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 김]의 ‘한인으로 살기’
등록 : 2003-11-20 00:00 수정 :
한인노동상담소에서 일하는 상임활동가
제시카 김(25)은 겉보기에는 노란 머리, 하얀 피부의 영락없는 서양인이다. 하지만 그는 ‘김미영’이라는 한국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의 아버지 김원일씨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진보 신학자이다. 한국인의 피를 가진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의 친할머니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인 1950년 간첩 혐의를 받고 처형당한 김수임씨다. 그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대학원 시절 한 잡지에 기고한 적이 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가난한 여성, 진보적인 여성이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비극적 삶을 산 인물로 할머니를 기억한다. 그는 할머니 김씨에 대해 반공단체와 진보단체 어느 쪽이든 잘못 해석되지 않기를 바란다. 제시카는 김씨가 반공단체에서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그런 파렴치한 여성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추켜세울 영웅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대학교 시절 로스앤젤레스 한인노동상담소에 인턴으로 들어오면서 노동운동과 인연을 맺었다. 상담소에서 활동한 지 5년째를 맞은 그는 누구나 꺼리는 재정담당을 맡으면서 운영난을 겪는 한인노동상담소의 모금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한인노동상담소는 그에게 항상 화두인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진보적 노동운동에 대한 지향을 이어주는 구실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를 몰라 그는 항상 한국에 대한 지식, 특히 노동운동 관련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없어서 아쉬워하고 있다. 그가 한인노동상담소를 통해 바라보는 한인 교민사회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한인 사업가들의 사업장에서 반노동자적, 반인권적 행태가 빈번하게 발생해서다. 한인 사회의 뿌리깊은 인종 편견에 의해 다른 유색인종, 다른 이민자 사회와 쉽게 결합하지 못하는 점 등이 그것이다. “한인 교민사회도 미국 주류 사회의 소외층, 희생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인 사회가 열등적인 인종주의에서 벗어나 다른 유색인종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의식이 절실합니다.”
제시카 김은 한인 교민사회가 정의로운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한인노동상담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수줍음을 많이 타면서도, 노동·사회 운동과 관련해서는 각종 캠페인에 빠지지 않는 열성 활동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글 · 사진
김애화 | 자유기고가
kimaehw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