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창근] 병역거부를 열렬히 축하함!
등록 : 2003-11-20 00:00 수정 :
11월13일 낮 12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이상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장 한 귀퉁이엔 닭튀김이며 김밥 등이 먹음직스럽게 차려졌고, 30여명의 젊은이들은 연방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단상에 앉은 이들 뒤로 걸려 있는 펼침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병역거부자 염창근과 함께하는 축하의 식탁.’
“총 들기를 거부한 젊은이를 죄인으로 만들어온 사회적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조촐한 축하의 자리를 마련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연대회의’ 최정민 집행위원장은
염창근(27·경희대 철학과 석사과정)씨에게 꽃다발을 전하는 것으로 회견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12일 나동혁(27)씨가 병역거부를 선언하던 날, 염씨는 17명의 다른 젊은이들과 함께 “앞으로 입대영장이 나오더라도 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예비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당시 그는 “평화는 군사력 경쟁 속에서는 보장받지 못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 모두 군비 감축에 나서야 한다. 군 복무기간 단축과 대체복무제 도입은 한반도 평화·군축의 작은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1년여 전의 다짐대로 그는 충남 논산의 훈련소행 입영열차를 타는 대신 동료들이 차려준 ‘축하의 식탁’ 앞에 앉았다.
그는 평화주의라는 신념에 따라 병역거부를 결심했고, 전쟁에 반대한다는 소신에 따라 이라크 파병 반대운동을 벌였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전후해 이라크 현지활동을 벌인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지원연대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했고, 최근에는 이라크 파병 반대운동에도 열심이다.
“평화는 무력으로 지킬 수 없다. 지금 이라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염씨는 “전투병이든 비전투병이든 지금 이라크엔 더 이상 군대가 필요치 않다”며 “군복을 입은 파병군이 아니라 평화활동가로 이라크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9월15일 현재 전국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는 모두 773명에 이른다.
글 정인환 기자/ 한겨레 국제부
inhwan@hani.co.kr사진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