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이 어수선한 가운데 모처럼 한 줄기 희망을 엿보게 하는 밝은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일본 경제의 회복세’ 소식이다. 목말라했던 ‘희망’을 이웃나라 일본에서 발견한다는 게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주저 없이 취재기자를 현지에 급파했다. 한국과 일본이 모든 분야에서, 특히 남북 문제와 경제·외교 분야에서 직·간접으로 특수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취재를 통해 일본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음을 직접 확인한 것은 우리에게도 고무적인 일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우리에게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충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을 우려한 목소리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우리 국민들이 새 시대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참여정부의 주역들은 ‘탈권위’와 ‘마이너리티의 등장’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새 시대가 열렸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탈권위’는 정부 부처간 업무 혼선과 기강 해이를 불러왔고, ‘마이너리티의 등장’은 서울대와 경기고를 나오지 않은 인사들이 정부의 요직을 맡게 된 전리품에 불과할 뿐이다. 참여정부가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장애인들의 권리신장과 그들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국가경쟁력 약화의 주범으로 정치권과 언론을 지목한다. 정쟁으로 날 새는 줄 모르면서 뒤로는 불법자금이나 챙기는 정치권과, 국익이나 진실은 외면한 채 왜곡과 부풀리기를 일삼는 일부 언론의 악습 때문이다. 오죽하면 “여당야당 천년만년 서로 싸우고~ 뇌물선수 너네아빠 억대 고위층~”이라는 유행가까지 생겨나 쓴웃음을 짓게 하는 걸까.
일본 경제가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가 국가경쟁력을 갖추려면 꼭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 현재 검찰이 벌이고 있는 대선자금 수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번 수사의 의미와 중요성을 모르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고, 정치개혁이란 열매를 맺기 위해 그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워가고 있는 검찰에 격려와 함께 힘을 보태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검찰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노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으로 저항하고 있으며, 재벌들은 기업활동 위축을 무기 삼아 압력을 넣고 있다. 이에 가세해 보수언론들도 이탈리아 검찰의 ‘마니풀리테’를 흠집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피에트로 검사의 정치권 진출과 인권침해 논란을 부각시키고 거물 정치인들의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비아냥댄다. 마치 인기몰이식 표적수사였던 것처럼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검찰이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어떤 방식으로 수사를 벌였고, 재판과정에서 어떤 저항에 부닥쳤는지는 간과한 채 말이다.
국가경쟁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옴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사진/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