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산] 진짜배기 <열국지>가 온다
등록 : 2003-11-27 00:00 수정 :
한학자
최이산(68·본명 최장학)씨는 지난 4년을 4천쪽이 넘는 원고와 함께 보냈다.
춘추전국시대 550년의 방대한 역사를 다룬 고전 <열국지>를 수없이 읽고 <춘추좌전> 등 다른 역사책들과 일일히 대조해가며 12권으로 완역해낸 것이다. 그는 여기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이산 열국지>(신서원 펴냄)로 내놓았다. 그만큼 정성을 들이고, 해석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 선친에게 배우기 시작해 한학자 조규철·신호열 선생 등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그는 언론인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곧 다시 한학자의 길로 돌아와 고전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가 평생 한학을 공부하고 중국 고전을 읽은 ‘내공’을 쏟아부어 처음으로 내놓은 고전 번역이 <열국지>다.
이처럼 춘추전국시대 역사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그는 “그 시대는 인류가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옮아가는 최대의 격변기였다. 윤리가 허물어진 시대에 공자, 맹자, 한비자, 묵자 등 수많은 사상가들이 등장했다. 동시대 그리스에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활동했다. 요즘 세상이 ‘무한경쟁’ 시기라고 하는데 춘추전국시대가 바로 그런 시대였다. 제후는 제후끼리 대부는 대부끼리 자기들의 이익만을 위해 싸웠다. 그들이 어떻게 경쟁하며 결국 통일로 향했는지 요즘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부분이 많다. 또 중국 문화의 틀이 형성된 시기여서 중국을 제대로 아는 데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한문학에 밝지 않은 요즘 세대들이 이 시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1쪽에 1~2개씩 한자 어휘나 역사적 개념에 대한 해례를 일일이 달았다.
최씨는 우리나라 번역문화가 너무나 얕다는 안타까움 때문에 <열국지> 번역에 더욱 매달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영문학 공부를 하는데도 <오만과 편견> 같은 대표적 소설에서도 제대로 된 번역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한문학에서는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삼국지>나 <열국지> 같은 대표적 고전의 재미와 교훈이 잘못된 번역 때문에 왜곡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사람들이 많이 읽는 기존 <열국지> 번역본에서 수십 가지의 오역을 찾아내 일일이 바로잡았다. 출판계의 고질적인 오역에 꼭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 정말 텍스트를 붙잡고 씨름해서 내는 번역문화가 필요하다.” 그는 특히 명대의 작가 풍몽룡이 쓴 원전에서도 역사적 사실과 다른 오류를 찾아내 이런 점까지 모두 고쳐냈다고 자부했다.
글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사진 한겨레 이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