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킷 ○○○ 거예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아시죠?”
“진짜 ○○○예요?”
“똑같아요. 여길 보세요. 소매 끝에 달린 수술까지 똑같아요. 조금 전에도 어떤 손님이 백화점에서 직접 본 옷이라며 진짜 똑같다고 사갔다니까요.”
“상표는요?”
“상표는 없어요.”
“구해줄 수 없어요?”
“상표 꼭 있어야 해요?” “친구들 만나거나 해서 재킷 벗을 때가 있으니 다른 건 몰라도 재킷에는 상표가 붙어 있어야겠더라고요. 다들 백화점 가서 비싸게 사 입는 줄 아는데, 상표도 안 붙은 걸 보면 시장 물건이라고 눈치챌 거 아니에요. 상표만 구할 수 있으면 사고 싶은데, 어떻게 좀 구해줘요.” 상표 구해주면 옷 산다 일주일에 한번씩 대구방송의 <텔레북 오늘은 책요일>이란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게 되면서 갑자기 옷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덜 뚱뚱하게 보일까 하는 고민이. 그러다보니 녹화 전날이면 몇벌 안 되는 옷들을 꺼내놓고 자타()가 공인하는 매니저인 작은아이에게 묻곤 한다. 어떤 옷을 입으면 좀 덜 뚱뚱해 보이는지를. ‘아, 이래서 그 여자 개그맨이 수술까지 하면서 날씬해지려고 했는가 보다. 그녀 마음을 이토록 절실히 아는 이 나말고 또 있을까?’를 외치며 타인의 시선에 떠밀려 찾은 곳이 대구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이었다. 내가 시장에서 산 옷을 입고 텔레비전에 나온다는 이유로 열렬 팬이 되어 내가 소개하는 책은 꼭 읽으려 노력한다며 쌓인 옷들 사이에서 책을 꺼내 보이고 수줍게 웃는 옷가게 아줌마. 그런데 그곳을 찾을 때마다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이거 어느 브랜드 옷이에요’와 ‘상표 구해줄 수 있어요’였다. 어느 브랜드를 모방한 것이냐는 물음이야 나도 자주 하지만 뒤의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황당했다. 상표 구해주면 산다는 손님들 때문에 힘들다는 아줌마의 하소연. 그러면서 이러는 게 아닌가. “선생님은 방송국 가서 옷 갈아입을 때가 많을 텐데 혹시 필요하다면 상표 구해볼까요?” “상표요? 필요 없어요. 시장에서 이렇게 유명 브랜드와 똑같은 옷을 싼값에 사니 좋은데요. 그 사람들은 제가 시장에서 사 입는 줄 알아요.” “방송국 사람들도 안다고예? 뭐할라꼬 그런 이야기까지 합니까. 선생님 깔보믄 우짤라꼬예?” “그럴 리 없겠지만 그걸로 사람 깔보는 사람들과는 일하지 말아야지요. 뚱뚱하다고는 구박해도 상표 없는 옷 입고 온다고는 구박 안 하던걸요. 상표 안 구해줘도 되니 제발 좀 덜 뚱뚱해 보이는 옷으로 골라줘 봐요.” 사회가 요구하는 상표 야외촬영으로 바뀌었다고 특별히 예쁘게 해오라는 부탁에 며칠 전 시장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이런 손님을 만났다. “유행 지나 안 입는 옷 중에 이 브랜드 옷이 있으면 그걸 떼서 여기 달면 돼요. 방법이야 많지, 뭘 걱정이에요.” 그 사람은 옷을 입는 걸까, 상표를 입는 걸까. 지난번 마티즈 탄다는 이유로 당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위해 나를 꾸미려 하는가 하는 생각에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수능시험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들 생각이 났다. 그 아이들은 부모나 사회적인 시선이 요구하는 ‘상표’를 달기 위해 그렇게 몸부림쳤던 것은 아닐까. 그러다 그 상표를 달지 못할 거라는 절망감에 생명까지 포기한 것은 아닐까. 결국 사람의 본질은 보지 않은 채 그들이 내보이는 상표만을 보려는 우리 사회의 압력이 너무도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유명 상표를 다는 것만이 성공한 인생이 아니건만. 담당 PD에게 이렇게 말했다. “특별히 예쁘게 해오라고 해서 안 오려다가 왔네. 앞으로는 그런 주문 하지 말아요. 무슨 수로 예쁘게 해서 온단 말이야. 그래도 개편 첫 녹화라 특별히 시장 가서 새로 사 입느라 돈 썼으니 출연료 올려줘야 해요.” 비록 유명 상표는 붙어 있지 않지만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즐겁게 녹화를 마쳤다.
“상표 꼭 있어야 해요?” “친구들 만나거나 해서 재킷 벗을 때가 있으니 다른 건 몰라도 재킷에는 상표가 붙어 있어야겠더라고요. 다들 백화점 가서 비싸게 사 입는 줄 아는데, 상표도 안 붙은 걸 보면 시장 물건이라고 눈치챌 거 아니에요. 상표만 구할 수 있으면 사고 싶은데, 어떻게 좀 구해줘요.” 상표 구해주면 옷 산다 일주일에 한번씩 대구방송의 <텔레북 오늘은 책요일>이란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게 되면서 갑자기 옷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덜 뚱뚱하게 보일까 하는 고민이. 그러다보니 녹화 전날이면 몇벌 안 되는 옷들을 꺼내놓고 자타()가 공인하는 매니저인 작은아이에게 묻곤 한다. 어떤 옷을 입으면 좀 덜 뚱뚱해 보이는지를. ‘아, 이래서 그 여자 개그맨이 수술까지 하면서 날씬해지려고 했는가 보다. 그녀 마음을 이토록 절실히 아는 이 나말고 또 있을까?’를 외치며 타인의 시선에 떠밀려 찾은 곳이 대구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이었다. 내가 시장에서 산 옷을 입고 텔레비전에 나온다는 이유로 열렬 팬이 되어 내가 소개하는 책은 꼭 읽으려 노력한다며 쌓인 옷들 사이에서 책을 꺼내 보이고 수줍게 웃는 옷가게 아줌마. 그런데 그곳을 찾을 때마다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이거 어느 브랜드 옷이에요’와 ‘상표 구해줄 수 있어요’였다. 어느 브랜드를 모방한 것이냐는 물음이야 나도 자주 하지만 뒤의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황당했다. 상표 구해주면 산다는 손님들 때문에 힘들다는 아줌마의 하소연. 그러면서 이러는 게 아닌가. “선생님은 방송국 가서 옷 갈아입을 때가 많을 텐데 혹시 필요하다면 상표 구해볼까요?” “상표요? 필요 없어요. 시장에서 이렇게 유명 브랜드와 똑같은 옷을 싼값에 사니 좋은데요. 그 사람들은 제가 시장에서 사 입는 줄 알아요.” “방송국 사람들도 안다고예? 뭐할라꼬 그런 이야기까지 합니까. 선생님 깔보믄 우짤라꼬예?” “그럴 리 없겠지만 그걸로 사람 깔보는 사람들과는 일하지 말아야지요. 뚱뚱하다고는 구박해도 상표 없는 옷 입고 온다고는 구박 안 하던걸요. 상표 안 구해줘도 되니 제발 좀 덜 뚱뚱해 보이는 옷으로 골라줘 봐요.” 사회가 요구하는 상표 야외촬영으로 바뀌었다고 특별히 예쁘게 해오라는 부탁에 며칠 전 시장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이런 손님을 만났다. “유행 지나 안 입는 옷 중에 이 브랜드 옷이 있으면 그걸 떼서 여기 달면 돼요. 방법이야 많지, 뭘 걱정이에요.” 그 사람은 옷을 입는 걸까, 상표를 입는 걸까. 지난번 마티즈 탄다는 이유로 당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위해 나를 꾸미려 하는가 하는 생각에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수능시험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들 생각이 났다. 그 아이들은 부모나 사회적인 시선이 요구하는 ‘상표’를 달기 위해 그렇게 몸부림쳤던 것은 아닐까. 그러다 그 상표를 달지 못할 거라는 절망감에 생명까지 포기한 것은 아닐까. 결국 사람의 본질은 보지 않은 채 그들이 내보이는 상표만을 보려는 우리 사회의 압력이 너무도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유명 상표를 다는 것만이 성공한 인생이 아니건만. 담당 PD에게 이렇게 말했다. “특별히 예쁘게 해오라고 해서 안 오려다가 왔네. 앞으로는 그런 주문 하지 말아요. 무슨 수로 예쁘게 해서 온단 말이야. 그래도 개편 첫 녹화라 특별히 시장 가서 새로 사 입느라 돈 썼으니 출연료 올려줘야 해요.” 비록 유명 상표는 붙어 있지 않지만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즐겁게 녹화를 마쳤다.

이영미 | 교사·〈작은 친절〉 지은이









