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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 비망록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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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1-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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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 겸 대변인을 지낸 박준영(57)씨가 최근 2000년 6·15 정상회담의 앞뒷얘기를 담은 책 <평화의 길>을 내놓았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그가 기록한 평양의 2박3일은 어땠을까. 기록은 6월12일로 예정됐던 정상회담이 하루 연기된 속사정에서부터 출발한다.

국회에서 대북송금 의혹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송금이 늦어져서 회담이 미뤄진 것 아니냐”고 공세를 폈지만, 사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호 때문이었다는 것이 박 전 수석의 설명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북한의 환영인파가 12일에 나왔다가 돌아가고 13일에 다시 나왔다. 13일을 전후해 외교사절을 제외한 외국인들에게 출국령을 내리고 관광예약도 모두 취소했다. 평양에 거주하지 않는 지방 사람들도 모두 귀향 조치를 취했다. 고려호텔에는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우리들밖에 없었다.” 김 전 대통령의 안전을 고려한 조처가 상상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박 전 수석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상의 민감성 때문에 책에 담지 못한 얘기를 한 토막 털어놨다. 정상회담이 열린 그 해 가을, 김 전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로 이동하던 중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미국 항공사의 지나친 몸수색에 항의하다가 독일에서 베이징으로 돌아간 사건이었다.

“김 전 대통령이 김 상임위원장 얘기를 듣고 미국과 북한쪽의 오해를 풀기 위해 중재에 나섰다. 결국 주중 미국대사가 중국 베이징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사과하기로 했지만, 주중 미 대사가 찾아갔을 때는 김 위원장이 이미 평양으로 돌아간 뒤였다.” 유엔회의에서 김-김 회담이 성사되고 북-일, 북-미 관계 개선의 계기점을 찾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북핵 위기를 맞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 전 수석은 “한반도의 평화가 엄청난 노력 끝에 온 것이고, 잘못될 경우 회복을 위해서는 다시 큰 희생이 필요하다”며 “이를 알리기 위해 사실을 기록해놓아야겠다는 사명감에 올 6월15일부터 지난 날의 수첩을 열어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글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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