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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윤자] 입으로 써낸 소설의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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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1-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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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자(38)씨는 매일 입으로 글을 쓴다.’ 이렇게 얘기하면 독자들은 돈 많은 재벌 총수가 대필 전문 작가에게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고 자서전을 쓰게 하는 모습을 상상할지 모르겠지만, 이씨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씨는 18년 전 불의의 사고로 두 팔과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1급 장애인’이 된 탓에 마우스 스틱을 입에 물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야 한다.

이씨가 쓴 <웨딩부케>는 지난 11월6일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회장 이건희 삼성그룹회장)가 주최한 제13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시상식에서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이 소설은 고교 동창생의 자살 원인을 추적하는 한 ‘비장애인’의 얘기를 소재로 했다. 한국문인협회 인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현대를 살아가는 비장애인의 정신적 장애를 장애인의 시각으로 잘 그려냈다’며 이씨의 작품을 극찬했다.

하지만 이씨는 이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대인의 정신적 장애는 장애 여부와 관계없습니다. 물질만능주의에 매몰된 현대인은 모두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다고 봐야죠.” 이씨는 그래서 자신을 ‘장애인 문인’으로 보는 시각도 경계한다.

이씨는 지난 2001년에도 이 대회에 작품을 출품해 가작에 당선되는 등 작가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그의 소설은 남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남편의 역할은 도서관이나 서점을 돌아다니며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다. 이씨는 남편이 모아준 자료에 자신의 영감을 보태 ‘작품’을 생산해냈다. 이씨는 이번 대회 상금으로 300만원을 받았다. 이는 일반 문학상(500만∼700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게다가 마우스 스틱을 물고 입으로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집필 작업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씨는 “그냥 똑같은 문학작품으로 봐달라”며 그 어떤 ‘편견’도 거부한다. 이씨의 작품은 ‘장애인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볼 수 있다(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02-416-7804).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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