 노조위원장(오른쪽), 중재에 나선 충북지방노동위원회 박승태 위원장이 노사 잠정 합의를 이룬 뒤 손을 맞잡고 있다.(연합)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공장 철수 검토’까지 거론하며 전방위 압박작전을 구사한 회사쪽 사실상 노조에 백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네슬레 본사는 노조가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하자, “회사 고유의 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간섭을 용인할 수 없다. 최근의 경쟁력 추세가 이어질 경우 공장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며 노조를 압박했다. 이삼휘 한국네슬레 사장은 “임금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협상할 수 없다”며 노조에 ‘백기투항’을 요구했다. ‘공장 철수’ 발언이 공개되자 국내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네슬레 노조를 ‘전투적인 노조’로 몰아붙였고, 그 파급효과는 쟁의 중이던 다른 노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입을 맞춰 “전투적인 노조가 외국계 기업을 쫓아내고 있다”며 노동계를 몰아붙였다. 회사쪽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지난 9월4일 청주공장을 비롯한 전국 영업장에 직장폐쇄 조치를 내려 노조를 압박했다. 그러나 네슬레의 공장 철수 발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국제 노동계의 비난을 샀다. OECD는 다국적기업 사업장에서 노사분규가 발생했을 때 회사쪽이 노조의 단결권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사업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당 국가에서 철수하겠다고 위협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제식품연합노련(IUF) 등 유럽 노동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네슬레 본사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회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국네슬레 노조의 스위스 원정 시위는 네슬레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켰다. 노조는 지난 11월17일 스위스 본사로 날아가 스위스 노동단체와 연대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노조 관계자는 “스위스 정부 및 노동계는 네슬레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 행위를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며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노동단체의 움직임에 네슬레 본사가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이 무렵부터 한국 지사도 노사협상에 성실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보수언론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노조 압박 작전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회사 정상화로 방향을 튼 것이다. 보수언론의 전폭 지원도 힘을 못 썼다 파업이 계속될 경우 국내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노조도 회사를 살리자는 ‘대의’를 앞세워 임금을 양보하기로 했다. 결국 노사의 양보로 파국은 막았지만, 네슬레는 다른 나라의 노조를 협박하는 비윤리적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노조 길들이기’ 비용으로는 매우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