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룽] 중국을 매혹시키는 록밴드 리드싱어
등록 : 2003-11-27 00:00 수정 :
량룽(梁龍·27)은 장발의 생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채 담배 연기 자욱한 베이징의 한 술집 구석자리에서 줄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공연이 며칠 안 남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절주를 하고 있다며 ‘술’은 사양했다. 음악 외 가장 좋아하는 일이 ‘음주’인 그에게 절주는 대단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가 리드싱어로 있는 ‘얼셔우메이꾸이’(二手 ) 록밴드의 베이징 공연이 12월13일로 다가왔기 때문에 공연 전까지 절대로 술은 안 마신다는 것이다. 대신 담배만 줄창 피워댔다.
그는 자신 역시 다른 70년대생들과 마찬가지로 조선족 출신 가수 최건의 노래를 들으며 꿈을 키워왔다고 했다. 그의 음악 속에서 어떤 희망 같은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 희망이 지금의 그를 ‘중국에서 가장 매혹적인 민족 록밴드’라고 평가받는 ‘얼셔우메이꾸이’의 리드싱어 량룽으로 만든 자양분이 되었다. 1999년 그가 고향인 하얼빈에서 최초로 만든 그의 록밴드는 중국 내 록 마니아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베이징에 주재해 있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먼저 이름이 알려진 가수였다. 주로 외국인들과 고소득 계층이 많이 가는 베이징의 카페와 술집 등에서 노래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가수가 되기 전 그의 ‘이력’은 또래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향에서 1년 반 정도 회사 경비원 생활을 하다가 베이징으로 ‘꿈’을 찾아 날아왔다. 전형적인 ‘베이퍄오’(北漂·베이징에 와서 꿈을 이루기 위해 유랑하는 지방 청년들을 지칭) 중의 한명인 셈이다. 베이징의 술집 밤무대를 유랑하며 노래를 부르던 그는 지금 중국에서 가장 매혹적인 록밴드의 리드싱어로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듯하다. 그는 이제 막 비상하려는 27살의 ‘애송이 가수’이기 때문이다.
2000년 8월, 베이징 첫 공연 때 그의 우상이었던 최건은 이런 평가를 했다고 한다. “나는 베이징에서 너희처럼 수준 낮은 밴드를 본 적도 없고, 또 너희처럼 아이디어가 좋은 밴드도 만난 적이 없다.”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다시 베이징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여전히 담배를 입에 문 량룽은 이렇게 말한다. “최 선배가 이번에 우리 공연을 보면 아마 그때하고는 확실히 평가가 달라질 거예요. 나는 베이징에서 너희처럼 수준 높은 밴드를 본 적도 없고, 또 너희처럼 아이디어가 신선한 밴드도 본 적이 없다고.”
베이징=
박현숙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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